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장관 일문일답] "정년연장, 일률적 법제화시 부작용…임금체계 개편 연계해야"

[노동장관 일문일답] "정년연장, 일률적 법제화시 부작용…임금체계 개편 연계해야"

연합뉴스 2023-01-12 06:00:22 신고

3줄요약

"MZ세대, 단군 이래 최대스펙인데 사회는 불공정…이중구조·양극화 해소해야"

"노동 개혁에 국민 공감…많은 사람이 건설노조 회계비리 얘기하더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세종=연합뉴스) 김승욱 홍준석 기자 = "정년 연장과 관련해 가장 직접적으로 맞물리는 쟁점은 임금체계다. 청년 고용이 심각한 가운데 과거처럼 획일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면 세대 갈등만 커질 것이다."

이 장관은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계속 고용과 관련해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연금 고갈을 막으려면 더 일해야 하는데, 획일적으로 (정년연장을) 하면 사법 리스크와 세대 갈등이 발생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계속 고용은 만 60세 정년이 지난 직원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으로 정년 연장·폐지, 재고용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장관은 "임금피크제(근로자가 일정한 나이가 되면 임금을 줄이는 대신 정년을 보장하는 제도) 등 관련 법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전부 소송으로 가서 사법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느냐"며 "정년과 관련된 것을 법으로 정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정년을 없애든, 연장하든, 재채용하든 노사가 알아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MZ세대는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을 쌓았는데 사회에 나오자마자 불공정을 경험한다"며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양극화 해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정부가 노조 재정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합원은 300만명(2021년 기준 293만3천명), 노조 조직률은 14.2%에 이른다. 옛날의 조그마한 노조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조직이다. 정치·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고 정권, 선거에도 영향을 미친다. 거기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한다. 요즘 뉴스에는 건설사를 협박해 돈을 뜯어낸 '조폭 같은 노조' 보도가 나온다. 이런 게 사회적으로 높아진 위상, 영향력과 300만명 조직에 맞느냐. 매우 많은 사람이 건설노조 회계 비리를 얘기하더라. 노동 개혁의 필요성에 많은 국민이 공감한다. 노조의 생명은 자주성과 민주성으로, 회계를 투명하게 운영해야 스스로 당당할 수 있다. 자주성은 사용자에게 돈 받지 않고 조합원들로부터 받은 돈을 투명하게 집행해야 가능하다. 법에도 회계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노사 법치주의는 무엇인가.

▲ 인간은 죽음이 두려워 종교를 만들고 자연이 두려워 사회를 만들었다. 사회에는 인간이 모여 있으니 갈등이 있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을 막기 위해 사회적 규범이 있어야 하는데, 그 최고 형태가 법이다. 노사 모두 법을 지켜야 자기 권리와 남의 권리가 보장되고 예측 가능한 사회가 된다. 헌법은 노동자가 약하다는 전제하에 노동삼권을 특별히 보장한다. 노동조합은 특별히 보호받으면 그만큼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 떼거리로 몰려가 불법을 저질렀는데도 봐주면 무법천지가 된다. 법치 측면에서 '노동 개혁'은 당연하고 모든 것의 출발점이다. 마구잡이로 파업한다고 센 노조가 아니다. 사장하고 대화도 제대로 못 하면 잘하는 노조라고 할 수 없다.

-- 임금체계 개편은 어떤 방식으로 추진하나.

▲ 연공(여러 해 일한 공로)형 임금체계를 직무·성과급제로 전환하는 것이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이다. 우리나라는 연공대로 임금이 쫙 올라간다. 초임은 낮지만 나이가 들면서 가족이 늘어나 부양의 필요성이 있고, 업무 숙련도가 높아지니 그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는 구조다. 그런데 근로자가 어떤 이유로든 해고돼 다른 기업으로 옮기면 다시 낮은 임금을 받게 된다. 이렇기 때문에 근로자가 기업에 종속되는 거다. 임금체계가 직무급으로 돼 있으면 어느 기업에서나 비슷한 대우를 받게 된다. 평생직장 개념이 없어지고 멀티잡(여러 직업)을 갖는 요즘 시대에 연공형 임금체계는 적합하지 않다.

-- 임금체계는 젊은 세대와도 맞물려 있는데.

