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돌고래 '상괭이', 혼획 규모 줄이지 않으면 멸종된다

토종 돌고래 '상괭이', 혼획 규모 줄이지 않으면 멸종된다

프레시안 2023-01-22 08:29:44 신고

3줄요약

웃는 얼굴을 한 한국 토종 돌고래, 상괭이(멸종위기종)를 지난 5년간 촬영해 여러 해양다큐멘터리 작품을 발표한 '돌핀맨' 이정준 감독과 만났다. 이 감독은 지난 2018년부터 2022년에 이르기까지 '상괭이 프로젝트'를 진행해 우리나라 서·남해에서 매년 5000여 마리(그 대부분이 성년에 이르지 못한 유년기 개체들)에 이르는 상괭이가 죽어가고 있으며 그들 대부분이 안강망의 혼획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영상으로 고발했다. 

나아가 이 감독은 해양수산부의 요청으로 2021~2022년 사이 '안강망 탈출장치'의 유효성을 입증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의 노고로 이 장치의 부착을 법으로 의무화하는 데 필요한 입증자료가 만들어졌다. 이 감독은 2022년 <세상과함께>가 주는 '삼보일배 오체투지상 문화예술부문 특별상'을 수상했다. 한국의 고래와 그들의 바다를 지키려는 여러 편의 해양생태다큐 제작을 통해 우리 바다와 그 생명을 지켜온 공로를 치하한 것이다. 이 감독을 제주 모슬포항에서 만나 '상괭이 프로젝트'의 진행과정과 성과, 남은 과제에 대해 들었다.

▲ 꼬리지느러미가 완전히 잘려나간 제주 남방큰돌고래. 2019년 11월 28일 방송된 MBC스페셜 <바다의 경고-사라지는 고래들> 화면 갈무리.

- 20년 넘게 방송사에 기록될 만한 해양다큐들을 만들어왔다. 독보적인 수중촬영과 연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데 수쿠버다이빙은 다큐 작업을 위해 배운 것인가?

"그 반대다. 나는 원래 취미로 다이빙을 시작해 강사까지 하던 사람이다. 수중촬영 역시 처음엔 취미였다. 그러다 촬영 일을 하는 선배의 작업을 도우면서 다큐에 입문해 프리랜서로 활동했다. 직접 기획하고 연출, 촬영을 시작한 건 2005년 입봉작을 만들면서부터다. 고래를 일생의 테마로 삼은 건 2010년 인도네시아의 고래잡이 마을로 취재를 가서 '고래'를 만나고 난 뒤의 일이다. 상괭이 프로젝트보다 먼저 제주 돌고래를 촬영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2015년에 시작했다. 그 뒤 2018년부터 5년 동안 상괭이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 작업이 일단락돼 현재는 제주에 거주하며 남방큰돌고래들을 촬영하고 있다."

- '돌핀맨'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면서 동명의 유튜브 채널도 운영 중이다. 우리 바다의 돌고래들과 그들을 지켜야 한다는 선명한 메시지를 담은 영상이 많았다. 영상으로 활동하는 해양보호운동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평가에 대해 어찌 생각하나?

"유튜브 채널을 연 사연이 있다. 2018년에 '상괭이' 기획안을 여러 곳에 제안했지만 다 거절당했고 MBC가 그 기획을 받아줘서 2018~2019년에 촬영해 2019년 11월에 방영할 수 있었다. 워낙 겁이 많고 조심스러워 그 생태가 잘 알려지지 않은 상괭이에 대한 1시간짜리 다큐(MBC스폐셜 <바다의 경고-사라지는 고래들>)였는데 시청자 반응이 좋았다. 방영 후 상괭이가 혼획으로 멸종에 내몰리는 현실을 더 알리고 보호 여론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추가기획을 만들어 방송사에 제안했지만 방송사들 반응은 "그걸 또 해?"라는 거였다. 그래서 대안으로 늘 고래 얘기를 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기로 하고 2020년 유튜브 채널을 오픈하게 됐다. 내 바람은 내가 만든 콘텐츠를 보고 더 많은 분들이 우리 바다와 고래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하는 것이다."

