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인터뷰] ‘유령’ 위기를 넘기고 더 단단해진 박소담의 2년

[K-인터뷰] ‘유령’ 위기를 넘기고 더 단단해진 박소담의 2년

한류타임즈 2023-01-26 12:43:38 신고

3줄요약

사람이 위험한 고비를 겪을 때 스스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누군가와 이별을 했을 때, 크게 아팠을 때,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때 등등이다. 특히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로 크게 아픈 상황이라면, 자신의 삶을 하나씩 되짚어보기 마련이다. 갑상선 유두암을 겪은 박소담에게 지난 1년여는 객관화를 체험하는 시간이었다. 

영화 ‘검은 사제들’을 통해 ‘괴물신인’으로 등장한 박소담은 곧 한국 영화계의 보석이 됐다. 능력 있는 감독들이 그를 주인공으로 활용하려 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도 합류했고, 원톱 주인공으로 ‘특송’에도 나왔다. 드라마 여주인공도 맡았다. 쉴 시간을 주지 않고 일이 밀려왔다. 능력 있는 직원에게 일이 몰리는 건 연예계에도 통용되는 공식이다. 

젊기도 하고 워낙 밝은 에너지를 가진 터라 주어진 일을 최대한 맡으려 했다. 작품이 끝나고 비워내는 시간도 갖지 않고, 곧바로 다음 작품에 투입되기도 했다. 배우는 일종의 고난도 감정 노동을 한다. 따라서 스스로 충분한 휴식을 거쳐 비워내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이 부분이 작동하지 않으면 번아웃에 놓이기도 한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데뷔한 박소담은 쉴 줄 몰랐다. 쉬는 시간조차도 계속 생산적인 일을 하려 했다. 

그러다 ‘유령’에 제안을 받았다. 설경구, 이하늬, 서현우, 박해수와 함께 촬영하는 데 늘 즐거웠다. 에너지가 좋은 선배들이 분위기를 이끌었다고 한다. 그런데 박소담은 잘 끼지 못했다. 우울감이 컸고 힘이 없었다. 어울리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런 자신에게 자괴감이 빠졌다고 한다. 나중에 알아보니 그 이유는 갑상선 유두암 때문이었다. 그렇게 1년을 쉬고 공식 석상에 나온 것이 ‘유령’ 홍보 일정이다.

한류타임스와 지난 16일 인터뷰를 진행한 박소담은 “이렇게 목소리가 나오는 것만으로 기쁘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태생적으로 긍정을 타고난 덕에 힘든 시기를 지나 정상적인 활동을 하는 것만으로 기뻐했다. 비록 여전히 목이 좋지 않아, 쉽게 목소리가 갈라져 물을 반복해서 마셨지만 미소는 유지했다. 이렇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고 했다. 한류타임스는 2년 가까이 생사를 오간 박소담이 느낀 소회를 일문일답으로 펼쳐본다.


‘유령’과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이해영 감독님이 전화 와서 ‘미친 텐션’ 한번 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이야기를 듣고 궁금했죠. 잊히지 않더라고요. 영화 ‘경성학교’ 끝나고 감독님께서 같이 또 작품 하자고 하고 연락도 종종 했었어요. 연극도 보러오고요. ‘독전’은 왜 연락 안 했냐면 핀잔을 드리기도 했었죠. 

‘유령’을 촬영하는 기간이 가장 아플 때라고 들었다. 
영화가 2021년 초에 시작했는데, 제가 2021년 말에 수술을 받았어요. 크랭크업은 5월이었고요. 저의 좋지 않은 상태를 다 본 분들이 ‘유령’ 배우와 스태프예요. 그래서 시사회에서 그렇게 울게 된 거죠.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안 좋을 때 좋은 분들을 만나서, 제가 버틸 수 있었어요. 뒤늦게 제가 아프다는 걸 아시고 선배님들도 ‘그래서 그렇게 힘들어했구나’라고 이해해주셨어요. 덕분에 금방 회복된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촬영 중엔 아픈지 몰랐거든요. 번아웃이 온 건지 알았어요.

