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월드컵 앞둔 벨 감독 “벤투 감독님 성과보다는 한국 감독이라는 것 자체가 동기부여”

[전문] 월드컵 앞둔 벨 감독 “벤투 감독님 성과보다는 한국 감독이라는 것 자체가 동기부여”

풋볼리스트 2023-01-26 15:05: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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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벨 한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콜린 벨 한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조효종 기자= 콜린 벨 감독이 한국 여자축구 감독으로 일하는 것 자체에서 큰 동기부여를 얻는다며 2023 호주, 뉴질랜드 월드컵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26일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벨 감독의 신년 기자회견이 열렸다. 부임 5년 차를 맞이한 벨 감독은 올해 대표팀을 이끌고 2023 호주, 뉴질랜드 월드컵에 나선다.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을 통해 본선 출전권을 확보했다. 한국은 당시 대회에서 역대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올해 7월로 예정된 월드컵 본선에서는 H조에 포함돼 독일, 콜롬비아, 모로코와 맞붙는다.

월드컵을 앞둔 대표팀은 30일부터 울산 동계 전지훈련을 실시한다. 지소연(수원FC), 최유리(인천현대제철) 등 23명이 훈련을 진행한다. 훈련 종료 후에는 유럽에서 활약 중인 이금민과 박예은(이상 브라이턴앤드호브앨비언)과 해외 구단 입단을 위해 현지 체류 중인 골키퍼 윤영글을 포함해 아놀드 클라크컵에 참가한다.

인터뷰 때마다 한국말을 자주 사용하는 벨 감독은 기자회견에 앞서 “안녕하세요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한국말 인사를 건넸다. 이어 “아놀드 클라크컵과 월드컵을 기대하고 있다. 선수들이 괜찮았으면 좋겠다. 좋은 경기할 것으로 자신한다”는 한국말 소감으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이하 기자회견 전문

- 월드컵에서의 구체적인 목표는?

첫 번째 목표는 월드컵 첫 경기인 콜롬비아전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이후 한 경기씩 집중해 나갈 계획이다. 선수, 지도자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비슷한 답변을 받으실 것이다. 뻔한 답변이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그만큼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콜롬비아전에 집중하고, 한 경기 한 경기 집중할 것이다. 월드컵에서의 목표는 최대한 높이 올라가는 것이다. 선수들에게도 이야기했지만, 우리가 하고자 하는 플레이를 고수하고 잘 지킨다면 우리는 충분히 경쟁력 있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낮게 생각하거나 위축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 대표팀이 하고자 하는 플레이라면?

우리는 우리 만의 축구 원칙이 있다. 모든 축구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크게 나누면 공격, 수비마다 철칙이 있고, 그것을 조금씩 개선하고 바꿔나가는 과정에 있다. 우리는 항상 어느 팀과 경기를 하든지 능동적으로 플레이하고자 한다. 그리고 능동적인 플레이를 통해 경기를 승리로 가져오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고려해야 할 것으로는 경기마다 가용 선수가 누가 있는지와 어떤 식으로 경기를 운영할 것인지가 있다. 팀에 유연함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든다면, 전방 압박을 하길 원하는 팀이라고 압박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압박을 하려고 높은 수비라인을 유지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유연함이 필요하다. 철학을 고수하려고 하겠지만, 능동적인 축구라는 원칙 속에서도 유연함을 갖추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 같은 외국인 감독으로서 파울루 벤투 감독의 작년 월드컵 성과가 동기부여가 될지, 혹은 부딤이 될지

벤투 감독님의 월드컵 성공이 동기부여나 부담이 되진 않는다. 벤투 감독님은 외국인 지도자로서 국내에서 좋은 모습, 존경받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벤투 감독님이 한국에 계시는 동안 한국 축구, 생활 등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래서 남자 대표팀이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뤄냈다는 것에 크게 기쁘게 생각한다. 다만 한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일할 수 있는 것 자체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나는 영국인이고 독일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또 좋은 국가에 와서 협회의 많은 지원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같이 일하는 선수, 스태프도 훌륭한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대한축구협회, 우리 팀 선수, 스태프 모두를 통해 동기부여를 얻는다. 이 팀을 지도하고, 이 팀과 월드컵에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올 것이다. 또 축구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다. 동기부여를 어디서 얻냐고 한다면, 이 두 가지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 오랜 기간 팀을 맡으면서 선수들과 유대 관계를 잘 쌓고 있는데, 이런 점이 월드컵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선수들과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 선수들과 일할 수 있는 것이 기쁘다. 즐기고 있다. 선수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가끔 선수들을 엄하게 대할 때도 있지만, 또 솔직하게 대하고 있다. 선수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 도달할 수 있는 잠재력을 뽑아내는 것이 내 역할이고, 동시에 내가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 또 자신감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다. ‘자신감’은 내가 한국에서 처음 배우게 된 단어다. 2019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우리 선수들은 자신감이 별로 없었다. 지금은 어느 정도 높아진 상태다. 월드컵에서는 가능한 한 최대로 높아졌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잘 준비해야 한다. 선수들이 잠재력을 꽃피울 수 있도록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 지난해 연말 남해 훈련에 이어 곧 울산 소집 훈련을 앞두고 있는데

남해 훈련을 통해 오랜만에 다시 모여서 훈련하고 우리 축구를 이어갈 수 있었다. 다음 상대(아놀드 클라크컵 1차전)인 잉글랜드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도 가졌다. 곧 다가오는 소집 시작 시점에 지난 훈련을 상기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현재 프리시즌이기 때문에 소집 후에 선수들의 몸 상태부터 점검해 봐야 할 것 같다. 첫날에 지구력 테스트를 계획 중이다. 아놀드 클라크컵에 참가하는 다른 팀들, 잉글랜드, 벨기에, 이탈리아는 현재 시즌 중에 있다. 우리 팀에 불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대회에 앞서 소집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확인하고 부족한 점을 채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 정보전도 치열한데, 월드컵 본선 상대국 전력 분석 계획은?

