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하>] "UAE 적은 이란"...尹 대통령의 '자책골 후폭풍'

[주간政談<하>] "UAE 적은 이란"...尹 대통령의 '자책골 후폭풍'

더팩트 2023-01-21 00:00:00 신고

3줄요약

尹 300억불 성과 묻혀…대통령실 해명도 '글쎄'
與 초선의원들 나경원 불출마 압박…일각서 쓴소리도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현지에 파병 중인 아크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만난 자리에서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UAE 적은 이란" 尹 발언에 대통령실·외교부 수습 '진땀'

-윤 대통령이 우리나라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해 300억 달러(약 37조 원) 투자 유치, 양국 협력 강화 등 여러 성과를 올렸어. 그런데 현지에 파병된 우리 아크부대 장병들을 15일(현지시간) 만난 자리에서 "UAE 적은 이란"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파문이 확산되고 있네?

-맞아. 우선 윤 대통령의 논란이 된 발언을 그대로 소개하면 "여러분들이 왜 UAE에 오게 됐느냐, UAE는 바로 우리의 형제국가이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여기서 합동훈련을 하고 작전을 하고, 또 교육을 하는 이 현장은, 바로 여기가 대한민국이고 우리 조국이다. 여러분들이 국가로부터 명 받아서 온 이곳은 타국 UAE가 아니고 여기가 바로 여러분의 조국이다. 그리고 형제국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다.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고 말했어. 윤 대통령이 뜬금없이 타국인 'UAE의 적을 이란'이라고 규정한 거야. 또 형제국인 UAE의 안보와 우리 안보를 동일시해서, UAE가 이란으로부터 위협을 받으면 아크부대가 조국을 지키듯이 UAE군과 공동 대응을 하라는 취지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어.

-해당 발언은 사실관계도 틀렸고, 외교적으로도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국내외에서 쏟아졌어. UAE와 이란은 역사적으로 영유권 분쟁을 겪은 사이이지만, 1972년 외교 관계를 맺은 후 51년간 외교·경제·문화적 교류를 계속해왔어. 북한과 우리가 서로 대사를 파견하지 않고, 접경지역에 군을 집중 배치하면서 대립하는 것처럼 UAE와 이란 관계가 나쁘지는 않다는 이야기지.

-2016년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아파 성직자를 처형한 것에 항의해 이란 국민들이 수도 테헤란의 사우디 대사관을 공격, 사우디와 이란은 단교를 선언했는데, 이때 UAE는 사우디를 지지하는 의미에서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기존 대사급에서 대리 대사(공사)급으로 격하했어. 그러나 지난해 8월 대사급 외교를 재개하기로 합의하고, 외교 관계도 정상화됐어. 또한 우리나라와 이란은 1962년 수교를 맺은 이후 문화·경제 교류를 지속한 우호국 사이야. 아울러 아크부대는 전쟁 임무를 갖고 UAE에 파병된 것도 아니야. UAE 특수부대 교육과 유사시 재외 한국인을 보호하는 게 아크부대의 역할이지.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현지에서 순방기자단과 만나 윤 대통령의 '이란 적' 발언에 대해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그런 취지의 말씀"이라며 " 현재의 한·이란 관계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이 '이란'을 언급한 발언이 알려진 후 이란 정부는 즉각 "한국 대통령의 간섭 발언은 이란과 UAE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의 역사적이고 우호적 관계와 이들 사이에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긍정적인 발전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윤 대통령의 '비외교적' 발언을 심각하게 지켜보고 검토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답변을 기다린다"는 입장을 밝혔어. 국내에선 야당과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외교 참사", "외교는 적을 줄여가는 것인데, 적을 늘리려는 '한심한 대통령'", "대통령의 입이 안보 리스크" 등 맹비난이 쏟아졌어. 어찌 보면 상당한 경제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윤 대통령 스스로 자책골을 넣은 상황이 되고 말았지.

-논란이 확산되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현지에서 순방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그런 취지의 말씀이다. UAE가 당면한 엄중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면서 열심히 근무해라, 그런 취지에서 한 발언이고, 현재의 한·이란 관계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어. 외교부도 "(아크부대가) UAE에서의 임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라는 취지의 장병 격려 차원 말씀이었다. 이란과의 관계 등 국가 간의 관계와는 무관한 바, 불필요하게 확대 해석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해명했어. 하지만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게 어떻게 우리 장병을 격려하는 것인가", "오히려 파병된 우리 장병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실언"이라는 비판이 나왔어.