▲ MZ세대는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을 쌓았는데, 사회에 나오자마자 불공정을 경험하게 된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양극화 속에서 임금체계, 노사관계 시스템이 MZ세대에 너무 불공정하게 형성돼 있다. MZ세대가 경제활동인구의 45%이고 우리 사회의 주역인데 주역 대우를 못 받는 것이다. MZ세대는 '임금체계 시스템은 너희(기성세대) 기득권 중심이야'라고 한다. 정부는 이것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국가가 지속 가능하게 해줘야 한다. 현재 임금체계 시스템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고 한국 사회에 기여하는가? 아니다. 양극화와 이중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다.

-- 인구 고령화에 따라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 정년 연장, 계속 고용과 관련해 가장 직접적으로 맞물리는 쟁점이 임금체계다. 청년 고용, 국민연금 수급과도 관련이 있다.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들고 연금 고갈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해소하려면 더 일해야 한다. 그런데 더 일하게 하면 사법 리스크와 세대 갈등 등이 발생한다. 여기서 핵심이 임금체계다. 청년 고용이 심각한 상황에서 정년이 보장된 근로자들은 '내 임금을 왜 양보해'라고 한다. '윈윈'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법으로 일률적으로 정해놓으면 부작용이 많이 생긴다. 정년을 없애든, 연장하든, 재채용하든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되, 정부는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해 임금체계가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개편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놓고 노동계는 '장시간 노동으로 회귀'라고 비판하는데.

▲ 주당 68시간이던 최대 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2018년 7월부터 52시간으로 3단계에 걸쳐 빠른 속도로 단축됐다. 16시간을 줄이면서 주 52시간 근무로 맞출 것을 강요하니 산업 현장에서 법을 못 지킨다. 어떤 경우든 52시간을 못 넘긴다고 하니 편법이 발생한다. 장부에는 근로자가 주 52시간 일했다고 적는다. 실제로는 더 일하지만, 돈을 안 준다. 돈을 주면 기록에 남아서 '주 52시간제'를 어긴 것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에 '공짜 노동'이 발생한다. 그래서 근로시간 유연화가 필요하다. 있으나 마나 한 법은 법을 우습게 아는 풍조만 조장한다. 일률적인 '주 52시간제'는 우리나라 노조가 제대로 역할을 안 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노조가 없는 사업장도 주 52시간 일하는데, 노조가 매달 조합원들로부터 노조비를 꼬박꼬박 받는 사업장도 주 52시간 일한다. 아귀가 안 맞는 것이다.

-- 노동계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을 강하게 요구한다.

▲ 우리나라 대부분의 노조는 합법적으로 단체행동권을 행사한다. 하지만 일부는 주요 생산시설을 점거하고 공장 안에서 연좌하며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이러니까 사측에서는 '노조로 힘이 기운다'고 한다. 노사 관계는 항상 힘의 균형을 맞춰줘야 한다. 노조가 수틀린다고 파업하면 안 된다. 그러면 예측이 불가능하지 않나. 파업하더라도 (노조가 사업장 등을) 두드려 패면 안 된다. 문제를 제기하고 불만을 얘기하되 남한테 피해 주지 않고 법 테두리 안에서 하면 손해배상·가압류 얘기가 안 나온다. 정부도 공권력을 이용해 사람을 마구 잡아가면 불법이지 않나. 정부와 노사 모두 법 테두리 안에서 실력을 행사해야 한다.

-- 파견 허용 업종을 넓히면 불안정 노동이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하는데.

▲ 파견제도 선진화의 목적은 파견근로자 보호와 유연한 인력관리 지원이라는 파견법의 취지를 고려해 변화된 노동시장 여건에 맞게 파견제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려는 것이다. 현재 파견근로자에 대한 차별과 임금 중간착취, 고용불안 등을 해소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간착취라는 우려를 불식하고 '동일 가치 노동, 동일 임금'의 원칙이 구현될 수 있도록 해 파견 일자리의 질을 개선하자는 것이다. 파견 제도를 선진화해 양질의 상용형 파견을 양성하는 것도 일자리 문제에 대응하는 중요한 방안이 될 수 있다. 노사와 터놓고 얘기해야 하는데 파견법 개정을 무조건 악마화해서는 안 된다.

ksw08@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지금 쿠팡 방문하고
2시간동안 광고 제거하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