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스위니토드’에는 뮤지컬하면 흔히 기대하게 되는 흥행 요소를 쉽게 찾기 힘들다. 흥겨운 음악이나 춤 대신 불협화음으로 빚어낸 섬뜩한 음악과 기괴한 춤이 무대 위를 가득 채운다. 연쇄 살인범이 주인공인데다 ‘인육 파이’라는 파격적인 설징을 다루다 보니 무대 위에선 선혈도 낭자하다. 그야말로 어둡고 침울한 ‘핏빛 뮤지컬’이다.
‘스위니토드’는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아내와 딸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던 이발사 벤자민 바커가 자신의 아내를 탐한 판사 터핀으로 가족과 이별하고 15년 뒤 스위니토드라는 이름으로 복수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이다. 브로드웨이 거장 스티븐 손드하임의 대표작으로 팀 버튼 감독의 동명 영화로도 제작돼 유명하다. 국내에선 2007년 초연 이후 2016년 오디컴퍼니의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무대에 올랐다. 이번 공연은 2016년, 2019~2020년 시즌에 이은 오디컴퍼니의 세 번째 시즌 무대다.
한국 관객이 ‘스위니토드’에 열광하는 이유는 풍자의 묘미를 살린 가사에 있다. 1막의 대미를 장식하는 넘버 ‘어 리틀 프리스트’(A Little Priest)가 대표적이다. 두 주인공 스위니토드, 러빗 부인이 인육 파이를 만들기로 결심하면서 부르는 노래다. 목사로 만든 파이는 “깔끔하고 순하고 양심으로 속을 꽉 채운 맛”, 변호사 파이는 “주둥이만 살아서 씹는 맛이 최고”, 정치인 뱃살 파이는 “도둑놈과 사기꾼을 섞은 맛”이라는 가사로 객석에선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아랫놈 등쳐먹는” 윗놈이 “아랫놈 식사거리”가 된다는 후렴구에선 통쾌함까지 느껴진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손드하임은 작사가이기도 해 그의 작품에 담긴 말의 운율, 언어의 리듬감을 번역하는 게 쉽지 않다”며 “한국에서 공연하는 ‘스위니토드’는 거의 창작에 가까울 정도로 번역을 했고, 위트 있는 노래말이 관객에 어필하는 부분이 많다”고 평했다. 이어 “무엇보다 ‘스위니토드’는 배우의 힘이 큰 작품”이라며 “엄청난 양의 대사와 현대음악적인 불협화음을 소화하는 배우를 통해 팬들도 ‘내가 저래서 저 배우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하는 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디컴퍼니는 앞서 2003년 손드하임의 뮤지컬 ‘어쌔신’을 국내에 소개하기도 했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이번 ‘스위니토드’ 공연을 통해 우리 관객도 이제는 다양성과 깊이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일반적인 뮤지컬처럼 즐길 수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오디컴퍼니의) 세 번째 시즌 공연으로 선보이면서 이 작품의 진면목을 한국 관객도 잘 알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스위니토드’는 내년 3월 5일까지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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