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어린 시절, 아이돌이 되고 싶은 마음에 포털사이트에서 ‘아이돌 되는 법’을 검색해본 적이 있다고 들었다. 초록창에 토독토독 검색어를 입력하는 어린 유진이를 상상하니까 어쩐지 그 마음을 알 것도 같더라.
A 아직도 그 순간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지방에 살다 보니 오디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적었다. 답답한 마음에 포털사이트로 검색을 했고 이메일로 프로필을 받는 기획사 몇 군데에 연락했다. 어떻게 보면 직장인의 서류 전형 같은 건데, 그 서류 전형에서 제일 먼저 합격 통보를 준 곳이 지금의 스타쉽 엔터테인먼트다.
Q 자기소개란에 뭐라고 적었었나?
A 이름, 나이 등 필수 정보를 쭉 나열하고 나서 최대한 담백하게 써보려고 했던 것 같다. “예쁘게 봐주세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너무 튀려고 하면 오히려 튀지 않을 것 같았달까?
Q 어린 나이에 그런 차별화 전략을 생각했다는 게 놀랍다. 만약 지금, 누가 당신에게 ‘아이돌 되는 법’을 물어본다면 어떻게 대답하겠나?
A 왜 아이돌이 되고 싶은지를 먼저 물어볼 것 같다. 사실 아이돌이 되는 실질적인 방법이야 저처럼 검색만으로도 얼마든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정말로 방법을 몰라서 물어보는 건 아닐 것 같고…. 왜 이 일을 하고 싶은지, 얼마나 이 일을 하고 싶은지 듣고 싶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도전하는 거라면 많이 힘들 테니까. 대답을 듣고 나서 의지가 느껴진다면 우리 회사를 소개해주거나(웃음)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
Q 저도 궁금하다. 왜 아이돌이 되고 싶었나?
A 솔직히 말하면, 시작은 호기심이었다. 당시 활발하게 활동하던 아이돌 선배님들이 저에겐 선망의 대상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는 막연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오히려 활동을 하면서 음악에 대한 욕심이 깊어진다. 그렇게 조금씩 성장하는 내 모습을 볼 때마다 아, 이 일을 선택하길 잘했구나 싶다.
Q 아이돌 되는 법을 묻던 어린 유진에게 아이돌 유진이 해주고 싶은 충고가 있나?
A 음악 공부를 진지하게 해두라고 조언하고 싶다. 회사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노래와 춤을 제대로 배웠다. 그러다가 금방 〈프로듀스 101〉에 나갔기 때문에 연습생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 그러다 보니 나 스스로 음악적인 갈증을 느낄 때가 있다. 음악 공부가 뒷받침되었다면 2년 반 정도 되는 연습생 기간을 조금 더 잘 활용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Q 팬들 사이에선 ‘안유진은 올라운드 플레이어다’라는 믿음이 확고하더라.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예능이면 예능,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사견이지만 스페셜리스트보다 제너럴리스트가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나만 잘하는 건 운이나 재능에 기댈 수 있지만 여러 가지를 다 잘하는 건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니까.
A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저는 반대로 한 가지를 잘하는 게 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비관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올라운드 플레이어란 특출난 게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는 거니까. 제 자신을 냉정하게 직시하는 편이라 그런지 스스로 그렇게 느끼고 낙담할 때도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런 저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주시는 분들이 늘었고 그렇다면 이 능력치를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하면 어떨까 싶더라. 그래서 요즘엔 뭐가 됐든 일단 시작하고 나면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잘해보려고 노력한다.
Q 그 중에서도 가장 잘해내고 싶은 분야는 무엇인가?
A 춤도 잘 추고 싶고 예능도 잘하고 싶지만 무엇보다 노래를 잘하고 싶다.
Q 최근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 커버 영상이 유튜브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았지 않나. 저 역시 반복 재생해서 듣고 있다.
A 정말인가? 이런 반응을 들을 때 가장 기쁘다! 아이브로 바쁘게 활동하면서 노래를 통해 대중에게 더 다가가고 싶다는 마음이 커지더라.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 고민 끝에 나온 게 ‘사건의 지평선’ 커버다.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
Q 대화하면서 느낀 건데 스스로에게 가혹한 편인가?아니면 현실감각이 좋은 건가?
A 나 스스로에게 매우 솔직한 편이다.
Q 음악방송 1위 다음 날 어떤 인터뷰였던 것 같은데 당시의 성과를 마냥 즐기기보다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 걸 보고 남다르다고 생각했다.
A 저는 참 좋은 사람들과 일하고 있다. 데뷔한 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연차가 생기면서 모두가 저희를 아티스트로 존중해주신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에서 쓴소리나 잔소리를 해주는 사람이 없다. 변하지 않으려면 스스로 성찰하는 시간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Q 아이브로서 어떤 자부심을 갖고 있나?
