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에 빠진 보수의 전사 나경원, 선택은

진퇴양난에 빠진 보수의 전사 나경원, 선택은

아주경제 2023-01-20 15:56:54 신고

3줄요약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출마를 고심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이 19일 서울 자택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로 부터 린치를 당하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이 설 연휴 이후 어떤 결정을 내릴지 정치권이 주목하고 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의 공개적인 저격에다 당내 초선의원들의 비난 성명 까지 더해지면서 나 전 의원은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잠행 모드에 들어간 그가 장고 끝에 출마를 선택할지, 아니면 뜻을 접고 다시 윤 대통령의 손을 잡을지 지금으로서는 예상하기 어렵다. 정치권에서는 나 전 의원의 출마 여부 자체가 국민의힘 전당대회 최대 변수로 부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갈짓자 행보? 잠행 모드?

그동안 나 전 의원은 거세지는 친윤계의 불출마 압박 속에도 '1일 1건' 이상의 공개 일정·메시지를 이어오며 정치권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나 전 의원은 친윤계의 집중포화 속에도 윤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분리하는 전략으로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에 호소해왔다.

현충원을 방문해 보수의 상징인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을 찾기도 했다. 이를 두고 사실상의 당권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해임은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 생각한다"는 자신의 SNS글에 대한 김 대통령 비서실장의 '직격' 입장문 이후 오락가락 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실장의 입장문은 사실상 윤심이 그를 내친 것으로 받아 들여진다. 김 실장은 전날 입장문에서 "대통령께서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나경원)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직격했는데, 이는 사실상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그 뿐만 아니다. 국민의힘 소속 초선 의원 50명은 나 전 의원을 향한 공개 성명을 통해 "대통령에 대한 공식 사과를 촉구한다. 더 이상 당과 대통령을 분열시키는 잘못된 길로 가지말라"고 비판했다. 재선 의원들도 나 전 의원에 대한 규탄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비난에 그는 당권 행보를 멈추고 잠행모드에 돌입했다. 나 전 의원은 19일 저녁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며칠간 제 지난 정치 여정에 관해 생각해보고 뒤돌아보고 있다"며 "생각을 곧 정리해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앞서 나 전 의원은 지난 18일 오후 참석이 예정됐던 대전시당 신년 인사회 일정 등을 전면 취소했다.
 
친윤 십자포화 지속

친윤계는 나 전 의원을 향해 십자포화를 퍼부으며 불출마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경쟁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를 경계하고 견리사의(見利思義·이로운 것을 보았을 때 정의를 생각한다)를 되새긴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나 전 의원을 에둘러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친윤계 초선 박수영 의원은 SNS에 전날 초선 의원 성명서를 게재하며 "더이상 대통령과 당을 분열시키지 마시기 바란다"고 적었다.
당 소속 광역단체장들도 가세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SNS에서 "장(場)만 서면 얼굴 내미는 장돌뱅이인가"라며 나 전 의원을 거명해 직격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부부가 좋은 의미로 부창부수하는 게 아니라 오로지 출세 욕망으로 부창부수한다면 그건 참 곤란하다"고 썼다. 

반면, 당권주자인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김장연대가 윤심팔이를 하며 대통령을 끌어들였을 때부터 (전당대회) 첫 단추가 잘못 채워졌다"며 "나 전 의원은 본인에 대한 해임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하면서 대통령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양측을 싸잡아 비난했다.
전의 불태우는 보수의 전사, 설 연휴 후 입장 표명 '정치적 승부수'

나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귀국 이후에야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을 돕고 있는 박종희 전 의원은 20일 MBC 라디오에 출연, 나 전 의원의 당권 도전 여부에 대해 "여전히 전의에 불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침잠 모드로 있는 것은 경제 국익외교로 분주하신 대통령께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조용히 있으려고 하는 것"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특히 "설 연휴 기간 조용히 지내고, 대통령이 귀국하신 이후 연휴가 끝나고 보수의 상징적인 장소(에서 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며 출마 선언 시기·장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또 "당을 한 번도 탈당하지 않은 보수의 전사로서, 대통령을 잘 모시고 국정 수행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으며, 재집권의 초석을 깔 수 있는 그런 의미로 상징적인 장소에서 출정식을 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 전 의원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나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간 연대론에 대해서는 "예선에서 개인 대 개인의 연대는 불가능하다"며 "둘 간의 직접적인 교감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수도권 필승론' 등 가치나 방향에 대한 연대는 가능하다"며 "예선이 끝나고 결선에서 누구든 승자를 밀어주는 조건부 연대나 이합집산이 굉장히 활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출마 선택, 정치적 입지 보장

정치권에선 나 전 의원이 출마를 강행해야 정치적 입지가 보장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장 당대표가 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후의 정치 행보도 중요하다"며 "당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면 화답을 하는 것이 정치인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출마 결정엔 전제조건이 따른다. 그간의 행보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SNS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이 사실상의 '불쾌감'을 피력했고 초선 의원들도 사과를 요구한 탓이다.

나 전 의원 측에서도 사과할지 여부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의원은 "사과를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는 논의는 있었는데 결정된 바가 없다"며 "그거는 나 전 의원이 오늘도 더 생각하고 최종적으로 본인이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공은 전적으로 나 전 의원에게 넘겨 졌다. 그가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나 전 의원은 적어도 본인에게 출마의 기회가 주어지는 상황 속에서는 항상 나가셨던 분"이라며 "바른정당이 만들어질 때도, (2016년 12월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선거에 마지막에 나갔는데 거기서 졌다. 그때 상황 보면 나가면 안 되는 거였는데도"라고 했다.

안철수 의원은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나 전 의원의 잠행에 대해 "참 불행한 일이다. 나 전 의원의 실수도 있지만 저는 기본적으로는 모두 포용하는 것이 저는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가능하면 우리가 다 통합해서 한 연대로 이렇게 선거를 치르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나 전 의원과의 연대를 염두에 둔 발언이다.

안 의원과 당권 경쟁 중인 김 의원은 두 사람의 연대를 의식한 듯 결선투표가 아닌 1차 투표에서 승부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김 의원이 나 전 의원을 포용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의원은 '연포탕(연대 포용 탕평)'을 언급하며 나 전 의원에게도 손을 내밀고 있다. 김 의원 캠프 공보총괄본부장을 맡은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설 연휴 김 의원과 나 전 의원의 회동 여부에 대해 "충분히 가능할 수 있는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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