[단독] “이대로 사라지나”…바둑교육 산실 명지대 바둑학과 폐지 초읽기

[단독] “이대로 사라지나”…바둑교육 산실 명지대 바둑학과 폐지 초읽기

아시아타임즈 2022-12-05 15:37:1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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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이영재 기자]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알파고'가 선택한 게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최고의 두뇌 게임'으로 평가받는 '바둑'이 위기다. 국내외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1997년 세계 최초로 '바둑학과'를 창립했던 명지대학교는, 하향세가 뚜렷한 바둑 산업 현황과 여의치 않은 명지학원(명지대 재단) 상황 등을 빌미로 '학과 폐지'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5일 아시아타임즈 취재 결과, 세계 최초이자 유일무이한 바둑학과 폐지 소식에 학계는 물론 바둑 관련 업계 전반에서 반대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재학생을 중심으로 바둑학과 교직원은 물론 졸업생·해외 관련 학계, 바둑 산업에 종사하는 관련 업계에서도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image 명지대학교는 2차 안에서 당초 마인드스포츠학과로 통·폐합 될 예정이었던 바둑학과의 '폐지'를 공표했다. (자료=명지대학교)

마인드스포츠학과로 통·폐합에서 '폐지'로 가닥

앞선 1일 명지대학교는 바둑학과를 폐지하는 안을 발표했다. 명지대와 명지전문대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바둑학과를 완전히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개편된 '학사구초 2차(안)' 핵심이다. 당초 바둑학과는 '미래융합대학' 소속 '마인드스포츠(경영)학과로 변경될 예정이었다.

명지대학교 측 입장은 바둑이 사양 산업으로 접어들었으며 바둑학과 진학 비율 또한 한국바둑고등학교에서 진학하는 비율 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바둑 인구가 26%에서 23%로 감소했고, 특히 젊은층 감소(20∼35세 인구 중 바둑 인구는 9%에 불과)가 뚜렷하다는 점 등이 주요 이유로 꼽혔다.

이에 대해 바둑학과 측은 "인구 중 23%가 즐기는 취미활동은 결코 사양 산업이 아니다. 바둑학과 신입생 충원에 현재 아무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정원 외 유학생도 많은 학과를 없애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국바둑고등학교에서 명지대 바둑학과로 진학하는 비율이 높은 점에 대해서도 바둑학과 측에선 서울예고에서 서울대로 진학하는 비율을 비교하며 반박했으나, 명지대 측은 예고는 매우 많지만 바둑고는 한 개뿐이라고 일축했다.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고영훈 학생회장은 아시아타임즈와 인터뷰에서 "현재 명지대학교에서 통·폐합이 결정된 학과는 바둑학과 뿐만 아니라 △물리 △화학 △수학 △음악 등이 포함돼 있었다"면서 "학사구조 확정 발표에서 음악은 클래식 강의를 포함한 실용음악을 키워나가겠다는 애매한 입장이라 내부적으로 이야기를 더 해보자는 분위기이며, 화학 또한 단독 학과가 아니더라도 융합을 통해 다시 살리는 방향을 발표했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바둑학과만 폐지 조치가 예정된 데 대한 반응으로 "명지대 재학생들은 학교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으며 "일부에서는 이렇게 학과가 폐지된다면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이유가 없다"는 강경한 입장도 내비치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를 전했다.

IOC 꿈도 물 건너 가나⋯ 해외에선 "바둑학과 아니었으면 명지대 이름도 몰라"

1997년 세계 최초로 명지대에 창설된 바둑학과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크게 주목받았다. 세계 유일의 바둑학과로 해외에서 널리 알려지면서 아시아는 물론, 유럽, 미주 등 다양한 나라의 학생들이 바둑학을 공부하기 위해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 2022년까지 학과를 다녀간 유학생 숫자는 대학원을 포함해 85명에 이른다.

명지대학교 바둑학과 유학생 및 해외 바둑 관련 관계자들은 "바둑학과가 아니었으면 명지대라는 학교는 이름조차 몰랐던 곳"이라면서 학교 측의 폐지 움직임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제마인드스포츠협회(IMSA), 로체스터대학, 국제바둑연맹(IGF) 등 해외 관계자는 "바둑학과를 폐지하는 것은 적어도 세 가지 이유에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된다"며 "그동안 매우 성공적으로 운영돼 왔고 국제적 인지도를 누렸던 학과를 폐지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전세계적인 마인드스포츠 분야의 성장에 역행하고, 아주 중요한 시점에 바둑이 올림픽에 입성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빈 살만 왕세자 방문 이후 떠오르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시장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바둑과 브릿지, 체스 등 세 종목의 마인드스포츠 프로그램 구축 움직임이 현재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이제 요르단과 아랍에미리트 등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바둑은 현재 IOC 인정종목이 되기 직전 상태고,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국제바둑연맹(IGF)은 명지대 바둑학과와의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1997년 바둑학과 창립 후 '세계 최초의 바둑학 교수'로 활동하다 정년 퇴임한 정수현 교수는 아시아타임즈와 전화 인터뷰에서 "퇴임한 입장에서 간섭할 상황은 아니지만, 바둑학과에는 25년 역사가 있고 나름대로 잘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폐과 한다고 하는 것은 당황스러운 조치"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바둑학과 폐지 발표 이후 외국에서도 이메일이 꽤 많이 왔다"면서 "해외 학계에서는 학교로서도 과를 없애는 것이 마이너스 아니냐는 입장이 다수였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중국 대학과도 협정을 맺어 중국 유학생들이 학위를 취득하는 프로그램도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폐과 소식을 들은 중국 측에서도 황당해하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명지대학교 통합추진위원회, "아직 확정된 것 아냐⋯ 차주 최종 결정"

명지대학교 통합추진위원회는 "(바둑학과 폐지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게 없다. 최종 결정은 일단 다음주 정도가 아닐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명지대가 공청회에서 발표한대로 바둑학과를 폐지하게 된다면, 빠르면 2025년도 입시부터는 신입생들이 바둑학과에 지원을 할 수 없게될 전망이다. 한국바둑중학교·고등학교 학생들을 비롯해 그동안 바둑학과를 목표로 준비했던 많은 학생들에게도 영향이 미치는 것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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