- 혼획으로 인한 상괭이 질식사 공식 통계는 국립수산과학원이 발표한 연간 1100여 마리이다. 이 수치와 이 감독이 현장에서 목격하고 조사한 피해 규모는 얼마나 차이가 나는가?

"큰 차이가 난다. 2016년 상괭이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후 상괭이를 혼획하면 당국에 신고를 해야 한다. 어민 입장에선 번거롭기 때문에 해상에서 폐기하는 비율이 높다. 실제 혼획률과 신고 혼획률이 다를 수밖에 없다.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안강망 사용 허가량을 기준으로 간단히 추정해 볼 수 있다. 관련법에 따라 먼바다에서 사용하는 근해안강망을 운용하는 어선은 1척당 15통을 사용(1~6월에는 20통)할 수 있고, 가까운 바다에서 사용하는 연안개량안강망을 운용하는 어선 1척당 5통까지 사용할 수 있다. 지속적인 감척사업(조업어선 수 축소사업)으로 조금씩 그 수가 줄고 있지만 안강망 어선의 총수는 2019년 통계청 기준으로 600여 척 정도다. 이 배들이 모두 허가받은 통수만 안강망을 사용할까. 아니다. 내가 보고 어민들에게 들은 조업 현실은 전혀 달랐다. 2종류 어선들 공히 1척당 40~50통씩 사용하고 있다. 공식 통계보다 실제 상괭이 혼획사는 엄청난 규모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안강망에 탈출장치 부착을 법제화해야 한다."

▲ 이정준 감독이 해저에 설치된 안강망에 촬영기기를 부착하고 있다. ⓒ이정준

- 혼획으로부터 상괭이를 보호하기 위해 '안강망 탈출장치'의 유효성을 입증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들었다. 어떤 프로젝트인가

"2021년에 해양수산부 산하기관인 국립수산과학원에서 프로젝트 제안을 받았다. 혼획된 상괭이가 안강망에서 탈출할 수 있게 만든 장치의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작업이었다. 2021년 1년 작업 후 다시 1년 연장해 2022년까지 작업해 총 4700시간의 촬영기록을 남겼다. 프로젝트는 탈출장치의 유효성을 입증하는 성과를 냈다. 탈출장치로 상괭이가 직접 탈출하는 영상을 촬영하진 못했지만 수중청음기로 상괭이의 탈출을 추정할 수 있는 청음기록을 얻었다. 한편 방어를 이용한 실험에서는 방어가 방향을 바꿔 조류를 거슬러 그물 입구 쪽으로 탈출하는 영상도 얻었다. 더욱 중요한 증거는 탈출장치를 설치한 안강망들에서는 단 한 건의 상괭이 혼획사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 조류가 거센 서해에 들어가 안강망 안팎에서 하는 수중촬영이라니 위험하고 힘든 작업이었겠다. 안강망에 부착한 탈출장치의 효과를 어떤 장비와 작업으로 입증했는가?

"거센 조류는 물론, 시야 확보도 어렵고 게다가 작업 장소는 그물이다. 그러니 다이버들에게 작업을 의뢰하면 십중팔구 거절당했다. 팀 없이 단독작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게 제일 힘들었다. 보통 어부들이 조류가 거세지는 '세물'에 안강망을 내리면 40×40m의 그물 입구가 벌어진다. 몸통이 다 펼쳐지면 길이가 120m에 이른다. 카메라 설치를 위해 어부들과 협의해 탈출구 입구 반대편에 3m 지퍼를 달아 그물 안팎으로 출입했다. 그리로 들어가 탈출구 앞에다 카메라를 설치하고 어떤 어종이 탈출하는지 기록했다. 카메라 배터리와 저장용량 한계를 극복하려고 그물 위에 부이를 띄워 태양광 판넬을 달고 거기에 녹화기를 달았다. 내가 개발한 그 시스템 1세트를 마련하는 데 비용이 2000만 원 정도 든다. 그러나 1세트론 부족해서 2세트를 운용했다. 용역비로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장비구비와 운용비를 구하기 위해 과외 작업을 해야 했다. 그 덕에 나온 작품이 EBS에서 나온 '대멸종'이다. 상괭이와 제주돌고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을 공동연출하면서 번 돈으로 상괭이 프로젝트에 필요한 추가비용을 마련한 것이다."

