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한 이 대표는 오후 10시 42분께 조사를 마치고 성남지청 본관 밖으로 나와 "답은 정해졌고 기소할 것이 명백하다"며 "조사 과정에서 그런 점들이 많이 느껴졌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제시된 여러 자료를 봐도 납득할 만한 것들은 없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취재진의 다른 질문에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있을 때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네이버, 두산건설, 차병원, 농협은행 등으로부터 170억여원의 후원금을 유치하고 이들 기업에게 편의를 제공했다는 내용이다. 이 대표 측은 이에 "광고 계약은 성남시 행정과 관계없는 구단 임직원들의 영업활동 성과"라며 "성남시장은 구단의 광고영입에 관여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날 미리 준비했던 6장 분량의 서면진술서를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질문에는 "대부분 서면 진술서 내용으로 갈음한다"는 식으로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부 질문에는 의혹을 부인하는 취지의 구체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사실상 검찰 조사에 협조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의 소환 조사는 이번 한 차례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향후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을 검토한 뒤 늦어도 이달 중으로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자금 흐름을 톺아보면 되는 성남FC는 의외로 결론이 빨리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김 전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5월 말 검찰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태국으로 거처를 옮겨 8개월 가까이 도피 중이었다. 이날 현장에 함께 있었던 양선길 쌍방울 현 회장도 체포됐다. 검찰은 이들 전·현직 회장에 대한 인터폴 적색수배와 여권 무효화 조치를 하고, 김 전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한 수백억원 상당의 주식을 임의처분하지 못하도록 동결해 신병확보에 주력했다.
검찰은 태국 이민국 검거팀과 공조해 '김 전 회장 등이 골프장에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이들을 검거하는데 협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여권 무효화로 태국에서 추방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그가 국내 송환을 거부하는 소송을 제기하면 국내 입국까진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회장은 현재 수원지검이 수사하고 있는 쌍방울 그룹 관련해 각종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이다.
검찰 안팎에선 이 대표를 소환 조사하는 이 시점에 김 전 회장의 체포가 신속히 이뤄진 점을 주목하고 있다. 수원지검에서 쌍방울 그룹 관련한 배임·횡령, 전환사채 관련 허위공시 등 자본시장법 위반, 대북송금,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이 전방위적으로 수사가 확대되는 건 이 대표가 연루된 '자금 흐름'을 톺아보겠다는 생각으로 풀이된다. 김 전 회장의 송환 후 조사가 시작되면 '쌍방울 관련 의혹' 수사가 이 대표의 두 번째 출석 사건이 될 가능성이 있다.
Copyright ⓒ 아주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