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환 '신당역 스토킹 살인' 그 후 4개월…무엇이 바뀌었나

전주환 '신당역 스토킹 살인' 그 후 4개월…무엇이 바뀌었나

로톡뉴스 2023-01-09 19:18:3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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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스토킹 살인은 막을 기회가 2번 있었다. 하지만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수사기관은 스토킹 혐의가 추가됐을 때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으며 이 기회를 모두 놓쳤다. /연합뉴스·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현재까지 13차례 반성문을 제출한 신당역 스토킹 살인범 전주환. 그는 지난 재판에서 "후회하고 반성하며 살아가겠다"며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내일(10일) 그에 대한 재판이 또 한 번 열릴 예정이다. 해당 사건으로 스토킹 범죄에 대해 경각심이 더욱 높아진 만큼, 법원이 어떤 판단을 할지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사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은 막을 기회가 2번 있었다. 하지만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수사기관은 스토킹 혐의가 추가됐을 때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으며 이 기회를 모두 놓쳤다. 물론, 이미 구속영장이 한 번 기각됐기에 수사기관에서는 섣불리 움직이기 어려웠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의 안일한 태도가 이번 살인을 불렀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에 대해 원재천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이었다면 구속영장 기각한 판사는 옷 벗었어야 했을 거다."

미국에서는 접근금지명령 위반 자체가 '중범죄'

원재천 교수가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가 제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전주환을 2차례나 고소했다. 하지만 첫 고소 땐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고, 두 번째 고소 땐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도 않았다. 1년 이상 350차례에 걸쳐 불법 촬영물과 메시지를 전송하며 협박하고, 스토킹 범죄까지 저질렀음에도 그랬다.

원재천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교수. /로톡뉴스 DB
원재천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교수. /로톡뉴스 DB

이에 대해 미국 뉴욕주에서 검사로 재직했던 원재천 교수는 "접근금지명령(OOP⋅Order of Protection)만 제대로 작동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원 교수는 "만약 미국이었다면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하지 않은 경찰 등이 모두 책임지고 물러났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투표로 판사를 뽑기 때문에 이런 이슈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은 많은 주에서 선거를 통해 판사를 선출한다. 임기마다 선거에서 당선돼야 판사로 계속 근무할 수 있다.

또한 원 교수는 "미국에선 가해자가 접근금지명령을 위반하면, 그 행위 자체로 felony(중범죄)가 적용된다"며 이와 다른 한국의 실상을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에선 접근금지명령을 어겨도, 벌금형이나 징역형의 집행유예 정도로 가벼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신당역 사건 이후 4개월⋯변한 것도 있지만, 아직 미비하다

그래도 사건 이후 약 4개월 동안 변화가 있긴 했다. 법무부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합의를 강요하며 괴롭히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반의사불벌죄' 조항의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이전과 다른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감지되기도 했다. 경찰청이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경찰의 잠정조치 4호(최대 1개월간 유치장 구금) 신청 건수는 지난해 8월 50건에서 9월 131건, 10월 146건으로 약 3배 늘었다.

하지만 실제 피해자의 보호 확대로 이어지진 못했다. 경찰이 잠정조치 4호를 신청해도, 법원이 이를 인용한 비율은 여전히 저조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법원의 잠정조치 4호 기각률은 8월 54% ·9월 44% ·10월 50%로 절반 수준이다.

관대한 처벌 수위도 꾸준히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피해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법원 결정도 여전했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해 11월, 법원은 스토킹 가해자에게 "피해자와 '1m 이내'로 접근을 금지한다"고 결정했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집 아래층에 거주하고 있다'는 게 1m로 접근금지 거리를 정한 이유였다. 100m로 접근을 금지하면 가해자가 자신의 집에 살 수 없게 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접근금지 거리 '1m'로 결코 추가 범죄를 예방할 수 없다. 지금도 피해자의 보호가 가해자의 사정에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셈이다.

피해자 현실 고려 못 하고, '기준'만 엄격히 따지는 수사기관과 법원

로톡뉴스는 스토킹 범죄 피해자를 대리한 경험이 있는 일선 변호사들에게도 의견을 물었다. 변호사들 역시 "스토킹 범죄 피해자를 대리했을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수사기관⋅법원의 공감능력 부재"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오현의 이주한 변호사는 "스토킹범죄가 무서운 이유는 다름 아닌 예측할 수 없는 불안감과 공포감이 지속된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피해자가 직면한 이런 상황을 고려한다기보다는 수사기관⋅법원에서 지나치게 피상적으로만 보려고 하는 모습을 종종 경험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공감능력의 부재 때문에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이 변호사는 지적했다. 스토킹처벌법이 잠정조치 등을 규정하고 있어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다.

법무법인 오현의 이주한 변호사, 법무법인 한일의 추선희 변호사. /로톡뉴스·로톡DB
법무법인 오현의 이주한 변호사, 법무법인 한일의 추선희 변호사. /로톡뉴스·로톡DB

법무법인 한일의 추선희 변호사의 의견도 비슷했다. 추선희 변호사는 법원의 잠정조치 인용률이 낮은 것에 대해 "규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잠정조치에 대해 현행법상 구속 사유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본다는 것이다. 현재 구속 사유는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도망의 염려가 있는 때'로 세 가지다(형사소송법 제70조 제1항).

물론 범죄의 중대성과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도 고려 대상이긴 하지만, 이는 필수적인 검토 대상은 아니다. 추 변호사는 "현재 기준에선 스토킹 가해자에 대한 구속, 그리고 잠정조치 결정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며 "관련 사안 검토 시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를 필수적으로 보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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