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억 챙겼는데 뭐 어때"…中에 반도체 기밀 넘겨도 팔짱 낀 韓

"1200억 챙겼는데 뭐 어때"…中에 반도체 기밀 넘겨도 팔짱 낀 韓

아이뉴스24 2023-01-26 15:51:5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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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잦은 기술 유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주요 경쟁국가에서 국내 반도체 기술을 노리고 전·현직 임직원뿐 아니라 협력사에게 접근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단속 여력이 부족한 데다 처벌 수위가 낮아 기술 유출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을 비롯한 주요 경쟁국가에서 국내 반도체 기술을 노리고 전·현직 임직원뿐 아니라 협력사에게 접근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특허청 기술디자인특별사법경찰과 대전지검은 반도체 핵심 공정인 웨이퍼 연마(CMP) 관련 기술을 중국에 유출하려 한 혐의(산업기술보호법 등 위반)로 A(55) 씨 등 3명을 구속기소하고, 3명은 불구속기소 하는 등 6명을 적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들은 컴퓨터와 업무용 휴대전화로 회사 내부망에 접속해 '반도체 웨이퍼 연마 공정도' 등 회사 기밀자료를 열람하면서 개인 휴대전화로 사진 촬영하는 수법 등으로 자료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자료에는 반도체 웨이퍼 연마제·연마패드 관련 첨단기술과 영업비밀은 물론 반도체 웨이퍼 연마공정 관련 국가 핵심기술 및 영업비밀까지 포함됐다.

특허청 기술경찰에 따르면 주범인 A씨는 지난 2018년 임원 승진에 탈락하자 2019년 6월 중국 업체와 반도체 웨이퍼 연마제인 CMP 슬러리 제조사업을 함께하기로 약정했다. 이후 원 소속 회사에 계속 근무하며 메신저 등으로 중국 내 연마제 생산설비 구축·사업을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다른 회사 소속 B(52·구속)·C(42·구속)·D(35·불구속) 씨 등 3명을 스카우트해 2019년 9월부터 중국 업체에 각각 부사장·팀장·팀원급으로 보냈다. 자신도 2020년 5월부터 사장급으로 이직해 근무했다. 공범들은 중국 업체로 이직할 경우 현재 보수의 2~3배에 달하는 경제적 이득이 있을 것으로 보고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경찰은 지난해 3월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에서 중국 업체로 이직한 연구원 C·D 씨 등 2명에 대한 첩보를 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이들이 귀국한 시점에 소재지를 급습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등 신속하게 증거 및 신변을 확보했다.

기술이 유출된 3개 회사는 반도체 공정 소재를 제조하거나 메모리 반도체를 제조하는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들로 시가총액 합계가 66조원 규모에 이른다. 이번 일로 3개 피해 기업 가운데 규모가 가장 작은 회사에서만 1천억원 이상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

다만 A씨가 근무했던 회사의 경우 유출된 자료가 중국에서 활용되기 전에 A씨가 구속되면서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유출된 기술의 회수는 실질적으로 한계가 크다는 게 특허청의 판단이다.

중국에 반도체 핵심기술을 유출하려던 일당이 수사 당국에 적발됐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아이뉴스24 DB]

앞서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세메스에서도 중국에 기술이 유출돼 곤욕을 치렀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박진성 부장검사)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세메스 전 연구원 E씨 등 2명과 기술 유출 브로커, 세메스 협력사 대표 F씨 등이 산업기술보호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 16일 구속 기소됐다.

E씨는 퇴직 후 세메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초임계 반도체 세정장비' 핵심 도면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중국인 브로커와 함께 1천200억원가량을 챙겼으며, 피해 예상액은 수조원대에 달한다. 특히 E씨와 F씨는 지난해 5월 산업기술보호법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바 있다. 같은 해 7월 이들은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형을 받았다. 4개월 뒤인 11월 법원 보석 결정으로 석방됐다가 추가 혐의가 나타나면서 이번에 다시 구속영장 청구 및 발부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0월에는 반도체 기술 자료를 빼돌린 삼성전자, 삼성엔지니어링 등 전·현직 연구원과 협력사 임직원 10명이 기소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소속 연구원 G씨는 미국 인텔에 이직하기 위해 전자회로 시뮬레이션 모델링 자료 등을 촬영한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삼성엔지니어링 연구원 H씨는 반도체 초순수 시스템 운전 매뉴얼, 설계 도면 등을 들고 중국 회사로 옮겼다. 이후 이들 중 일부는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 판결만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의 중요성이나 취한 이익을 고려하면 1년 6개월형은 솜방망이 수준"이라며 "기술 유출의 처벌 수위를 보면 대부분 집행유예나 낮은 수준의 징역형에 그친다는 점이 해외 기술 유출을 더 조장하는 듯 해 매우 아쉽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내 반도체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사건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검찰청의 산업기술 해외유출 적발건수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5년간 112건, 국가핵심기술 36건이 유출됐다. 이 중 디스플레이·반도체 부문만 50건에 달한다. 이에 따른 피해예상액(대검찰청 추산)은 25조원을 상회한다.

하지만 관련 처벌 수위는 매우 낮다. 대법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관련 판결은 1심 재판 기준 집행유예가 39.5%에 달했다. 지난 2020년 서울반도체의 LED 핵심기술을 유출한 전직 연구원이 징역 8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는 경쟁국인 대만이나 미국, 일본과도 비교되는 부분이다. 대만은 적발시 간첩죄를 적용해 12년의 징역과 벌금 1억 대만달러(한화 약 44억원)를 부과한다. 미국은 국외 추방을 부과하며, 일본은 범죄 수익을 모두 몰수하고 천문학적 액수의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해외 기술 유출 처벌과 관련해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산업기술유출방지법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을 외국에서 사용하거나 사용되게 할 목적으로 유출한 자는 3년 이상 징역과 15억원 이하 벌금을 병과한다. 산업기술은 15년 이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 벌금이다. 해당 목적을 입증하는데 쉽지 않아 결과적으로는 처벌 수위가 낮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이에 국회는 지난해 '산업기술 유출방지법' 처벌 강화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으나, 경쟁국 대비 처벌 강도가 여전히 약하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 국내 기업이 선두권에 있는 분야에서의 기술과 인재 유출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사태가 심각한데도 가벼운 처벌에 그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첨단기술은 한번 빠져나가면 피해를 가늠하기 어렵고 사실상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갖고 정부에서도 국가적 차원의 지원에 나서는 등 시급히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이대로 있다간 은퇴 임직원·협력사 등 사각지대를 중심으로 '한탕주의'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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