몸이 아픈 건 어떻게 알게 된 건가.
촬영 마치고도 몸이 안 좋았어요. 건강검진을 해야겠다 싶긴 했는데, 보통 건강검진 하기 전에 최상의 상태를 만드려고 시간을 벌었어요. 두려우니까요. 촬영 5~6달 하고 나면 몸이 힘들테니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부산국제영화제’ 다녀온 다음에 검진을 받았어요. 목소리 신경에 암이 붙었고, 위치가 안 좋았대요. 목소리를 잃을 수 있다고 해서 부랴부랴 수술을 받았어요. 그거 때문에 ‘특송’ 홍보를 못 한 거죠. 

그래도 두 달이나 넘게 시간이 걸렸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 암 판정을 받은 것 같다.
건강검진하고 바로 암 진단을 받는 게 아니더라고요. 다른 검사 더 해보고, 다시 기다리고 또 다른 검사 하고 그러다 보니까 두 달이 걸렸어요. 그 사이에 후시 녹음도 했어요. 목이 계속 아팠어요. 

의사 교수님께서 ‘이 정도면 꽤 아팠을 것 같은데 왜 병원에 안 왔냐’고 하셨어요. 저는 촬영 현장에는 항상 먼지가 많아서 목이 아픈 줄 알았어요. 목소리가 돌아오는데만 6개월이 걸렸어요. 이 목소리로 홍보하게 돼서 지금 엄청 기뻐요. 


정말 큰일 치렀다. 
아프지 않았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서른두 살 무렵에 이정도로 아픈 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쉼이라는 걸 무엇인지 알게 됐어요. 저는 가만히 있는 게 뭔지 모르고 살았어요. 쉰다고 해서 충전되는 것 같지도 않았어요. 늘 무언가를 만들거나 배우거나 하면서 움직였어요. 

어쩔 수 없이 가만히 누워있으면서,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생각했어요. 그 사이에 외할머니도 돌아가셨어요. 감정이 요동칠만한 일이 많았어요. 어머니가 딸도 아프고 할머니도 아프니까 많이 힘들어했어요. 저라도 아프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빨리 회복하려고 힘을 냈어요. 

혼자 여행도 다녀왔다고 들었다. 
아팠던 덕분에 혼자 해외여행도 다녀왔어요. 쉬는 방법을 처음으로 터득한 것 같아요. 살아가면서 배우들끼리 ‘잘 비워내야 한다’고 말을 하는데, 저는 비워내지는 못하고 채우기만 했어요. 한 작품 끝나면 털어낼 필요가 있는데 그걸 잘하지 못했어요. 계속 그 위에 새로운 감정을 올리기만 했어요. 비워내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비워낸다’는 건 과연 무엇일까.

한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많은 준비를 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잖아요. 저는 사람에게 받는 에너지가 커요. 작품이 끝나면 그 받은 에너지가 정말 커요. 그러면 혼자 정리도 하고, 감사 편지도 보내고 혼자 그 모든 감정을 한 번은 돌아볼 필요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러지 못하고 쭉 달리기만 했어요. 앞으로는 잘 비워낼 수 있겠죠.

여행 코스를 말해준다면?
처음 계획은 10일에서 14일이었는데, 몸이 좋지 않으면 4일 만에라도 돌아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바르셀로나에서 시작해서 스위스, 런던 일정이었어요. 힘들면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에 스위스에선 렌트를 안 했어요. 근데 혼자 여행이 좋더라고요. 런던까지 갔고, 거기서 샤론 최와 봉준호 감독님, 그리고 이정은 선배도 만났어요. 봉 감독님이 ‘문광과 제시카를 런던에서 볼 줄은 몰랐다’고 하셨어요. 

샤론 최가 아이슬란드를 꼭 가라고 했어요. 런던에 오는 이유는 아이슬란드를 가기 위함이라고. 그래서 부랴부랴 다시 짐 싸고 비행기랑 숙소 알아봐서 아이슬란드까지 갔죠. 운전 6시간을 해서 빙하 투어를 했죠. 오로라가 정말 아름답더라고요. 운전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운전을 안 했으면 못 했을 일이잖아요. 


사람들이 많이 알아봤을 것 같다. 
생각보다 너무 많이 알아봤어요. 제시카도 있고, ‘청춘기록’도 많이 보셨나봐요. 그래서 바르셀로나에서 화장품을 샀어요. 외국에선 서로 반갑고 그래서 사진도 찍을 수 있는데, 이왕이면 제가 갖추고 있는 게 서로 좋잖아요. 거기서 한국인 여행객들이랑 친해져서, 같이 놀고 먹고 그랬어요. ‘유령’ 사시회에도 왔어요. 저한테는 값진 경험이죠.

