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확신은 있었어요." 서은수는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다

"항상 확신은 있었어요." 서은수는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다

엘르 2023-01-13 00:00:00 신고


Q 화보 촬영 중 룩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표정이 되더군요. 〈마녀 2〉의 조현이 떠오르는 순간도 있었어요

A 매 컷마다 다른 상황을 연상했어요. 노란 레더 세트업을 입었을 땐 〈킬빌〉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었죠. 모습을 바꿔가며 색다른 장면을 만드는 경험은 재미있어요. 나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니까요.


Q 드라마 〈사장님을 잠금해제〉에서 맡은 정세연 역은 IT 기업 회장의 비서죠. 캐릭터 특성상 작품 속 스타일이 단조로워요. 이번 작품에서는 아쉽게도 외모나 스타일의 변주가 많지 않겠군요

A 감독님의 분명한 디렉션이 있었어요. “세연이는 예쁘게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없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하셨죠. 촬영 중 어떤 장면에서 조금 예쁘게 나오는 것 같으면 몇 번씩 다시 촬영하기도 했어요. 예쁜 척하는 장면이나 예뻐 보이는 조명 같은 건 다 뺐어요.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이 관건이었죠.


화이트 컬러 셔츠는 Axel Arigato. 타이는 Guc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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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정세연은 ‘AI보다 더 AI 같은 비서’로 불릴 만큼 감정 표현에 무딘 여성입니다. 톡톡 튀는 판타지 코미디인 극중에서 가장 건조한 얼굴로 등장해요

A 감정을 표출하는 장면이 별로 없는 정적인 사람이라 마음속의 파고를 많이 줄이려고 노력했어요. 다 내려놓고 하나씩 덜어내며 연기하는 작업을 많이 했어요. 힘이 들어갈 때마다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내쉬어야 했죠. 코믹한 장면에서는 뭔가 더 표현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그러나 세연에게도 반전이 있습니다. 의외의 ‘허당미’를 보게 될 거예요. 무뚝뚝하고 차갑고 감정 없어 보이는 그가 실은 학창시절 개그 동아리에 들었다는 내용도 나와요. 사랑도 알게 되죠.


Q 채종협 배우가 맡은 박인성과 정세연, 두 남녀가 가까워지는 어떤 부분에 공감하나요? 서은수가 타인과 가까워지는 방식과 비슷할지

A 둘의 러브 라인은 설득력이 강해요. 인성과 세연은 어쩔 수 없이 서로 부대끼는 관계예요. 자신도 모르게 서로 스며들죠. 그런데 제가 누구와 가까워지는 방식과는 좀 달라요. 저는 먼저 다가가는 사람이거든요. 마음속에 들어온 사람이 생기면 좋아하는 마음을 많이 표현해요.


Q 차분한 성격인 것 같아서 내향형일 거라고 짐작했어요. 의외로 외향형인가 봅니다

A 실은 MBTI 타입의 앞 글자가 E예요. 대학교 1학년 때 별명은 ‘아가짱’이었어요. 자기표현에 솔직한 어린아이 같다고. 오래된 친구들과 함께할 땐 완벽한 ‘E’ 유형의 사람이 돼요. 고향인 부산 사투리를 강하게 쓰고, 시끄럽게 놀죠. 성인이 되고 일을 시작하면서 서서히 변한 것 같아요. 한두 가지 결핍과 열심히 살고 싶은 마음, 하루빨리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생기면서 속으로 혼자서 하는 생각이 많아졌고, 그러면서 진지하고 내향적인 면을 갖게 됐어요.


블랙 컬러 롱 코트와 팬츠, 이너 웨어로 입은 터틀넥 톱, 부츠는 모두 The R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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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요즘은 친구들이 어떤 별명으로 부르나요

A 이제는 ‘서배우’라고 해줘요(웃음).


Q 지금의 직업을 일찍부터 꿈꿨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다죠. 어떤 아이였을까요

A 늘 배우라는 꿈이 시작된 순간을 어딘가 적어놓았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해요. 정확한 시작은 기억나지 않는데, 당시에도 막연하게 느꼈던 진로였어요. 주변에서 ‘탤런트’ 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Q 특출한 외모를 지닌 아이들이 꼭 듣던 이야기죠

A 나서는 거 좋아하고, 흥이 많았거든요(웃음). 신나게 춤추고 용돈받아 간식 사 먹는 재미도 있었죠. 그러면서 사람 앞에 서는 일을 좋아한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됐고, 덕분에 이 일을 오랫동안 꿈꿀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부모님 앞에서도 일상적으로 연기했어요. 앉아보시라 하고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들 연기를 똑같이 따라 했어요. 대사 녹음해서 갖고 다니면서 친구들에게 들려주기도 했죠.


화이트 컬러 셔츠는 Axel Arigato. 페이턴트 레더 스커트는 Michael Kors. 스틸레토 힐은 Bottega Veneta. 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화이트 컬러 셔츠는 Axel Arigato. 페이턴트 레더 스커트는 Michael Kors. 스틸레토 힐은 Bottega Veneta. 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그 결과 배우라는 진로를 반대하는 부모님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군요. 중·고등학생 시절 계속해 온 무용 대신 연기과로 진학했어요

A 무용과 입시를 치르려면 고유한 작품이 필요해요. 작품을 창작하는 데 드는 비용이 몇천만 원대였어요. 작품비를 며칠 안에 내야 하는 상황에 놓였을 때, 그토록 큰돈을 들여 무용과에 진학하는 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인지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부모님께도 작품비가 부담이어서 솔직한 생각을 말씀드렸더니 “네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라”고 하셨죠.