-특히 이번 순방에 동행하지 않은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출석해서 윤 대통령 발언 진화에 진땀을 흘렸어. 조 차관은 "대통령의 발언 취지는 UN에 파견된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한 말로 이란이라는 특정 국가와의 관계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이야기한 사안은 아니라고 이란 측에 외교 채널을 통해 설명했다"고 해명했는데, 민주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어. 우상호 의원이 '이란 측의 반응은 어떤가'라는 질문에 조 차관은 "우리 설명을 이해한 것으로 이해한다"는 이상한 답변을 해서 비판받았고, 윤 대통령의 발언을 방어하기 위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이 또 다른 논란을 낳기도 했어. 정 비대위원장은 "외교부 차관의 답변도 참 마음에 안 든다"며 "UAE 국민들 입장에서 가장 위협을 느끼는 나라가 실질적으로 이란 아닌가"라고 별문제가 없는 발언이라는 취지로 말했어. 이 질문에도 조 차관은 "그렇게 알려져 있다"고 모호하게 답했지.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김건희 여사가 15일(현지시간)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대통령과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뉴시스

-조 차관은 민주당 의원들의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거듭된 지적에 "장병 격려 취지"라는 말만 되풀이했어. 이 과정에서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이 해외만 나가면 계속 사고, 외교 참사다. 조문 없는 (영국 여왕) 조문외교부터 시작해서 한일·한미 정상회담 (확정 전) 섣부르게 발표한 것, '이XX', '바이든/날리면', 그리고 또 이번에 이런 또 참사가 발생했다"며 지난해 9월 미국 순방 때 벌어진 '바이든/날리면' 논란을 재소환하기도 했어.

-다음 날(18일)에는 "(이란 측이) 우리 설명을 이해한 것으로 이해한다"는 조 차관의 국회 발언과 달리 이란 외무부는 주이란 한국대사를 초치해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이란이 걸프 지역 국가 대다수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방해하고 지역(중동)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한 즉각적인 설명과 입장 정정이 필요하다"고 항의했어. 19일 오전엔 서울 주재 주한 이란대사관도 "이란은 대한민국 공식 채널, 특히 외교부를 통해 이란과 UAE 관계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발언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이 사안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문을 냈어. 이에 이날 오후 조 차관은 주한 이란대사를 초치해 "윤 대통령 발언은 UAE에서 임무 수행 중인 우리 장병들에 대한 격려 차원의 말이었고, 한·이란 관계 등 이란의 국제 관계와는 전혀 무관하다"며 거듭 강조했어. 외교부 대변인에 따르면 조 차관의 설명에 주한 이란 대사는 "본국 정부에 충실하게 전달하겠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해.

대통령실과의 공개적인 갈등에 이어 초선의원의 성명서가 이어지며 나경원 전 의원이 '고립무원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 11일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 인사회에 참석한 나 전 의원의 모습. /남윤호 기자

◆나경원 향한 與 초선의원들의 연판장...공천 작업 시작?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나경원 전 의원은 점점 고립무원에 빠지는 것 같아. 지난 17일 국민의힘 초선의원 약 50여 명이 성명을 내고 나 전 의원을 비판했지?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과 기후대사직에서 해임됐잖아. 이걸 두고 나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본의가 아닐 것"이라며 "전달 과정의 왜곡도 있었을 거라 본다"고 했어. 윤핵관이 이간질했다는 취지로 읽히지.

-대통령실도 나 전 의원과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고?

-맞아. 대통령실에서 즉각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파악에 따른 결정"이라고 반박했지. 초선의원들도 곧장 성명을 내고 "대통령과 참모를 갈라치면서 당내 갈등을 부추기고 그 갈등을 자신의 전당대회 출마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건 20년 가까이 당에 몸담은 선배 정치인의 모습이라고 믿기 어렵다"면서 나 전 의원의 사과를 촉구했어.

-초선의원 50여 명이라. 보기 드문 모습이야. 어쩌다 성명서까지 나오게 된 거야?

-서명한 한 초선의원은 "초선은 중립 성향도 많은데 나 전 의원이 대통령의 결정을 마치 보고라인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걸 보고 '이건 좀 아니다'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어.

-서명하지 않은 초선의원들은 뭐야?

