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올해의 재판 ③] "전장연에 강제조정, 타협하라 의미…사법 결정주의 우려"

[2022 올해의 재판 ③] "전장연에 강제조정, 타협하라 의미…사법 결정주의 우려"

데일리안 2022-12-29 05:22:00 신고

3줄요약

강제조정, 당사자들이 합의 못할 때 재판부 직권으로 내리는 결정

법조계 "법리로만 판결하면 사회적 약자인 전장연에 불리, 재판부도 부담…조정 회부로 부담 덜어"

"양측에게 책임 분담 요구, 타협 통해 갈등 해결하라는 취지…재판부가 갈등의 본질 잘 잡아"

"어떤 갈등이든 법으로만 해결하려는 풍토 만연…대화·타협하고 포용력 있는 사회분위기 형성돼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역에서 지하철에 탑승해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촉구하는 출근길 선전전을 하고 있다. 2022.12.20. ⓒ뉴시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역에서 지하철에 탑승해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촉구하는 출근길 선전전을 하고 있다. 2022.12.20. ⓒ뉴시스

법원이 출근길 지하철 탑승시위를 벌여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에 열차운행을 5분 넘게 지연시킬 때마다 500만원을 서울교통공사에 지급하라고 조정 명령했다.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강제 조정을 결정한 이유는 "타협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라는 취지"라고 해석했다. 아울러 정부가 사회적 갈등을 대화가 아니라 법으로만 해결하려는 우려도 있다며, 우리 사회에 만연해지고 있는 '사법 결정주의'를 경계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장혜영 서울중앙지법 상임조정위원은 전장연에 지하철 탑승시위를 중단하고, 열차 운행을 5분 이상 지연시켜선 안 된다고 지난 21일 결정했다. 아울러 이를 위반할 때마다 공사에 500만 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서울교통공사에는 지하철 전체 275개 역 중 19개 역사에 2024년까지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라고 주문했다.

전장연은 지난해 1~11월 7차례에 걸쳐 열차 내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승·하차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벌였다. 공사 측에 △지하철 휠체어 리프트 사망사고에 대한 공식 사과 △장애인 이동권 보장 약속 파기에 대한 공식 사과 △장애인 탈시설지원조례 제정 약속 이행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는 같은 해 11월 전장연이 고의로 열차운행을 지연시키는 불법행위를 계획하고 실행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공사와 전장연이 타협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라며 소송을 조정 회부했다.

강제조정은 당사자들이 합의하지 못할 때 재판부가 직권으로 내리는 결정이다. 전장연 사건의 경우 법리적으로 접근하면 이들에게 불리한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사회적 비난을 덜기 위해 조정을 했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홈즈 법률사무소 하서정 변호사는 "이 사건은 법리로만 판결하면 사회적 약자인 전장연에게 불리한 판결이 간다. 이렇게 되면 재판부 입장에서도 부담을 갖게 된다"며 "그런데 조정을 회부하면 원고와 피고간의 상호 합의를 하도록 유도하게 되기에 재판부 입장에서도 부담이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에서 장애인권리예산 등을 촉구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에서 장애인권리예산 등을 촉구하는 '제41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특히 재판부가 강제 조정을 주문하며 양측에게 책임을 분담하도록 요구한 것은 소송이 아닌 타협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라는 취지라는 것이다.

광덕안정 청량리 법률사무소 정구승 변호사는 "서울교통공사와 전장연 양측이 모두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조정을 진행한 것 같다"며 "인사위원의 요구가 다른 곳으로 번지지 않도록 갈등의 본질을 잘 잡아준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현명하게 조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올 한해 전장연 뿐만 아니라 화물연대 파업 등 사회적으로 많은 시위와 집회가 있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사회적 갈등을 대화가 아니라 법으로만 해결하려고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포용력이 넓은 사회로 나갈 수 있도록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숭인 김영미 변호사는 "대화로 해결이 안돼서 결국 법으로 가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는 모양새다. 기본적으로 대화하고 타협하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며 "사람들이 포용력을 갖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 역시 "당사자끼리 합의가 안되는 경우에 이용되는 것이 법이기에 때문에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재판의 판결로서 사법 결정주의로만 가게 되면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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