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 감산 없다…삼성전자 셈법은

인위적 감산 없다…삼성전자 셈법은

데일리임팩트 2023-01-10 21:20:35 신고

3줄요약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전경.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전경. 사진. 삼성전자.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삼성전자의 소신은 지켜질 수 있을까. 

삼성전자는 여전히 ‘생산량을 조절해 시장에 영향을 주는 행위는 하지 않겠다‘고 감산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증권가의 시각은 다르다. 예상보다 업황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고, 반등 시기도 늦춰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4분기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대규모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에 미칠 영향을 의식해 표면적으로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더라도, 시설 점검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감산 효과를 꾀할 가능성이 높다고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진뜩 움추린 메모리

10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한파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분야는 메모리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전 세계 반도체 매출을 약 5960억달러(약 741조원)으로 잡았다. 지난해보다 3.6% 줄어든 규모다. 가트너는 올해 반도체 시장 성장률 -2.5%로 예측했는데, 3개월여만에 -3.6%로 하향 조정했다. 시장의 분석보다 반도체 업황이 더 좋지 않음을 보여준다. 

메모리 시장은 더 좋지 않다. 전년 대비 16.2%나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40%에 달하는 D램은 공급 과잉으로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가트너가 전망한 매출 규모는 742억달러(약 92조4000억원), 지난해(905억달러·한화 약 112조원)보다 20조원 가량 적다. 성장률도 -2.6%에서 -18%로, 감소 폭이 커진다.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 약세로 재고가 쌓인 쌓인 탓이다. 

이로 인해 D램 가격은 올 1분기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됐다. 또다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D램 평균판매단가(ASP)가 전분기 대비 적어도 13%, 최대 18%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다. 제품별 ASP 감소율은 PC용과 서버용이 15~20%, 모바일이 10~15%다. 

1분기는 전자업계의 비수기인데다, 이미 PC제조사들이 약 9~13주간 D램 재고를 비축해뒀다. 고부가 제품인 서버용도 공급업체들이 생산 비중을 늘린 반면 북미 클라우드 업체들이 투자 속도를 조절했다. 더욱이 DDR5 전환 시점도 지연됐다. 그나마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의 재고 수준이 평균 5~7주 정도로 건전하게 유지되고, 올해 판매 목표를 하향 조정함에 따라 모바일 D램만 비교적 완만하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 추이. 자료. 트렌드포스.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 추이. 자료. 트렌드포스.

‘D램 대장‘ 삼성도 비틀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4분기부터 반도체(DS)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추정된다. 잠정집계된 영업이익은 4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9%가 적다. 전사 영업이익의 3분의 2 가량을 책임지는 DS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8000억원에서 1조원을 내는 데 그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년도와 비교하면 80% 이상 폭락한 수준이다. 낸드의 경우, 1조원대의 적자를 발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가 재고 부담을 덜고자 가격정책을 수정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극자외선(EUV) 공정을 메모리에 도입한 이후 원가 경쟁력이 높아졌다고 밝혔는데, 재고를 줄이려 가격을 낮추는 공격적 영업을 펼쳤다는 것이다. 트렌스포스는 ”삼성전자만 경쟁력 있는 가격 덕분에 재고 수준을 소폭 낮췄다”고 밝혔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의 D램과 낸드플래시 ASP는 전분기보다 각각 22%, 24% 떨어졌을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D램의 부진이 지속될 점이라는 것이다. 트렌드포스는 ”마이크론, SK하이닉스가 생산량을 줄어도 공급 과잉을 여전할 것”이라며 “아직 바닥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시장 재고 수준은 여전히 높다. 스위스투자은행 UBS은 반도체 재고 수준이 일일 기준 업계 평균보다 40일 이상 높다고 분석했다. 최근 10년 사이 최고치다. 스마트폰과 TV, PC와 같은 전자·IT기기는 물론, 데이터센터와 같은 투자도 줄었고, 주요 기관의 예측대로 금리 인상,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소비가 살아나고 공급 과잉 문제가 풀리는 시점은 빨라야 올 상반기쯤이다. 2분기부터는 낸드, D램 모두 적자로 돌아서 2009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삼성전자 DS 부문이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12나노급 16Gb DDR5 D램.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개발한 12나노급 16Gb DDR5 D램. 사진. 삼성전자.

나홀로 ‘감산 無‘ 속셈은

일단 삼성전자는 인위적으로 공급량을 조정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종희 부회장이 CES 2023 기자간담회에서 계획대로 시설투자를 진행하고 있음을 알렸다. 삼성전자의 시설투자액은 DS 부문에 집중된다. 반도체 시설투자는 생산량과 직결되는 것으로, 바꿔 말하면 예정한 물량을 그대로 소화하겠다는 뜻이다.

반면 경쟁사들은 감산을 공식화 했다.  D램 3위 마이크론은 웨이퍼 투입량은 전 분기 대비 20% 줄였고, 설비투자액도 35% 가량 깎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저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조절하고 설비투자 규모를 절반 이상 줄인다.

재계에서는 시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삼성전자가 선뜻 감산을 공식화하지 못한다고 본다.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올해는 총수 체제의 원년이나 다름없다”며 ”주가 관리가 필요한 시점에 감산을 발표했다가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을 신경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 부회장이 실적 개선 의지를 밝혔다는 점에서 출하량을 자연스럽게 조절할 순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새 장비를 반입하면 라인에 최적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실제 삼성전자는 생산량이 줄어드는 시기를 이용해 가동을 멈추고 장비를 점검·시험해왔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제 클린룸 구축이 끝난 평택 3공장에 D램·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라인을 신설하기로 했다. D램 7만장, 파운드리 3만장씩 웨이퍼 생산량이 늘어난다. 1공장 낸드 생산라인도 정비한다. 12나노(㎚·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급 D램, 200단 이상 8세대 V낸드, 4나노 이하 미세 공정칩이 해당 라인에서 생산될 것으로 알려진다. 모두 올해 이후 도래할 반도체 업황 반등에 대비한 투자다.

설비투자가 위력을 발휘하려면 수율 안정화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생산량이 일정 수준 미달되면 2개 분기 이상 조업 손실이 난다”며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장비가 입고되는 동안에는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바꿀 이유는 없다”고 했다. 표면적으로는 기존 기조를 유지하되 실질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할 것이라는 얘기다. 

때문에 반도체 업계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경쟁사들의 공포심을 부추기고자 감산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해석을 한다. 삼성전자는 실적 설명회에서 수차례 ‘극자외선(EUV) 기반 공정을 D램에 도입해 원가 경쟁력이 높아졌고, 중장기적 수요 회복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D램과 낸드 시장 점유율 1위 업체가 감산에 동참하지 않으면, 공급 과잉 해소 시점을 앞당기기 쉽지 않다. 위민복 연구원 ”삼성전자가 감산이 없단 기조를 유지하는 것만으로 경쟁사들이 투자에 소극적으로 임할 수 밖에 없하다. 일종의 블러핑”이라고 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당초 올해 설비 투자 계획이 생산 능력 확대보다는 경쟁사와 좁혀진 기술 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투자였다”면서 미세공정 투자를 속도 조절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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