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2세 경영'?… 못내 미련 가득한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

무늬만 '2세 경영'?… 못내 미련 가득한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

아주경제 2023-01-11 00:59:5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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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한글과컴퓨터그룹 회장 [사진=한글과컴퓨터그룹]

김상철 한글과컴퓨터그룹(이하 ‘한컴그룹’) 회장이 2021년 주요 계열사 지분을 장녀인 김연수 부사장에게 매각한 뒤에도 막후에선 그룹 경영에 관여해 왔다. 이는 작년까지 한글과컴퓨터가 비핵심 사업을 대거 정리하는 기간에도, 한편으로는 일부 블록체인·메타버스 관련 사업에 투자한 배경이다. 이미 대외적으로 김연수 부사장 중심의 한컴그룹 ‘2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했다고 알려졌지만, 그룹 차원의 사업 전략 방향을 놓고 부녀 간 의견 차로 내홍을 빚을 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10일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김상철 회장은 작년 한 해 수시로 임원미팅·경영진 회의를 열어 한컴그룹 주요 계열사 사업 동향 파악에 힘을 쏟았다. 이는 김상철 회장이 올초 임직원 대상 신년사를 통해 “경영 회의를 1년여간(2022년 한 해 동안) 참석하지 않았다”고 밝힌 내용과 다소 배치된다. 그룹 내부 사정에 밝은 A씨는 “김상철 회장이 한컴그룹 ‘공식 사장단 회의’와 별개로 빈번하게 ‘비공식 경영진 미팅’을 잡고 있어 임원들에겐 부담이 컸다”고 귀띔했다.

한컴그룹 측은 관련 문의에 “변성준 부회장이 그룹경영을 맡는 체제로 전환한 뒤 주기적인 임원 미팅이나 공식 경영회의에 김상철 회장이 참석하지 않은 지 오래”라며 “다만 계속 출근하면서 필요한 사안에 대해 간헐적으로 소규모 (임원) 미팅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공식 회의에서 그룹과 주요 계열 사 실적·계획 관리는 변성준 부회장과 김연수 부사장에게 일임했지만, 엄밀히 말해 김상철 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기보다는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역할과 점진적으로 거리를 두는 일종의 과도기에 있다는 얘기다.

김연수 부사장은 지난 2021년 5월 본인이 대표인 투자회사 ‘에이치씨아이에이치(HCIH)’를 통해 당시 500억원 규모 한글과컴퓨터 주식(지분율 9.4%)을 인수했다. 이 물량 대부분이 김연수 부사장 부친인 김상철 회장과 모친인 김정실 한컴위드 사외이사가 당시 개인 자격으로 보유한 지분이었기 때문에, 이 거래는 한컴그룹 오너 일가의 2세 경영 체제가 출범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현재 김연수 부사장은 한글과컴퓨터 주식 11.4%(개인 1.51%, HCIH 명의 9.89%)를 보유한 2대 주주이자, 한글과컴퓨터 각자대표 겸 그룹 미래전략총괄 임원이다.

한글과컴퓨터는 2021년 8월부터 변성준 단독 대표 체제를 변성준·김연수 각자 대표 체제로 변경했고, 작년 5월 한컴MDS(현 ‘MDS테크’) 등 11개 자회사 주식과 경영권을 플레이그램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기술을 포함한 글로벌·데이터·서비스 중심으로 국내외 신사업 확장과 기업 투자·인수합병을 추진 중이다. 이는 김연수 부사장이 비핵심 사업 계열사를 정리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한컴그룹 구심점을 한컴위드에서 한글과컴퓨터에 넘기려는 포석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메타버스 사업 전략 방향은 정리가 덜 된 분위기다. 한컴그룹은 2021년 7월 메타버스 전문기업인 ‘한컴프론티스’ 지분 55%를 인수, 한컴MDS 연결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후 한글과컴퓨터는 한컴MDS와 자회사를 매각했지만 한컴프론티스 지분 46.52%를 취득해 연결 자회사로 남겼다. 2021년 11월에는 싸이월드제트와 합작법인 싸이타운(당시 ‘싸이월드한컴타운’)을 설립하고 작년 7월 동명의 메타버스 플랫폼 ‘싸이타운’을 정식 출시했지만 당초 계획한 대체불가능토큰(NFT) 연계 등을 포기하고 작년말 합작법인 지분을 일부 매각해 연결 자회사에서 제외시켰다.

이후 한글과컴퓨터는 ‘아바토리’와 함께 또 다른 메타버스 신사업에 투자했다. 아바토리는 작년 설립된 신생 업체로 메타버스 아바타를 이용한 서비스·콘텐츠 사업에 초점을 맞춘다. 아직 자체 개발 인력이나 고유한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보긴 어렵다.

A씨는 “아바토리는 기획·사업개발 기능만 수행하고 있어 실제 구현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외주로 맡겨야 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김상철 회장 의지로 한글과컴퓨터가 아바토리에 자금을 투자했고 김연수 부사장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마지못해 일부 수용한 것”이라고 했다.

한컴그룹 측은 "한글과컴퓨터가 아바토리에 투자를 한 것은 맞다"면서도 "전략적 투자 성격은 아니고 미래 사업 기회를 가늠하면서 소규모 투자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황 상 김상철 회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 투자라는 점은 사실로 보인다.

작년 11월 공시에 따르면 한글과컴퓨터 최대주주는 회사 지분 20.64%를 보유한 한컴위드다. 김상철 회장은 단독 지분율 15.7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김연수 부사장도 한컴위드 지분 9.07%를 보유하고 있지만, 김상철 회장과 배우자인 김정실 사외이사 보유 지분(3.84%)을 합한 지분율은 19.61%로, 김연수 부사장의 지분율보다 두 배 이상 크다. 한컴그룹 차원에서 김연수 부사장의 입지는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김상철 회장의 막후 경영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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