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 은행, 실내마스크 풀려도 계속 오후 3시반 문닫나

'연봉 1억' 은행, 실내마스크 풀려도 계속 오후 3시반 문닫나

연합뉴스 2022-12-11 06:25:00 신고

3줄요약

방역 이유로 작년 7월 이후 영업시간 1시간 단축…오전9시반∼오후3시반

실내마스크 해제돼도 영업시간은 자동 원상복구 안돼…노사 협의에 달려

설상가상 '주 4.5일 근무' 요구하는 노조, 협상 난항 예상…소비자 불편 이어질 듯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박대한 민선희 기자 = 방역 당국이 최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언제, 어디서부터 해제할지 검토에 착수하자 1년여간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1시간이나 단축된 은행 영업시간도 다시 늘어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예상대로 내년 초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풀려도, 기존 금융 노사 합의에 따르면 자동으로 은행 영업시간이 원래대로 늘어나지는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시 노사 간 협의가 필요한데, 노조의 근로시간 단축(주 4.5일 근무) 요구 등과 맞물려 금융소비자들의 불편에도 불구하고 '오전 9시 반 개점·오후 3시 반 폐점'이 아예 굳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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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진연수

◇ 은행, 방역 완화에도 1년 3개월간 단축 영업 중

당초 '오전 9시∼오후 4시'였던 은행 영업시간이 '오전 9시 반∼오후 3시 반'으로 줄어든 것은 지난해 7월 12일부터다.

정부가 같은 달 9일 '코로나19 대유행 차단'을 명목으로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4단계로 강화하면서, 금융 노사는 일단 12일부터 23일까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은행 영업시간을 1시간 단축하기로 한시적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23일 이후에도 단축 조치는 유지됐고, 오히려 같은 해 10월 금융 노사(금융노조-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참여한 중앙노사위원회가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방역지침 상 사적모임, 다중이용시설 제한,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기 전까지 영업시간 1시간 단축을 유지하기로 한다'고 의결하면서 영업시간 단축이 전국 단위로 확대됐다.

2021년 금융 중앙노사위원회 의결서 영업시간 단축 관련 조항 2021년 금융 중앙노사위원회 의결서 영업시간 단축 관련 조항

[의결서 캡쳐=연합뉴스]

◇ 영업시간 복구, 금융노사 협의 사항…노조위원장 후보 '주 4.5일 단축근무' 공약까지

당시 중앙노사위원회 의결서의 부칙 성격인 '회의록 기재사항'을 보면, '노사는 정부의 코로나19 관련 방역지침 상 사적모임 및 다중 이용시설 제한,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이후 영업시간 단축 여부에 대해서는 2022년 산별 단체교섭에서 논의하기로 한다'고 적혀있다.

이미 사적모임·다중이용시설 제한은 거의 다 풀렸고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도 내년 초 해제 가능성이 크지만, 코로나19 관련 방역 완화와 관계없이 이제 영업시간 원상 복구가 전적으로 금융 노사의 결정에 좌우된다는 뜻이다.

금융 노사는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에 앞서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영업시간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지만, 아직 TF조차 구성하지 못했다.

TF가 가동된다고 해도, 현재 금융노조의 분위기로 미뤄 영업시간 정상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금융노조 위원장 후보 등록 마감 결과 박홍배 현 금융노조 위원장이 단독 후보로 나섰고, 오는 15∼16일 전자 투표를 거쳐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박 위원장의 주요 선거 공약 중 하나가 '주 4.5일제 도입'인데, 근로시간과 영업시간이 같지는 않지만 노조가 공약 달성을 강조하면 영업시간 단축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그만큼 적어지는 게 사실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근로시간을 주 4.5일로 더 줄이자고 주장하는 노조 입장에서는 영업시간을 원래대로 1시간 다시 늘리는데 합의한 뒤 별개로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작년 10월 사측이 노조가 요구하는 이른바 '은행 점심시간 셧다운'(교대 근무 방식이 아니라 직원 전원 점심식사) 대신 '영업시간 1시간 단축'을 수용한 것처럼, 향후 협상에서 만약 노조가 영업시간 원상복구에 합의한다 해도 보상 차원에서 다른 요구 사항을 내걸 가능성도 크다.

◇ "창구 이용객 많지 않다" vs "직장인 오후 3시반 은행 업무 불가능"

금융 노조는 단축 영업에 따른 금융소비자의 불편이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금융 노조 관계자는 "실제로 (영업시간 단축 관련) 민원이 거의 없다"며 "요즘 창구 이용객도 많지 않고. 창구 대기 시간도 길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측이 전하는 창구 상황은 전혀 다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노조가 말하는 민원은 홈페이지 게시판 등 온라인 민원을 말하는 것 같은데, 영업시간 단축으로 불편을 겪는 계층이 주로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기 때문에 유선 전화로 계속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본격적으로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난 2분기의 경우 "모든 공공장소, 기관 등이 방역 완화로 정상 운영되는데 왜 은행만 계속 1시간이나 단축 영업하느냐", "오후 4시까지 은행 업무를 보는 것도 직장인들에게 어려운 일인데 도대체 오후 3시 30분까지 어떻게 은행에 가라는 말이냐" 등의 민원이 빗발쳤다는 게 사측의 전언이다.

지금까지는 금융소비자들이 '정부 방역에 협조한다'는 차원에서 불편을 감수했지만, 실내 마스크 의무까지 해제된 뒤에도 노조가 1시간 단축 영업을 고집할 경우 소비자들의 집단행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금융 노조가 코로나19 과정에서 가계·기업 대출을 바탕으로 커진 이익은 이익대로 누리면서, 소비자 불편은 외면한 채 직원 복지만을 앞세워 지나치게 근로시간 단축에 집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 받으면서 일은 덜 하겠다'는 얘기인데, 은행이 강조하는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시민' 등의 가치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2021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 직원의 지난해 평균 급여는 1억550만원으로 2020년(9천800만원)보다 7.6% 늘어 처음 1억원을 넘어섰다.

shk999@yna.co.kr, pdhis959@yna.co.kr,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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