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토크] 조양호 별세, 유족에게도 슬퍼할 시간은 필요하다

[뒤끝토크] 조양호 별세, 유족에게도 슬퍼할 시간은 필요하다

아시아타임즈 2023-01-26 11:03:1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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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김영봉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8일 폐질환으로 세상과 이별했지요. 갑작스런 비보에 대한항공 전반에는 충격과 함께 침울한 분위기가 흘렀습니다. 평소 조 회장과 총수일가와의 각을 세웠던 대한항공 직원들도 이날 만큼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며 조의를 표하는 모습이 대세였는데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8일 폐질환으로 별세했다. (그래픽=아시아타임즈 김영봉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8일 폐질환으로 별세했다. (그래픽=아시아타임즈 김영봉 기자)

언론들은 연신 속보, 1보, 2보, 상보, 종합 등으로 구분해 실시간으로 조 회장의 사망소식을 전하더군요.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도 매 한가지 였지요. 항공업계를 담당하고 있는 만큼 큰 이슈였고, 빠트릴 수 없는 소식은 분명했습니다. 비보든 낭보든 말이지요. 몇 차례 대한항공에 연락을 취해서 조금이라도 새로운 소식이 없는지 물었지요. 처음에는 숙환으로 인한 별세했다는 얘기에서 폐질환으로 조금씩 보강되는 기사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요. 조 회장 사망소식이 전해지고 2시간쯤 지났을까요? 언론들은 조 회장 사망과 원인, 일대기, 45년 동안 항공업계에서 평가 등 기사에서 속보경쟁이라도 하듯 전망·추측기사를 마구 쏟아 내는 모습이었습니다. 사망소식이 전해진지 불과 얼마 안되는 시간이었는데 말이죠. 예컨대 후계구도, 상속세, 총수일가 행보 등 미확인 기사들로 넘쳐나기 시작했습니다.

평소 조 회장과 총수일가의 갑질 및 비리 등을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했던 기자가 느끼기에는 초상집 앞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있구나’라는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 속보경쟁에서 빠져 나오기로 마음 먹었고요. 데스크에 보고했습니다. 데스크도 “지나친 경쟁은 너무 잔인하다. 우린 조의 차원에서라도 조금 지켜보자”라며 기자를 그 잔인한 경쟁 속에서 한 발 물러설 수 있게 해줬습니다.

9일 인터넷에 올라온 조양호 회장 후계구도 관련 기사들 9일 인터넷에 올라온 조양호 회장 후계구도 관련 기사들

혹시나 우려하는 마음에서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번 뒤끝토크는 결코 조 양호 회장과 그 일가를 옹호하자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그 동안 받아왔던 횡령·배임의혹을 비롯해 총수일가의 잘못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향후 총수일가가 조 회장으로부터 받을 상속세도 적법한 절차에 의해서 진행되는지도 지켜봐야겠지요.

아무리 그래도 현재 초상 조차 치르지 못한 유족들과 기업을 단순 가십거리로 전락시키는 것은 참 가혹하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기자와 생각이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도 많겠지만, 기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우리가 통상 초상이 났을 때, 주어지는 3일이든 7일이든 이 시간 만큼은 좀 기다려 줬으면 하는 마음이라는 겁니다. 적어도 유족들이 고인을 보내는데 슬퍼할 시간 만큼은 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대상을 본인이 될 수 있다고 바꿔보면 이해가 더 쉬울 수도 있습니다. 가족 중 한 명이 세상을 떠났는데, 이별할 수 있는 시간 조차 쥐어주지 않은 채 각종 이해 당사자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지요. 설사, 빚쟁이들도 상례는 지켜 준다는 범인들의 관례 조차도 무시되는 듯한 모습에 씁쓸한 감정을 지울 수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지금은 그냥 한 발 떨어져서 지켜 보자구요. 후계구도, 상속세, 총수일가의 문제는 그 후에 다뤄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인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소회입니다. 물론,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언론의 지나친 기사 경쟁을 지켜보는 입장은 분명 편치 못했습니다. 하루 이상 조양호 회장의 타계 소식을 바라본 기자로써의 뒤끝토크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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