-비윤계인 허은아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에 나와서 "연판장 연락을 못 받았다"고 직접 밝혔어. 김웅 의원도 못 받았다고 했어. 반면 최재형 의원은 연락을 받았지만 참여하지 않았다고 전하면서 "최 의원은 비윤, 나와 김 의원은 반윤으로 찍힌 것 같다"고 했지.

-연락을 못 받은 의원들이 몇 있나 봐.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한 초선의원은 "나 전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하면 출마하는 거지"라며 불만을 토로했어. 당내 혼란이 계속되는 데에 우려를 표하는 초선의원도 있었어. 그는 "어쨌든 나 전 의원이 결단해야 상황이 정리될 것"이라고 했지.

지난 11일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발언 중인 나경원 전 의원. 오른쪽에서 '윤심후보' 김기현 의원과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남윤호 기자

-성명서는 누가 주도 한거야?

-처음엔 배현진 의원이라는 얘기가 있었어. 실제로 배 의원에게 전화를 받았다는 의원들도 있고, 강민국 의원의 전화를 받았다는 의원들도 있었어. 그런데 이들만으로는 50여 명이 동참하긴 힘들었을 거란 얘기도 있어. 초선의원으로서는 상당한 압박으로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어. 실제로 한 초선의원은 "압박이라면 압박"이라면서 "그래도 정치는 소신대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지.

-윤핵관이 주도했다는 말도 있어. 나 전 의원 측 박종희 전 의원은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에 출연해 윤핵관이 주도했다는 취지로 말했어. 한 의원은 <더팩트>에 유명한 '윤핵관' 중 한 명이라고 주장했는데, 이 역시 확인되진 않았어.

-당내에서는 나 전 의원이 출마하기는 더 어렵지 않겠냐는 반응인 것 같아. 한 초선의원은 "대통령과 갈등을 빚으니 당내 여론이 나 전 의원에게서 많이 돌아섰다"고 전했어. 또 다른 초선의원은 "당내 나 전 의원 지지세력도 없는데 이참에 성명서가 불출마 명분이 될 수도 있지 않겠나"라며 "이래서는 당대표가 되더라도 원내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전망했어.

나경원 전 의원이 국민의힘 차기 당권 도전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나 전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를 마친 후 승차한 모습. /남윤호 기자

◆대통령실의 불출마 신호?…나경원 압박에 뒷말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관한 이야기를 더 이어가보자고. 당 안팎에서 실제 나 전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할지 예의주시하고 있잖아. 이런 가운데 나 전 의원은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지?

-맞아. 나 전 의원은 지난 18일부터 공개 일정을 잡지 않고 잠행을 지속하고 있어. 나 전 의원이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자신의 공직(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기후대사)에 대해 해임한 것을 두고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한 게 발단이 됐어.

-그렇지. 대통령실에서 나 전 의원의 주장에 대해 공개 반박했잖아.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17일 입장문을 내고 "나 전 의원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며 "국익을 위해 분초를 아껴가며 경제외교 활동을 하고 계시는 대통령께서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직격했어.

-덧붙이면, 나 전 의원은 지난 10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했고, 윤 대통령은 사흘 뒤인 13일 재가 대신 '해임'을 결정했어. 심지어 나 전 의원이 겸했던 기후환경 대사직도 거두어들였어. 이후 나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방문했던 대구 동화사(17일)와 충북 단양군에 있는 구인사(13일)을 찾는 등 사실상 당권 행보를 이어갔어.

지난 17일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까지 공세에 나서자, 나 전 의원은 지난 18일부터 공개 일정을 잡지 않고 잠행을 지속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당내에서 나 전 의원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많잖아. 하지만 지나치다는 뒷말이 나온다면서?

-김병욱 의원은 지난 19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사실 까마득한 후배 의원들인 초선 의원들이 야멸찬, 어떻게 보면 인신(공격), 음해해서 하는 공격을 하는 거는 좀 과하다"고 지적했어. 하태경 의원은 같은 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나경원이라는 정치인을 완전히 매장할 정도로 나 전 의원이 잘못을 그렇게 많이 했나"라며 안타까워했어. 한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더팩트>에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으로 봐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라며 탄식했어. 여권 관계자는 "'반윤' 낙인을 찍고 감 놔라 배 놔라 할 거라면 뭐하러 전당대회를 여는 건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어.

-나 전 의원의 고심은 더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나 전 의원을 향한 친윤 진영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고, '윤심'도 멀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야. 또,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와. 나 전 의원이 설 연휴 이후 어떤 식으로든 결심을 밝힐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데,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잘 지켜보자고.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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