정말 아플 때 맡은 역할이 ‘유리코’다. 극한의 텐션으로 연기를 해야 한다. 그러다 중간에 큰 전환을 맞이한다. 전환 전과 후 사이에 성격적인 간극이 큰데 매우 매끄럽게 풀어냈다. 
저는 처음부터 전환 후를 생각했어요. 극한의 텐션은 갑옷을 입혀놓은 거죠. 10대 때부터 겪어온 아픔, 고문의 흔적을 보면 유리코가 얼마나 단단해질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어요. 그 안에 응축돼 있던 거죠. 

그래서 갑옷을 벗고 맨발로 뛰어드는 장면은 정말 시원했어요. 액션 스쿨에서 한 테이크로 찍을 정도로 연습을 많이 했어요. 

총격 액션도 매우 잘했다. 
총이 아무리 가벼워도 4kg은 돼요. 10분 넘게 들고 있으면 손목에 무리가 가요. 아데도 찰 수 없어서 손목 강화 운동도 많이 했어요. 발목도 계속 했고요. 장총 들고 앞으로 뛰고 뒤로 구르고를 많이 했어요. 총과 몸이 하나가 돼야 해서요. 

어느 정도로 준비했나. 
유리코는 감각적으로 총을 쏘는 사람이에요. 걸어가면서 장전하고 쏘는 수준이어야 했어요. 기술적인 건 완전히 붙게 할 정도였죠. 차에 싣고 다니면서 연습했죠. 테이블에서 뛰어내려서 벽에 붙는데 저도 뿌듯하더라고요. 무술 감독님께서 ‘소담씨 다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해 주실 정도였어요. 액션은 확실히 쾌감이 있더라고요. 


이하늬 배우가 박소담에게 ‘한국 영화의 보배’라고 했다. 화답을 한다면?
이하늰 선배님은 정말 긍정 에너지를 전파하시는 분이에요. 모두를 다 챙겨요. 저도 정말 많이 챙겨주셨죠. 제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걸 처음 알아차린 분도 하늬 선배님이에요. 어느날 ‘컨디션이 안 좋아보인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다이어트 때문인 것 같다고 했는데, 그 수준이 아니었던 거죠. 

저뿐 아니라 스태프 이름도 다 외우시고, 일일이 웃으면서 대하시더라고요. 경구 선배님이랑 하늬 선배가 좋은 에너지를 주니까 분위기가 정말 좋았어요. 컷 소리만 나면 웃고 화기애애 했어요. 이렇게 재밌는 현장은 또 없을 거예요. 안타까웠던 건 제 텐션이 따라가지 못했다는 거예요. 저 텐션이 정말 좋거든요. 

화기애애한 현장이었는데, 우울감은 왜 생겨난 걸까.
모르겠어요. 촬영 끝나고 숙소에 가면 그때부터 땅굴에 파고 들어갔어요. 현장 나가면 선배님들이 이끌어주는 힘으로 버텼는데, 혼자 있으면 우울해지는 거예요. ‘왜 난 이거밖에 못 했을까’라면서 힘들어했어요. 두려움 속에서 잠이 드는 건 처음이었어요. 사실 저는 늘 응원하는 입장이었어요. ‘소담이처럼 살고 싶다’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기생충’ 모든 팀원이 ‘소담이는 절대 힘든 순간에 빠져들지 않을 것 같아’라고 말해줬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몸이 아플 거라고 생각 못 했어요. 돌이켜보면 좋은 선배님들 만나서 힘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차기작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아서 작품은 엄두를 못 내고 있어요. 언제 어디서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컨디션이 돼야 그래도 작품을 할 것 같아요. 컨디션이 좋지 못해서 ‘특송’ 홍보를 못 한 것이 아직도 마음이 아파요. 그런 게 죄송해서 어느 정도는 몸 상태가 올라와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글도 읽을 수 있고 작업도 할 거 같아요. 2023년에는 곡 작품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계획이에요. 유튜브나 각종 행사에는 참석할까 해요. 새로운 얼굴로 찾아뵐게요.

사진=CJ ENM

 

함상범 기자 hsb@hanryu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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