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9, 8, 7⋯"
한 남성이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이에 다리 난간을 붙잡고 서 있던 남성은 그대로 하천 위로 뛰어들었다. 영화 촬영이나 번지점프는 아니었다. 술에 취해 시작된 '위험한 내기'였다.
지난 2021년 9월 어느 날, A씨와 B씨는 저녁까지 술을 마시다 취한 채로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러다 대구의 한 하천에 설치된 다리를 지날 무렵, 둘은 '내기'를 해보기로 했다.
'다리 위에서 하천으로 뛰어내리기'
뛰어내리지 못하는 사람이 뛰어내린 사람에게 10만원을 주기로 했다. 그리고 둘 중 누가 먼저 뛸지는 게임을 통해 정했다. 그렇게 B씨가 먼저 뛰는 것으로 순서가 결정됐다.
그렇게 실제로 하천에 뛰어내린 B씨는 결국 사망하고 말았고, A씨는 이 일로 재판에 넘겨졌다. 혐의는 '과실치사'로, 고의가 아닌 부주의나 실수로 다른 사람을 사망하게 했을 때 적용된다(형법 제267조).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해당 사건을 맡은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5단독 김옥희 판사는 판결문에서 당시 A씨의 행동 두 가지를 지적했다. 우선, ①A씨가 내기를 시작하기 전 자신이 하천으로 뛰어내려 보려다 무서워서 포기했던 점이었다. 이어 ②B씨가 하천으로 뛰어내릴 것을 압박했던 점 역시 김 판사는 짚었다. 당시 B씨가 난간을 붙잡고 뛰기를 망설였는데, A씨는 이를 휴대전화로 촬영하며 숫자를 10부터 거꾸로 세며 뛰어내릴 것을 부추겼다. 그런데도 B씨가 선뜻 뛰어내리지 못하자, "다시"라고 말하며 10부터 1까지 또 한 번 숫자를 세기도 했다.
이를 종합했을 때 자신도 무서워 피했던 일을 내기를 통해 부추겼고, 결국 피해자의 사망을 초래했다고 김 판사는 판단했다. 이 밖에도, △당시 비가 내린 직후로 하천의 수심이 평소 수심(2m 이상)보다 높았던 점 △B씨가 수영을 배운 적이 없었던 점 △하천 주변에 구조할 수 있는 튜브 등 구조장치가 없었던 점 등도 고려됐다.
그러면서 김 판사는 "A씨의 잘못으로 피해자(B씨)의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꾸짖었다. 그렇다면 처벌은 어땠을까. 김옥희 판사는 지난해 12월 A씨에게 금고(禁錮)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피해자인 B씨 측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은 A씨에게 불리한 양형이었지만,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피해자 유족을 위해 공탁금을 낸 점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 마지막으로 "A씨가 자신의 실수로 친구가 생을 마감하게 됐음을 자책하며 평생 정신적 고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며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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