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심사’ 논란에도…구현모 2기 굳히기

‘부실 심사’ 논란에도…구현모 2기 굳히기

데일리임팩트 2023-01-11 21:31:3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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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KT 대표가 2일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 KT.
구현모 KT 대표가 2일 열린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 KT.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구현모 KT 대표가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한다. 

구 대표는 지난해 말 차기대표이사 후보로 최종 결정되면서 사실상 연임을 확정했다. 다만 사실상 대관식이 될 주주종회까지는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하고 면밀한 심사‘라는 KT의 주장과 달리 ‘졸속 심사‘ ‘밀실 심사‘ 논란이 불거졌다. 거기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 의사를 표명한 가운데 회사 안팎에서 이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도 부담이다. 

이런 때 구 대표가 2기 체제 정비에 나선 것은 연임 정당성에 대한 논란들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라는 해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이달 중순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진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경영 일정을 고려한 결정이다. 

구 대표는 올해 경영 방향성으로 ‘이익을 보장하는 성장’, ‘미래에 인정받는 성장’을 제시했다. 지난해 디지털플랫폼기업으로 방향 전환에 성공한 만큼, 올해는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겠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활용해 산업별 상용 서비스를 선보이고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해외 진출도 서두르겠다는 계획이다. 기업가치 제고를 약속한 만큼, 실적 관리 외에도 밀리의서재 등 지난해 접었던 계열사 기업공개(IPO)도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예년과 달리 2달 가량 임원 인사와 조직 정비가 지연되면서 경영 의사결정도 밀렸다. 

KT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아직 일정이 정해지진 않았다“면서도 “계열사 뿐만 아니라 400여곳에 달하는 협력사가 경영계획을 확정하려면 그룹 인사가 먼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 늦추긴 어렵다“고 말했다. 설 연휴를 전후로 임원과 실무급 인사까지 마치고 조직도 정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번 인사와 조직 개편은 구현모 2기의 초석을 놓는 데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구 대표는 KT의 최고경영자(CEO)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상기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전망이다. 국민연금에연임 의사를 못 박은 셈이다. 

통신업계에서는 구 대표의 연임을 낙관했다. KT 서비스 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16조원을 돌파하는 등 경영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KT의 실적은 주가 부양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기준 KT 주가는 구 대표 취임 후 90% 상승했다. 

다만 구 대표가 안고 있는 문제가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구 대표의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는 상품권 깡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여야 의원 99명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벌금 1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자, 구 대표는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KT는 정관상 해임 요건이 아니고, 대표로 선임되기 전의 문제라는 이유로 ‘차기 대표직을 수행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외부의 판단을 달랐다. 구 대표에 대한 법적 판단이 내려진 시기는 지난해 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구 대표가 검찰에 기소되는 등 KT가 반부패정책이나 충분한 내부 회계 통제를 시행하지 못했다고 봤다. 이에 해외부패방지법 위반으로 KT에 과징금 630만달러를 부과했다. 그럼에도 KT가 ‘공정한 경선’을 강조하자 ’부실 심사’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KT에 따르면, 지배구조위원회가 대표이사 후보로 거론된 14명의 사외 인사와 내부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에서 검증된 13명의 사내 후보에 대해 적격 여부를 검토했다. 이후 심사 대상자들을 추린 뒤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가 총 7차례의 심사를 했다.

이사회 주요 활동. 자료. KT 홈페이지.
이사회 주요 활동. 자료. KT 홈페이지.

그러나 후보들의 면면이나 어떤 방식으로 심사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KT는 밝히지 않았다. 깜깜이 심사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일정상으로도 심층적으로 검증하기엔 빠듯했다. KT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15일 복수 후보 심사 추진안과 2023년 경영계획안을 의결하고, 닷새 뒤인 20일 대표이사 후보자군 구성에 대해 결정했다. 그리고 28일 구 대표를 단독 후보로 확정했다. 경선 확정부터 최종 후보 낙점까지 2주도 걸리지 않았다. 구 대표 내정을 위해 형식적인 경선을 진행했다는 추론도 가능한 대목이다. 

KT 안팎에서는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 저격수로 불리는 참여연대는 “회사 대표가 이사회를 자기 편 인물로 장악해 경영의 감시자 역할을 형해화하고 기업을 사실상 사유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주주 권익을 침해한 대표이사를 연임시키는 KT 이사회의 결정은 선관주의·충실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문제삼았다. 

KT새노조도 “KT 이사회가 CEO 후보 기준을 정한 지 8일 만에 심사를 확정한 것은 졸속 심의”라면서 “KT 이사회와 구현모 대표의 과도한 담합이었음이 확인된 만큼, 구 후보를 사임시킨 후 공정하고 투명하게 차기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도 압박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6일 원내대책위원회에서 “KT는 대표 후보 결정 과정에서 언론과 국회에 자료공개 요구에도 전혀 응하지 않는 등 밀실 단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역설했다.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구 대표의 낙마를 시야에 넣고 있다는 헤석이 나온다. 특히 경제계 신년인사회에 구 대표와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함께 불참한 것도 거취 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점이다. KT와 포스코는 민영화 이후에도 외풍에 시달려왔다. 전 정권 당시 KT, 포스코의 수장에 오른 두 사람을 대신해 친여 성향의 인사를 세울 수 있다는 추측이 무성하다. 

민간 경기 활성화를 부르짖는 정부가 기업, 나아가 재계와 당장 각을 세우진 않을 공산이 크다. 그렇지 않아도 약속했던 규제 혁신이 속도를 내지 못한 마당에 ‘정부가 기업을 쥐고 흔든다‘는 불만을 자초하기엔 위험 부담이 크다. 

국민연금의 반대도 큰 위력을 발휘하긴 어려워 보인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CEO 후보 결정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투명한 기준에 따라 해야 불공정 경쟁, 셀프연임, 황제연임 우려가 해소될 것”이라며 구 대표 내정은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표 대결이 벌어져도 국민연금이 판세를 뒤집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다.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9.99%이다. 현대자동차그룹(7.79%), 신한은행(5.58%) 등 구 대표 우호 지분은 12%가 넘는다. 50%에 달하는 외국인 투자자가 구 대표에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도 낮다. 실적과 주가 양쪽에서 확실한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통신업계에서는 주총을 기점으로 구 대표가 자신의 체제를 공고화할 것으로 본다. 사의를 표명한 이강철 사외이사 외에 친야 성향의 사외이사들을 점차적으로 구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인물들로 바꿀 것이란 시각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구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KT가 묵인한 상황이라, 연임이 결정된 거나 마찬가지“라며 “연임 정당성이 훼손된 건 앞으로 계속 문제가 될 수 있다. 때문에 구 대표가 주요 경영 현안을 결정함에 있어 자신을 지지해 줄 인사들을 영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T는 오는 3월 정기 주총에서 CEO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주총을 통과하면 구 대표는 황각규 전 대표에 이어 KT 수장을 연임하는 두 번째 대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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