A 이렇게 말하면 조금 부끄럽지만, 저희만의 쿨한 자신감이 있다고 믿는다. 최근에 혼자 출연한 예능과 다 같이 출연한 예능이 있는데 저 스스로 태도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더라. 저 혼자 있을 땐 왠지 모를 긴장감에 웃기만 한 것 같고 멤버들과 함께 있을 땐 표현부터 훨씬 과감해진다. 멤버들이 뒤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일단 든든하다.
Q 2022년은 아이브의 해였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올해는 어떤 도전을 하고 싶은가?
A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보다는 한 단계 성장하고 싶다. 지금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걸 더 잘하는 게 맞지 않을까?
Q 곧 〈뿅뿅 지구오락실〉 시즌 2가 시작한다. 이번 시즌의 새로운 재미 요소는 무엇일까?
A 저한테 ‘맑은 눈의 광인’이라는 캐릭터가 있지 않나. 제가 의도한 건 아니고 어쩌다 보니 생긴 별명이다. 마찬가지로, 새 시즌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나 고민이 들다가도 그런 강박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것 같아서 아무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촬영장에 가는 날까지 그저 최대한 힘을 빼겠다.
Q 나영석 PD가 〈뿅뿅 지구오락실〉을 기획했을 당시 본인을 〈1박 2일〉의 막내 이승기의 포지션으로 섭외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A 긍정적인 막내 역할로 섭외하셨는데 나중에 보니까 예상과 조금 달랐다고 하셨다. (웃음)
Q “알고 보니 이승기 역할이 아니라 이수근 역할이었다”는 댓글이 유명하더라.
A 저도 그 댓글 봤다. (웃음)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나 피디님이 섭외 전에 제가 나온 옛날 예능을 전부 모니터링하셨다고 한다. 그때 피디님이 본 제 모습은 얼마 전 〈라디오 스타〉에서 그랬듯 방긋방긋 잘 웃는 긍정적인 모습이었을 것이다. 사실 제가 낯을 좀 가리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방송 같은 낯선 상황에 놓이면 오히려 잘 웃고 긍정적인 태도로 사교적인 것처럼 행동하게 된달까? 그런데 〈뿅뿅 지구오락실〉은 분위기가 너무 친근해서 저도 모르게 ‘찐친’들과 있을 때의 바이브가 나와버린 거다. 나 피디님께서도 저의 그런 숨겨진 모습을 꺼낼 수 있어서 기쁘다고 하셨다.
Q ‘맑은 눈의 광인’이라는 별명이 과장은 아닌 듯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안광이 번뜩인다. 반짝이는 눈빛은 달리 표현하면 열정과 긍정의 다른 말일 텐데.
A 당연히 저에게도 다양한 모습이 있지만 대개 에너지 넘치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바라봐주시는 것 같다. 그래서 저도 그 별명이 참 맘에 든다.
Q 안유진표 열정과 긍정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A 동기부여 같다. 데뷔 초에는 몰랐는데 요즘 들어 리더의 책임감을 체감한다. 좋은 리더란 통솔도 통솔인데 팀원들에게 동기부여를 잘하는 사람 같더라. 요즘엔 그게 저의 원동력이다.
Q 팀원들에게 동기부여를 주면서 본인도 거기에서 힘을 얻는다는 뜻인가?
A 해야 하니까 하다 보니 절로 힘이 나는 것 같다. 책임감이 저를 움직이게 한달까?
Q 아이브에서는 팀을 이끌어가는 리더이지만 〈뿅뿅 지구오락실〉에서는 완연한 막내로 보이더라. 책임감은 잠시 내려놓고 스물한 살이라는 풋풋한 나이를 자각하는 순간이 있나?
A 제가 폰케이스 바꾸는 걸 참 좋아한다. 계묘년을 맞이하며 검정색 토끼 폰케이스를 하나 장만했다. 유명 브랜드를 쓰고 싶지는 않아서 엄청 열심히 서치해서 마음에 드는 걸 딱 발견한 건데 그걸로 며칠 동안 어찌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반대로 제가 엄청 아끼는 도토리 키링이 얼마 전 깨져서 산산조각 났다. 그때는 조금 슬펐다.(웃음)
Q 인간 안유진과 아이돌 안유진의 올해 목표는 각각 무엇인가?
A 개인적으로 스무 살과 스물한 살의 차이가 크게 다가온다. 뭐랄까, 스무 살은 이십대이지만 이십대가 아닌 느낌? 올해 스물한 살이 되면서 비로소 내가 이십대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더이상 십대가 아닌 만큼 조금 더 성숙한 인간이 되고 싶다. 아이돌 안유진으로서 바라는 것은 딱 하나다. 아이브의 성장.
에디터/ 서동범 인터뷰/ 손안나 사진/ 목정욱 헤어/ 이일중 메이크업/ 오가영 스타일리스트/ 서가영 세트 스타일리스트/ 권도형(ONDOH) 어시스턴트/ 신예림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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