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워싱턴 에너지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캘리포니아에 있는 로런스 리버모어(LLNL) 국립연구소 과학자들이 지난 5일 핵융합 기술을 이용해 투입된 에너지보다 생산된 에너지가 더 많다는 뜻의 ‘순 에너지(net energy gain)’를 잠시 얻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아라티 프라바카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도 “태양과 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에너지 반응이 핵융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지 1세기 만에 이를 재연하는 순간에 이르렀다”면서 “인내가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엄청난 사례”라고 추켜 세웠다.
핵융합을 통해 순 에너지를 생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과학자들은 1950년대 이후 핵융합 개발을 추진해 왔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 35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 핵융합 연구 개발 프로젝트인 프랑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와 한국형 핵융합 연구시설인 한국형초전도핵융합장치(KSTAR) 등도 핵융합을 시도했지만, 아직 순 에너지를 얻지 못했다. 핵융합이 이뤄지려면 1억℃ 이상의 고온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투입된 에너지양이 생산된 에너지양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태양이 에너지를 만드는 원리인 핵융합을 구현하는 이 기술은 핵분열 반응을 이용하는 기존 원자력발전기술과 비교해 핵폐기물이나 탄소배출, 방사능 유출 없이 더 많은 양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이유다. 이론적으로만 가능할 것이라는 기술이 현실화된 셈이다. 킴벌리 부딜 로런스 리버모어 소장은 “기초 기술에 대한 공동 노력과 꾸준한 투자가 이뤄진다면 핵융합 발전소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순에너지를 얻은 건 잠시 순간에 불과했고, 이번 실험에 사용한 레이저 장비는 상업용 발전소에서 이용하기에는 너무 크고 비싸고 비효율적이다.
킴 부딜 LLNL 소장은 “핵융합 기술이 상업화되려면 공동노력과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장애물이 사라진다면 50~60년이 아니라 더 빨리 상업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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