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자유낙하' 계속한 작가 키키 스미스…서울시립미술관 전시

40년 '자유낙하' 계속한 작가 키키 스미스…서울시립미술관 전시

연합뉴스 2022-12-15 06:59:35 신고

조각·설치·판화·태피스트리 등 140여점 소개

키키 스미스, '황홀', 2001 키키 스미스, '황홀', 2001

[ⓒ 키키 스미스, 페이스 갤러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1980년대 해부학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인체의 장기를 묘사한 작품부터 1990년대 소변보는 모습처럼 파격적인 인물 전신상, 2000년대 빨간망토소녀 우화 등에서 모티브를 딴 서정적인 서사를 담은 작품까지.

40여 년 동안 어느 한 주제나 매체에 머무르지 않고 시대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와 매체 실험을 해 온 독일 태생의 미국 현대미술가 키키 스미스(68)의 대규모 개인전 '자유낙하'가 15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1980∼1990년대 여성성과 신체를 다룬 조각으로 이름을 알린 작가지만 이번 전시는 조각과 설치, 판화, 드로잉, 사진, 태피스트리 등 140여점을 통해 작품 세계 전반을 살펴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여성'과 '신체'라는 스미스의 대표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우진 않지만 많은 전시작에서 자연스레 다양한 여성과 신체를 발견할 수 있다.

키키 스미스, '무제(머리카락)', 1990 키키 스미스, '무제(머리카락)', 1990

[ⓒ 키키 스미스, 유니버설 리미티드 아트 에디션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01년작 조각 '황홀'은 1990년대 이래 종교, 신화, 문학 속 여성을 모티브로 삼는 작품 경향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빨간망토소녀 우화 중 사냥꾼이 늑대의 배를 가르자 소녀와 할머니가 함께 나오는 대목에서 모티브를 딴 것으로, 스미스의 작품에서는 어린 소녀가 아닌 성인 여성이 늑대의 배에서 당당하게 걸어 나온다.

라디에이터를 연상하게 하는 1988년작 '소화계'는 혀부터 항문까지 이르는 신체 기관을 주철로 만든 것으로, 스미스의 초기 대표작이다.

2017년작 '세상의 빛'은 판화와 사진을 결합한 작품이다. 2005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머물던 작가가 강에 비친 햇빛을 찍은 사진으로 청사진을 만든 뒤 이를 다시 여러 번 겹쳐 판화로 찍어내는 방식으로 햇빛의 반짝임이 더욱 살아나는 효과를 거뒀다.

초기에는 의도적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1990년대 이후 작품에는 작가 자신이 적극적으로 등장한다. 1990년작 '무제(머리카락)'는 고무로 자신의 머리와 목을 본뜬 고무 캐스트에 잉크를 묻혀 석판에 찍어내고 머리카락은 흩뜨려 복사기로 인쇄한 뒤 석판에 전사한 것으로, 일종의 자화상이다.

키키 스미스, 자유낙하, 1994 키키 스미스, 자유낙하, 1994

[ⓒ 키키 스미스, 유니버설 리미티드 아트 에디션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전시 제목인 '자유낙하'는 1994년 제작한 동명의 판화 작품에서 따온 것으로, 다양한 매체를 탐구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해 온 스미스의 작품 세계를 함축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나신의 작가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한 장면을 담은 이 작품은 평소에는 책처럼 접었다가 하나씩 펼쳐나가며 감상하도록 만들어진 것으로, 평면 매체인 판화와 3차원인 조각을 넘나드는 접근 방식을 보여준다.

전시를 앞두고 14일 화상 연결로 만난 스미스는 어린 시절 온돌방에 까는 장판지에 대해 알게 되면서 종이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한국이 저에게 정말 큰 영향을 끼쳤어요. 한국에서는 한옥 바닥에 종이인 한지를 깔고 밑에서 따뜻한 열이 나오는 구조가 있다고 들었어요. 이것을 알게 되면서 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종이라는 것이 조각적인 요소가 될 수 있고 심지어 이불과 같이 덮고 겹칠 수 있다는 것이죠. 이후 제 드로잉과 프린트 작업을 겹치기 시작했고 종이를 조각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시는 내년 3월12일까지. 무료 관람.

작가 키키 스미스 작가 키키 스미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14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화상으로 참여한 작가 키키 스미스. 2022.12.15. zitrone@yna.co.kr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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