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간다] KB證 임직원 라임 판매 ‘무죄’ 논란…박정림 사장 면죄부 우려

[끝까지 간다] KB證 임직원 라임 판매 ‘무죄’ 논란…박정림 사장 면죄부 우려

더리브스 2023-01-18 17:49:03 신고

3줄요약

2019년 여름부터 연쇄적으로 불거진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는 많은 금융 소비자 피해를 야기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제정되고 금융사들이 내부통제를 재정비하는 등 의미 있는 진전은 있었지만, 피해 구제 절차는 온전하지 않아 시간이 갈수록 남아있는 피해자들의 고통은 가중된 모습입니다.

더 나아가 피해자들은 금융사들의 잘잘못을 입증해야만 원금을 반환받을 수 있는 처지에 놓이게 된 만큼, 철저한 진실규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볼수록 얽히고설킨 사모펀드 사태. 이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고 피해자들의 억울함이 해소되며 금융시장에 정의가 바로 서기까지, 끝까지 진실을 추적하고자 합니다.

라임자산운용 홈페이지 메인. [사진=라임자산운용 제공]
라임자산운용 홈페이지 메인. [사진=라임자산운용 제공]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불완전판매했다는 혐의를 받은 KB증권 전·현직 임직원이 대거 무죄 판결을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법원은 KB증권 법인에 벌금 5억원을 선고했지만 판매 관련 당사자들에게는 무죄 결정을 내린 만큼 이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더 나아가 금융위원회가 사모펀드 판매사 CEO들에 대한 중징계 심리를 재개할 예정인 가운데 KB증권 박정림 사장을 포함한 관련 CEO들에게 내부통제 책임에 대한 면죄부가 내려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KB증권 전·현직 임직원, 불완전판매 혐의 무죄?


1조6000억원대 펀드 환매 중단 피해를 야기한 라임 판매사 중 하나인 KB증권 전·현직 임직원들에 대해 법원이 무죄판결을 내렸다. 앞서 같은 라임 판매사인 대신증권의 장영준 전 반포WM센터장이 사기적부정거래 혐의가 인정돼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과 대조적이다.

서울 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4부(부장 김동현)는 지난 1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를 받고 있는 KB증권 김 모 씨 외 임직원 4명과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KB증권 법인 등에 대한 선고공판을 진행했다.

해당 재판부는 KB증권 전 델타솔루션부 팀장 김 모 씨에게만 징역 2년형을 선고하는데 그쳤다. 라임운용과 맺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에서 핵심 역할을 하며 판매수수료를 우회로 수취한 혐의만 인정한 것. 그 외 직원 류 모 씨, 김 모 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내려졌으며 문 모 씨와 신 모 씨도 징역 6월과 8월 선고 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들에 대한 벌금 역시 선고 유예로 끝났다.

앞서 KB증권 전·현직 임직원들은 라임운용의 국내투자 펀드와 관련 펀드 자산에 부실이 발생한 사실을 알고도 2018년 말~2019년 초 자체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하며 고객에게 상품을 지속 판매한 혐의 등으로 검찰 고소됐다. 검찰은 핵심 피고인인 김 씨에게 징역 8년, 벌금 3억원을, 문 씨에 징역 6년, 류 씨와 이 씨에 징역 4년, 신 씨에 징역 2년 등을 구형하고 각각 벌금 1억~2억원을 선고하도록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KB증권 법인에도 솜방망이 처분?…피해자들 반발


