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는 PD들㊸] ‘다음 빈칸’ 이예지 PD의 ‘작지만 강한’ 개성

[선 넘는 PD들㊸] ‘다음 빈칸’ 이예지 PD의 ‘작지만 강한’ 개성

데일리안 2023-01-22 08:49:00 신고

3줄요약

“조연출로 일하며 그들의 땀방울 하나까지도 볼 수 있었다…그들의 다양한 이야기 더 파내고 싶었다.”

“모토는 ‘스트레인지 벗 스트롱’(strange but strong, 이상하지만 강한), 대중을 다 아우를 순 없지만 개성과 중독성이 있는 콘텐츠 만들고.”

왓챠 ‘다음 빈칸을 채우시오’는 오마이걸 효정, 더보이즈 큐, 에이티즈 우영, 르세라핌 김채원 등 케이팝 아이돌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4인의 이야기를 담는 다큐멘터리다. 고도로 물질화된 현대인의 삶은 어떤 경우라도 9개의 물건으로 설명 가능하다는 가상의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출연진이 각자를 표현하는 사물 9개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그리는 작품이다.

엠넷 ‘네가지쇼’부터 유튜브 콘텐츠 ‘웰컴 투 마이 베이버스’까지. 아이돌, 인디 뮤지션 등 아티스트들의 이면을 다큐 형식으로 포착해 온 이예지 PD가 연출한 작품. 이 PD는 이 작품을 통해서도 아이돌 멤버들의 미처 몰랐던 이야기를 그만의 방식으로 담담하게 풀어낸다.

ⓒ왓챠 ⓒ왓챠

엠넷 재직 시절 음악 프로그램 ‘엠카운트다운’의 조연출로 일하며 느꼈던 감정을 시작으로 이 PD의 행보가 시작됐다.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연출자가 아닌, 조연출로 일하며 가수들의 무대 뒤 모습을 좀 더 많이 접할 수 있었고, 이때 ‘이들의 진짜 모습을 보여줘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조연출로 일하며 그들의 땀방울 하나까지도 볼 수 있었다. 무대 아래 모습을 보기도 하고, 일부 출연자들과는 사적인 이야기도 나눌 때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들에게 다른 이야기가 있을 것 같더라. 팬들이 보는 시선과 내가 보는 시선은 분명 다르지 않나. 그들에게 다양한 이야기가 있고, 또 여러 시선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꼈다. 무대 아래에서 더 아름답고 매력적인 사람들도 많았다. 그래서 그들을 좀 더 파내고 싶었다.”

이에 엠넷 퇴사 후 새로운 곳에서 유튜브 채널을 맡아 운영할 때도, 여러 아티스트들의 이면을 담아내는 작업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해당 콘텐츠를 눈여겨본 왓챠 측에서 이 PD에게 먼저 접근을 했고, 그 인연으로 ‘다음 빈칸을 채우시오’를 연출하게 됐다. 지금은 독립해 설립한 머쉬룸 스튜디오에서 직접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해 왓챠 시청자들을 만나기로 한 것이다.

이 PD가 파 온 한 우물이 대형 OTT에서 인정을 받은 것은 물론 반가운 일이었다. 그러나 이 PD는 ‘하던 방식’이 아닌, ‘새 방식’으로 또 다른 시청자들을 만나고 싶었고, 이에 프로그램 콘셉트부터 세계관까지. 작은 부분까지도 새롭게 고민하면서 기존에 없던 아이돌 다큐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9개의 물건을 통해 한 인물의 내면을 차근차근 파고드는 방식을 통해 새로우면서도, 더 깊이 있게 출연자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데 성공했다.

“전작에서도 세계관 같은 것이 있었다. 그냥 출연자의 이야기를 따라가기만 하는 형식은 싫고, 허구적인 팩션 같은 설정이 있었으면 했다. 그러다가 떠올린 것이 물건이다. 옛날 이야기이긴 하지만, 미팅을 할 때 상대의 물건만 보고 고르는 경우가 있지 않나. 그럴 때 상대의 취향을 추측하며 선택을 하곤 한다. 거꾸로 누구 가방인지 숨기고 ‘이게 누구 것일까’라고 질문을 던져보려고 했다. 거기서부터 ‘다음 빈칸을 채우시오’의 세계관이 시작됐다.”

아티스트들을 선정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시청자들이 관심 있어 할 만한 아티스트를 찾는 것도 물론 필요했지만, 평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프로그램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 단순히 인기 아이돌을 섭외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출연자가 필요했다. 이에 섭외부터 만만치 않은 과정들을 거치며 프로그램을 준비해 나갔다.

“많은 자료들을 봤었다. 평소에 하던 인터뷰를 보며 어떤 생각을 표출했는지, 또 어떤 이야기들을 했는지를 보려고 했다. 또 여러 후보들 중 이런 결의 프로그램에 어울릴 만한 멤버는 또 누구일지도 고민했다. 소속사 관계자들이 그들의 곁에서 지켜보기 때문에 가장 잘 알기도 한다. 그들과도 논의를 많이 하며 결정을 했다.”

ⓒ왓챠 ⓒ왓챠

물론 출연자들의 진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선 이 PD도 마음을 열어야 했다. 아이돌 멤버만이 아닌, 무대 아래 인간적인 모습까지도 담아내야 했기에,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이 PD는 먼저 친구로, 또는 언니·누나로 그들에게 가깝게 다가가며 인간적으로 소통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에 출연자들 또한 평소엔 꺼내두지 않았던 생각들까지 이야기하면서 프로그램에 깊이를 더하고 있다. ‘출연자를 보려고 봤는데, 나까지 돌아보게 된다’는 일부 시청자들의 진심 어린 반응까지 끌어내면서 ‘다음 빈칸을 채우시오’의 진정성을 인정받기도 한다.

“나는 늘 하던 대로 한다고 생각하는데, 가끔 ‘PD님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저절로 내 이야기를 하게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이 나를 상품이 아닌, 인간으로 본다는 것이 느껴진다고. 전략이 있는 건 아니다. 그냥 이모나 언니, 또는 사촌누나처럼 다가가려고 한다. 실수를 해도 ‘괜찮다’고, 민감한 이야기를 해도 ‘불편하면 잘라내도 된다’고 말해주려 한다. 일부러 촬영, 조명 감독님들과 장난을 치면서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고자 노력하기도 한다. 수다 떠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 편안한 이야기도 나오는 것 같다.”

물론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이 많은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PD는 자극적인 재미를 통해 즉각적 반응을 끌어내는 콘텐츠가 아닌, ‘확실한 작은 타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 인물의 일대기를 처음부터 파고드는 정통 다큐를 비롯해 그 자체로 영화가 되는 비연예인들의 인생 이야기 등 특정 소재, 또는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 나가고 싶었다.

“우리 스튜디오의 모토는 ‘스트레인지 벗 스트롱’(strange but strong, 이상하지만 강한)이다. 대중을 다 아우를 순 없지만, 개성과 중독성이 있는 그런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가 되고 싶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고, 팝업 스토어도 열 계획이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의 가치관을 알리고 싶다. ‘작은 취향들이 소중한 거야’, ‘이상해도 괜찮아’라는. 이상하고 아름다운 버섯 나라의 색깔을 내보일 수 있는 기획들을 해 나갈 생각이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지금 쿠팡 방문하고
2시간동안 광고 제거하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