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연체 금융사 ‘블랙리스트’ 후폭풍…JMC자산운용, 내용증명 이어 소송 예고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 사옥. [신수정 기자]

[직썰 / 신수정 기자] 농협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대응하겠다며 연체 금융사 명단을 취합한 ‘블랙리스트’의 후폭풍이 일고 있다. 농협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JMC자산운용은 최근 농협중앙회를 상대로 내용증명을 발송한 데에 이어 법적 공방까지 예고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JMC자산운용은 지난달 23일과 이달 5일 두 차례에 걸쳐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앞으로 ‘허위 기재된 공문에 대한 항의 및 명예회복을 위한 정정 촉구’란 제목을 붙인 내용증명을 발송했다고 알려졌다. 

JMC자산운용은 내용증명에서 농협중앙회 산하 상호금융여신지원부가 지난해 12월 15일 각 지역 단위 농·축협 조합에 전달한 공동대출 관련 공문을 지적했다. 농협 상호금융이 연체가 발생한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명단을 공유하며 ‘해당 판매사에서 권유하는 공동대출 취급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하면서 연체 주범으로 낙인찍었다는 이유에서다. 

공동대출은 여러 단위의 조합이 함께 토지 매입자금 등을 조달하는 행위로, 사업 규모가 큰 부동산 PF 개발 사업을 위주로 공동대출을 받는 사업 환경이 조성됐다. 

농협중앙회는 금융당국이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PF 대출 부실 현상이 농·축협 공동대출과 부동산 개발 대출 부실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 부분을 강조하며, 향후 공동대출 취급 시 책임 실명제를 도입하고, 이를 위한 전산 개발을 완료하겠다고 알렸다. 

이 과정에서 공동대출 연체 금융사의 명단을 첨부했다. 명단에 오른 금융사는 JMC자산운용을 비롯해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한양증권, 케이프투자증권, 카카오페이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일투인베스트먼트, 위드파트너스, 헤리티지자산운용, MG새마을금고 등이 언급됐다. 

JMC자산운용은 연체 금융사들 중에서도 연체 규모가 가장 많다고 지목됐다. 이에 JMC자산운용은 자사가 농협 조합에 부실한 대출 상품을 판매해 대규모 연체를 일으킨 주범으로 몰렸다고 반발했다. 

특히 농협 측이 ‘판매사’로 표현하며 명단을 공개한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자사가 지역 농협 대출의 중재·주선 업무를 맡았지만, 대출 상품의 판매를 권유했다고 묘사한 것은 잘못이란 설명이다.  JMC자산운용은 “연체율이 높아진 대출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판매사란 용어를 선택했다”며 실제 대출 실행은 각 조합의 여신 심의를 거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JMC자산운용은 위 내용을 담은 내용증명을 농협중앙회 측에 보냈지만, 농협중앙회는 답변 기한인 이날까지 공식적인 회신을 보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JMC자산운용은 추가 내용 증명과 더불어 공식적인 소송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PF의 ‘큰 손’으로 불리던 농협이 사실상 사업 파트너로서 기피할 금융사를 지목한 행위는 부실 금융사로 ‘낙인’찍고, 해당 금융사들의 다른 거래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금융권에선 JMC자산운용 외에도 부동산 개발 대출을 둘러싼 갈등이 생겨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한파에 PF 대출 부실문제가 떠오르면서 책임 공방이 만연할 가능성이 있다”며 “농협 블랙리스트에 오른 금융사들 중에 JMC자산운용에 이어 또다른 금융사도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