Q 연기를 학문으로 접하며 이 길에 더욱 확신을 가졌나요

A 1 · 2학년 학부생은 외부 활동을 할 수 없어요. 외부 흐름에서 자유로운 상태에서 기초를 쌓고, 연기 그 자체만 보며 자유롭게 표현하는 법을 배운 시간이었어요. 하고 싶던 공부를 하니 열정이 넘쳤어요. 〈연기란 무엇인가〉 같은 책을 들고 다니면서 열독하고, 영상원 학생들과 카메라 한 대 들고 다니며 과제 하고…. 즉흥적으로 대화하면서 연기하는 수업도 좋아했어요. 순수한 열정을 불태운 시간이 지금 생각해도 정말 귀해요. 항상 확신은 있었어요. 이 일을 직업으로 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계속. 나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열심히 하다 보면 더 많은 사람이 내가 가진 걸 알아봐줄 거라고 믿었어요.


Q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의 서지수로 서은수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배우 커리어의 초창기에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했던 작품을 만난 경험은 어땠을까요

A 더 많은 사람의 기억에 강렬하게 남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키웠죠. 그 후로 많은 작품을 했지만 지금도 저를 서지수로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황금빛 내 인생〉 이후에 왜 다른 작품 안 하냐?”는 질문을 받을 때도 있고요.


옐로 레더 재킷과 팬츠는 모두 Nancy Boo. 메리 제인 플랫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옐로 레더 재킷과 팬츠는 모두 Nancy Boo. 메리 제인 플랫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Q 근작인 〈킹메이커〉 혹은 〈마녀 2〉에서 보여준 얼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속에 선명하게 남은 캐릭터가 있나요

A 〈킹메이커〉의 수연이요. 그 작품에선 완전히 다른 얼굴로 보여서 못 알아봤다는 이야기를 꽤 들었거든요. 멋진 선배님들 사이에서 막내로 함께했던 작품인데, 현장 가는 게 너무 행복해서 매일 아침 눈뜨면 얼른 촬영하러 가고 싶었어요. 배려와 존중이 가득했던 현장이었어요.


Q 가장 행운이었던 기회는 무엇인가요

A 〈마녀 2〉의 조현을 만난 것이요. 처음 대본을 볼 때부터 조현 역이 궁금했어요. 그런데 저에게 딱 주어졌죠. 조현이 된 이후에 군대에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을 느꼈어요. 조현이 군인이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역 이후에는 새로운 다짐으로 열심히 살고 싶어진대요. 해낼 수 있을까 생각했던 일을 마쳤을 때 오는 통쾌함, 후련함, 행복함. 그런 감정을 복합적으로 느꼈어요. 꼭 다시 맛보고 싶은 기분이죠.


Q 어떤 배우를 향한 관심과 애정은 연기를 넘어 인간적인 매력 때문이기도 하죠.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A 이상일지 모르지만 모두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요. 사람 냄새 나는 배우, 연차와 경력이 쌓일수록 후배들을 더 많이 챙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김혜수 선배님처럼요. 주변의 모든 이에게 다정하고 섬세하게 다가가잖아요. 저도 그런 따뜻함, 사람을 진심으로 바라볼 줄 아는 힘, 밝은 눈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요.


블랙 롱 코트와 이너 웨어로 입은 터틀넥 톱은 모두 The Row.


블랙 롱 코트와 이너 웨어로 입은 터틀넥 톱은 모두 The Row.


Q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오래 즐겨온 취미가 보여요. 미술 전시를 감상하거나 그림을 즐겨 그리는 듯한 장면을 종종 업로드하더군요

A 그림 그리기를 늘 좋아했어요. 제멋대로 그려요. 실력이 좋은 것은 아니에요. 좋아하지만 너무 비싸서 소장하지 못할 작품을 모작한 것이 계기였죠. 지금은 집에 제가 그린 그림이 일곱 점 정도 걸려 있어요. 모작 외에 창작해서 완성한 그림도 있고요.


Q 한 인터뷰에서 좋아하는 작가로 앙리 마티스를 꼽았죠

A 맞아요! 마티스의 작품이 지닌 특유의 색, 러프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좋아해요.


Q 마티스는 당시 미술계에서 비일관적 표현성을 지녔다는 평을 들었잖아요. 오늘 촬영 중 특히 마음에 든다던 컷이 생각나네요. 얼굴이 머리카락으로 다 가려진 것이었죠

A 그저 예쁘게 나오기보다 자연스러운 이미지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장면의 요소들이 모두 조화를 이뤘을 때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움 같은 거요. 얼굴이 다 가려져도 괜찮아요. 제 눈에는 그런 게 멋져 보여요.


블랙 재킷은 Maisonmarais. 이너 웨어로 입은 트위드 튜브 톱과 와이드 데님 팬츠는 모두 Grace Elwood.


블랙 재킷은 Maisonmarais. 이너 웨어로 입은 트위드 튜브 톱과 와이드 데님 팬츠는 모두 Grace Elwood.





에디터 이경진 사진 강혜원 스타일리스트 노지영 헤어 스타일리스트 리원(SEOULBASE) 메이크업 아티스트 최시노(SEOULBASE) 어시스턴트 성채은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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