현대 축구에선 정보 수집이 용이한 편이다. 월드컵 상대 국가들에 대한 정보 수집은 이미 시작됐고 진행 중이다. 상대 팀들이 2월, 4월에 또 경기를 할 텐데, 상대 경기를 관찰할 것이다. 독일 같은 경우에는 지인을 통해 별도로 정보를 수집할 예정이다. 독일 대표팀에 있는 선수들 중에는 과거 내가 지도했던 선수들이 있기도 하다. 또 대표팀 내 훌륭한 스태프들이 있다. 맷 로스 코치, 박윤정 코치, 비디오 분석관이 있다. 세 분이서 밤낮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 이 분들을 통해서 정보 수집이 잘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 월드컵을 앞둔 시점, 아놀드 클라크컵 참가의 의미

아놀드 클라크컵에 참가하면서 유럽 강호들을 상대하게 됐다. 특히 잉글랜드는 세계 최강의 팀이라고 생각한다. 작년 현 감독 체제에서 26경기를 치러 무패였다. 우리에겐 도전적인 상대가 될 것이다. 유럽 팀들을 상대하는 것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부딪히면서 체감하는 게 중요하다. 훈련장에서 정보를 주고 지도할 수 있지만 실제로 상대와 경기하면서 체득할 수 있는 점도 있다. 이번에 상대할 세 팀 모두 피지컬을 활용한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배울 수 있는 점도 있다. 월드컵 3번째 경기에서 독일을 상대하고, 토너먼트에 오른다면 유럽 팀을 더 만날 수 있다. 그 점을 대비하고 학습할 수 있을 것이다. 대회 진행 방식도 월드컵과 유사하다. 한 경기를 하고 짧은 회복 기간을 갖고 다음 경기를 치른다. 어떻게 회복해야 할지 파악하는 것도 과제가 될 것이다. 지난 아시안컵 때도 잘했지만 회복 전략 면에서 더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프리시즌 중에 열리는 대회이기 때문에 초청을 거절하는 쉬운 길도 있었다. 그럼에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집중력이 필요한 대회가 될 것이다. 월드컵에서는 실수, 약점이 노출되더라도 보완할 시간이 없다. 아놀드 클라크컵에서 우리의 여러 약점, 실수가 노출될 텐데 미리 월드컵에 대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으려고 한다.

- 여자 대표팀의 미래로 꼽히는 천가람에 대해

최근 소집 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어린 선수가 대표팀에 필요했다. 연령별 대표에서 A대표팀으로 올라왔는데, 성인 선수들을 상대하고 고강도 훈련을 하면서 도약해야 하는 시점이었다. 똑똑한 선수다.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다. 잠재력을 끝까지 펼쳤으면 좋겠다. 선수는 본인 스스로 지금 자신의 위치가 어딘지 파악하고 목표를 구체적으로 수립해 성장할 필요가 있다. 선수에게 목표가 무엇인지 물을 때 목표 달성을 위해 어느 정도 투자할 수 있는지도 물어야 한다. 잠재력을 끌어내는데 중요한 요소다. 선수가 갖는 내적 동기부여는 선수들의 목표 달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천가람 선수가 야망이 있다면, 스스로에게 어떤 준비가 돼있는지 질문해야 한다. 그런 준비가 돼있다면 감독으로서 잠재력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게 내 역할이다.

- 이번 소집 훈련 명단이 11월 뉴질랜드 원정 명단과 차이가 있다

선수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조소현 선수가 부상으로 함께할 수 없게 됐다. 오랜 기간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해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쉽게 됐다. 잉글랜드로 가서 직접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이민아 선수도 부상을 당했다. 중요한 선수라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이영주 선수도 마찬가지다. 대표팀 문은 모든 선수들에게 열려있지만,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너무 많은 변화를 가져가는 건 무리가 있다. 기존 선수들로 견고히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물론 현재 대표팀 명단에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아 만족도가 높다. 추효주, 장슬기 선수는 포지션을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상대에 맞춰 여러 역할을 소화한다. 김혜리 선수 같은 경우 사이드백, 센터백을 모두 볼 수 있다. 이 유연함을 강점으로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 월드컵 상대들의 경계되는 점

세 팀 다 동기부여가 가득하고, 조직적인 팀이다. 개성도 뚜렷하다. 대표팀마다 각국의 문화적인 특성이 반영되곤 한다. 콜롬비아 같은 경우, 날 것의 축구를 하는 느낌이 있다. 모로코는 기술적이고 조직적인 팀이다. 독일은 피지컬적으로 완성된 팀이다. 우리는 우리 만의 DNA를 고수하고 노력해야 한다. 조직력을 통해 빠르게 플레이하고, 적극적이고 유연하게 플레이해야 한다. 상대가 우리의 플레이를 쉽게 예측할 수 없게 만들고 싶다. 매 경기 상대를 어렵게 하고 싶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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