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르보이스] 결혼할 결심

[엘르보이스] 결혼할 결심

엘르 2023-01-19 00:00:00 신고


결혼할 결심
결혼을 결심했다. 내가 결혼을 확신하게 될 날이 오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내 결혼 소식은 지인에게도 놀라운 일이었나 보다. 한 지인은 “어떤 사람과 결혼하게 될지 늘 궁금했는데 드문 확률로 딱 맞는 짝을 만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몇 해 전 내 남편이 될 다니엘 튜더의 책을 읽었다고 했다. 나 역시 책을 통해 그를 잘 알게 됐다. 책을 읽고 그의 생각에 흥미를 갖게 됐고, 우연한 계기에 만난 우리는 드문 확률로 사랑에 빠졌으며, 기적처럼 동시에 결혼을 바라고 결심하게 됐다.

나는 매일 그의 존재에 감탄한다. 가만히 쳐다보고 있노라면 내가 어떻게 이 사람을 만나게 됐는지 인연의 끈이 놀랍게 느껴진다. 아마 전 세계에서 내가 결혼을 결심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 역시 누구나 결혼에 대해 느낄 법한 여러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사랑의 유효기간에 대해서도, 일상을 공유하며 생길 크고 작은 충돌에 대해서도, 두 사람의 순수한 동기 이상이 필요한 것 같은 결혼의 무게와 주변의 얽히고설킨 관계들에 대해서도 말이다. 언젠가부터 인생의 동반자에 대한 생각이 커졌지만, 딱 맞는 상대를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회의적으로 느껴졌다. 삶에서 중심을 잡아갈수록 내 옆을 채워줄 존재의 모양은 점점 복잡하게 그려지기도 했다.

최근 읽은 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미혼 남녀 10명 중 3명만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결혼에 들어갈 비용 부담 때문이기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결혼하고 싶은 상대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통계를 보자면 어떤 면에서 결혼은 시대 흐름을 역행하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도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 느꼈다. 결혼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구나! 자칫 로맨스는 깨지기 쉽고, 서로의 희생을 따지자면 끝도 없겠구나. 결혼 기사가 난 후 내가 받은 축하 속에는 결혼을 하지 않을 수많은 이유를 제치고 내린 결단에 대한 축하가 담겨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나는 그의 존재에 대해 감탄할 수밖에 없다.

태어난 나라가 다른, 다른 눈동자 색깔을 가진 우리 두 사람은 처음부터 서로 다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당연히 이래야 한다거나 이게 절대적으로 맞는 방식이라는 주장을 애초에 접고, 서로를 탐색하고 대화할 수 있는 행운이 있었다. 다행히 예비남편이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한 덕에 언어의 벽이 느껴지지 않아 고마울 뿐이다. 다름을 충돌로 생각하지 않고 새로움으로 받아들이는 덕분에 나의 세계는 무한정 확장되고 있다. 그의 가족과 다양한 나라의 친구들을 만나며 내가 가졌던 경계들을 하나둘 지워가고 있다. 곧잘 불타오르는 내 옆에서 그는 다정하게 소화기를 ‘치이익’ 뿌려주기도 하고, 심각해지려는 순간이면 유머로 분위기를 바꾸기도 한다.

물론 다름 이상으로 우리는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도, 걷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청개구리 기질을 가진 것도, 호기심이 많은 것도. 로맨스와 재미, 안정감이 버무려진 사람을 만나 평생 사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 자체가 인생의 대반전이 아닐 수 없다.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었던 시간을 지나 이제 나는 결혼을 결심했다. 이 사람과 인생을 살아가기로, 인생의 변곡점이 될 2023년을 맞이하기로. 물론 수많은 난관과 고비가 있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알아갈 것이다. 이 결심이 내 삶을 어떻게 바꿀지. 미쳤다고도 할 수 있지만 의심이란 없는 지금의 결정을 마음껏 신뢰하며 경험해 보고 싶다.

임현주
듣고, 쓰고, 읽고, 말하는 MBC 아나운서. 좋아하는 것을 하며, 신중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부지런한 나날을 담은 책 〈아낌없이 살아보는 중입니다〉 〈우리는 매일을 헤매고, 해내고〉를 펴냈다.


에디터 이마루 디자인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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