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한국의 전세 제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까?

부동산: 한국의 전세 제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까?

BBC News 코리아 2023-01-09 17:56:04 신고

최근 금리 상승과 이로 인한 집값 하락이 '깡통 전세'를 내세운 전세 사기를 수면 위로 끌어내면서 전세 제도를 둘러싸고 치열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전세는 다른 국가에서 보기 힘든 한국의 독특한 주택 임대차 제도다.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집값의 50~80%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내고 계약 기간 동안 거주하는 방식이다.

조선시대에도 전세와 유사한 제도가 존재했지만, 전세 제도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건 6・25 전쟁 이후 산업화 시기를 거치면서다.

전세 제도는 국내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잡기 전에 사금융 역할을 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집을 일정 기간 동안 내어주는 대신 돈을 융통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은 BBC 코리아에 "당시 빠른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건설 경제를 활성화하는 게 중요했다"라며 "아파트를 많이 짓고 공급해야 하는데 건설사도 국민들도 돈이 없다보니 지금의 분양 제도와 전세 제도가 자리잡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 입장에서는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고, 건설 회사는 많이 지어서 팔 수 있고, 세입자는 집값의 절반 정도만 내고 편하게 거주할 수 있고, 집주인은 여러 채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좋은 제도였죠."

왜 문제투성이가 됐나

금리가 급등하고 집값이 하락하면서다 전세 제도로 인한 문제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서 전세 자금 대출로 매달 나가는 돈이 월세보다 많아졌고, 이로 인해 전세 수요가 급감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임대차계약 중 월세가 45만2214건, 전세가 39만2218건으로 집계가 시작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월세 건수가 전세보다 많았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집값이 하락하면서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높은 '깡통전세'가 속출했다. 이 경우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줄 수 없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자본금 없이 전세보증금으로 깡통주택 수백, 수천 채를 사들였던 빌라왕 등 투자자들이 보증금을 상환할 수 없게 되면서 피해자들이 속출했다.

전세 제도의 운명은?

전세 제도의 존폐 여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리지만, 현실적으로 당장 사라지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중장기적으로 전세 제도를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등을 중심으로 한 선진형 주택금융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는 과거와 달리 경제 대국으로 도약했는데 주택금융만 후진 형태로 유지하고 있다"라며 "전세 제도가 유지되는 한 세입자 보호, 전세 사기 대책,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대책이 계속 나와야 하는데, 이에 대응하는 편법도 계속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금 당장 전세 살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에 (제도를) 한순간에 없애는 건 많은 문제를 불러올 것"이라며 "현재 전세 세입자들이 집주인으로부터 주택을 매입하면 양도세와 취득세를 면제해주는 등 4년 정도의 텀을 두고 세입자를 최소화하면서 전세 제도를 전환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전세 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순기능을 고려하면 종말을 논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세입자가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보증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임대인의 권리 관계나 세금 체납 여부 등 개인정보를 좀 더 꼼꼼하게 따져보고 기준에 미달할 경우 계약이 불가능하도록 조사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입자가 집주인이 아니라 보증보험회사에 전세금을 먼저 전달하면 회사가 전세 계약이 안전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집주인에게 돈을 입금하는 에스크로 거래 방식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김 소장은 "20, 30대 세입자가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임대인의 정보를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고 공인중개사가 사기에 가담했을 경우 그야말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라며 "공공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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