재판부는 KB증권 법인에 대해서도 검찰이 요청한 벌금형보다 2억5000만원 낮은 벌금 5억원 처분만을 내렸다. KB증권이 펀드 부실을 사전에 인지했다는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라임 펀드와 관련해 실체 없는 투자사에 편중 투자되고 있다는 풍문이 있었던 것은 맞고 이에 대해 (KB증권에서) 어느 정도 조사가 이뤄진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그 조사 결과에 대한 보고서가 작성된 것은 2019년 4월이며 보고서 내용도 ‘풍문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것”이라며 조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결과와 다른 인식을 가질 수 있었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KB증권이 2019년 1~2월경 펀드 기초자산에 대한 확인과 분석을 진행했고 리스크 가이드라인을 변경했지만 기초자산을 확인하고 분석했다고 해서 펀드의 부실 징후나 부실 가능성을 판단하기는 어려웠다고 보인다며 “변경된 리스크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이 부실 가능성을 인식해 이뤄진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KB증권이 선제적으로 진행한 스트레스 테스트도 “인위적으로 여러 수치를 놓고 거기에 회수율을 추정해 본 것에 불과하다”며 펀드의 부실 가능성은 외면했다. 이밖에도 재판부는 국내투자펀드가 사전에 고지한 대원칙 하에 투자가 이뤄졌다며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경제 상황과 수익률 변동에 따라 자유자재로 투자 대상은 얼마든지 변경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라임 피해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재판부가 임직원들에게 사실상 판매책임에 대해 면죄부를 내준 결정인 만큼 사모펀드를 가입한 피해자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처사로 읽혀서다. 라임 피해자 A씨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KB증권이 ‘A등급회사에 투자’라고 제안서에 적었다고 해서 A등급회사에 투자한다고 믿는 사람이 잘못한 것이라는 판결”이라며 “비행기 탈 때 미국에 간다고 하고 러시아에 내려줘도 비행기를 탄 고객들의 잘못으로만 치부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모펀드가 다양한 등급에 투자한다고 해도 그건 다른 사모펀드들 이야기이고 A등급회사에 투자한다고 하는 펀드가 B등급에 투자하면 그것은 사기”라며 “판사라는 사람이 기본 판단 능력도 없는 사람인지, 뒤로 청탁을 받고 얼굴에 철판을 깔고 판결을 하는 사람인지 궁금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재판결과, 라임 CEO 책임 덜어주나


KB증권 박정림 사장. [사진=KB증권 제공]
KB증권 박정림 사장. [사진=KB증권 제공]

피해자들 입장에서 보면 이번 재판 결과가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 KB증권과 나란히 라임 판매 관련 혐의를 받고 있는 대신증권과 신한투자증권 둘 다 최소한 전직 핵심 임직원들이 징역형을 선고받은 반면 KB증권 임직원들만 불완전판매 혐의 등을 면해서다.

특히 2020년 5월 구속 기소된 대신증권 장 전 센터장이 2021년 사기적부정거래 혐의로 2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후 이와 동일한 수준의 형이 내려진 적조차 없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라임 피해자 측은 “그간 수많은 금융사의 숱한 사기판매에도 불구하고 장 전 센터장에 대한 사기적부정거래 판결이 국내 처음이었다는 것이 정말 실감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모펀드의 부실이나 부실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기에 그 뒤에 이뤄진 ‘라임 AI스타펀드’ 재구조화로 인한 플루토 펀드의 자금 투자 행위가 자본시장법에 위반된다든가 사기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해 충분한 증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도 판시했다. 이는 사실상 충분한 증명이나 근거를 토대로 판결이 내려졌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그러함에도 이번 판결이 중징계 처분을 기다리고 있는 KB증권 박정림 사장, 대신증권 양홍석 사장 등 라임 판매 증권사 CEO들에게 일부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금융위가 내부통제에 대한 기본적인 법리가 확립됐다고 판단함에 따라 지난해 3월 중단된 제재 심의를 내달부터 재개할 예정인 가운데 유사사건에 대한 법원의 입장 등이 검토되기 때문이다.

라임 피해자 측은 이를 우려하며 “KB증권은 혐의가 있음에도 사기적부정거래에 대해 무혐의가 됐다”며 “우리은행장에 대해서는 문책경고 징계가 내려졌지만 법원에서 사기적부정거래 판결까지 확정된 대신증권 양 사장에 대해서도 징계가 이뤄지지 않으면 거꾸로 가는 일이 될 듯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 측은 “대규모 소비자 피해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필요성과 제재상대방의 법적 불안정성을 해소할 필요성, 그간 재판부가 제시한 공통적 법리에 따라 구체적·개별적 처분사유에 대한 판단을 내릴 권한이 처분청에게 부여돼있다는 사실 등을 고려해 그동안 심의가 잠정 보류됐던 제재안건들에 대한 심의를 제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KB증권 관계자는 더리브스의 질의에 “라임펀드 TRS 거래 당사자로서 금융회사가 마땅히 행해야 할 리스크관리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적정한 내부통제 업무 프로세스를 통해 라임펀드(AI스타3호)를 판매했다”며 “각자 맡은 바 자리에서 본연의 역할을 정상적으로 수행한 것이 ‘사기적 부정거래’라는 부도덕한 기망행위로 오해 받을 뻔했으나 이번 판결을 통해 사실이 아님이 밝혀져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박 사장 징계와 관련해서는 이 관계자는 말을 아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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