- 탈출장치 부착으로 어민 피해가 발생하는가?

"탈출망 위치는 상하좌우 어디나 달 수 있다. 기어 다니는 꽃게를 잡을 땐 탈출장치의 입구를 위에 만들고 갈치처럼 위로 가는 성질의 어류 잡을 땐 아래로 두면 된다. 어민들은 어종 특성도 알고 탈출장치의 위치를 조정하는 건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민 피해는 경미하다고 할 수 있다. 약 5% 미만의 어획 유실률이 확인됐다. 탈출장치를 단 안강망에서 단 한 건의 상괭이 혼획사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걸 상기하면, 어민도 감내할 만한 유실률이고 정부로서도 어민 손해를 보상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 상괭이 보호를 위해 가장 필요한 조치는 무엇이라 보는가?

"최대한 신속하게 안강망 탈출장치 부착을 의무화해야 한다. 상괭이 사회에서 유년기 개체들이 혼획으로 집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어떤 종이라도 그런 상태가 지속되면 멸종으로 갈 수밖에 없다. 혼획 규모를 당장 줄여야 한다. 그 방법은 탈출장치 부착 법제화뿐이다."

▲ 이정준 감독. ⓒ함께사는길(이성수)

안강망 혼획에서 상괭이를 구하려면

우리나라 해역의 상괭이 개체수는 2004년 3만6000여 마리에서 2016년 1만7000여 마리까지 급감한 상태인데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상괭이를 멸종위기로 몰아가는 가장 큰 위협요소는 혼획이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2015~2019년 사이 연평균 1100여 마리가 죽었는데 그중 혼획에 의한 죽음이 990마리에 달한다. 특히 혼획에 의한 죽음 중 81%가 안강망에 의한 것이다. 안강망으로 잡는 주요 어종은 갈치, 조기, 병어, 꽃게, 고등어, 새우, 오징어, 밴댕이 등인데 문제는 이들을 먹이로 삼는 상괭이 같은 해양포유류들이 안강망에 흔하게 혼획된다는 것이다.

안강망 탈출장치는 어획 목적의 어종은 통과시켜 그물 뒤로 이동시킬 수 있을 정도의 그물코를 가졌지만, 그들을 잡아먹으려 안강망으로 따라 들어온 상괭이나 물범, 해파리 같은 대형종들은 통과할 수 없는 크기의 그물코로 이루어진 별도의 그물망이다. 이 그물망은 뒤로 갈수록 좁아지다가 그 끝이 안강망 본 그물에 연결되는데 연결부에는 구멍이 뚫려 있다. 그곳을 통해 상괭이 등 대형종들이 안강망을 빠져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본래 어민들이 어획 목적 외의 해양생물이 혼획돼 그 무게로 그물이 터져나가자 이들을 그물 안에서 빠져나가도록 개발한 것인데 국립수산과학원이 그 구조를 손봐 어민들에게 보급했다. 다만 현재 법으로 부착 의무가 있는 상황은 아니고 어민 자율에 맡겨져 있다.

해양포유류에 피해를 주는 방식의 어업과 그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하는 미국의 해양포유류보호법(MMPA)이 2023년부터 시행된다. 앞서 미국해양대기청(NOAA)는 우리 정부에 '안강망 탈출장치의 유효성 확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사실상 탈출장치 법제화를 요구한 것이다.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환경단체들은 현재 단순 권고 형태로 여러 법에 부분적 보호규정들만 산재한 국내법을 고쳐 단독의 종합적인 '해양포유류보호법'을 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다큐 <사라지는 고래들> 제작 당시 혼획된 상괭이 사체를 취재하는 이정준 감독. ⓒ이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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