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모: 왜 유명인의 아기를 대신 임신하게 됐을까?

대리모: 왜 유명인의 아기를 대신 임신하게 됐을까?

BBC News 코리아 2023-01-26 15:52:34 신고

세인트클레어
Elizabeth Nichols
세인트클레어

점점 더 많은 유명인이 대리모를 통해 자녀를 낳으며 또 이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최근엔 패리스 힐튼이 나오미 캠벨, 프리얀카 초프라, 일론 머스크, 킴 카다시안 등에 이어 대리모를 통해 첫 아이를 출산했다고 밝혔다.

유명인의 대리모가 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2번이나 겪어본 샤나 세인트클레어는 둘 다 아주 다른 경험이었다고 털어놨다.

어느 날 세인트클레어의 전화기가 울렸다. 캐서린의 전화였다.

캐서린은 안부 인사도 없이 "뉴스에서 보기 전에 말해주고 싶었다. 다른 대리모가 방금 우리 아기를 출산했다"며 대뜸 말을 꺼냈다.

이에 놀란 세인트클레어는 안정을 취하고자 자리에 앉았다. 세인트클레어의 뱃속엔 캐서린의 아기가 몇 주째 자라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제 캐서린이 다른 대리모로부터 또 다른 아이를 얻게 됐다는 것, 즉 세인트클레어가 캐서린이 선택한 유일한 대리모가 아니었던 것이다.

과연 이는 무슨 의미일까. 이렇게 되면 캐서린은 여전히 세인트클레어가 품고 있는 아이를 원할까.

세인트클레어는 "미리 말해주셨다면 좋았을 텐데"라며 어렵게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내가 내일 검진받고 나서 얘기하자"고 제안했고 캐서린 또한 이에 동의하며 우선 전화를 끊었다.

몇 시간 뒤 마음을 진정시킨 세인트클레어는 캐서린에게 문자를 보냈다.

"소식에 조금 당황했지만, 당신에게 좋은 소식이 있어 기뻐요. 아기와 잘 지내요. 내일 검진 후에 얘기해요."

그러나 캐서린은 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전화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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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세인트클레어는 잡지를 통해 대리모에 대해 알게 됐다.

펜실베이니아의 가족 농장에서 뛰어노는 세 자녀 옆에서 뜨거운 음료를 홀짝홀짝 마시며 세인트클레어는 집중해서 기사를 읽어 나갔다.

우선 대리모 행위는 대리모가 난자를 제공해 인공수정 방식으로 임신한 뒤 출산하는 '전통적인 대리모' 방식과 예비 부모가 시험관 시술을 통해 만든 배아를 대리모의 몸에 이식하는 '임신 대리모' 방식으로 나뉜다.

그리고 이러한 대리모 역할에 금전적 대가를 받는지에 따라 '상업적 대리모'와 '이타적 대리모'로 구분된다.

잡지 기사는 대리모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심지어 상업적 대리모 행위일지라도 한부모, 불임 부부, 친자식을 원하는 동성 부부에겐 선물 같은 일이라는 주장이었다.

세인트클레어는 그 기사를 읽으며 무언가 반짝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세인트클레어는 남들보다 수월하게 임신해 아이 셋을 출산하고 막 30살이 됐을 무렵이었다. 세인트클레어와 남편은 더 이상의 자식을 원치 않았다.

그렇지만 세인트클레어는 자신이 남들을 위해 "임신 대리모는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마음을 굳힌 세인트클레어는 남편과 함께 대리모 서비스 업체에 등록하고자 수많은 서류를 작성했다. 심리학자 및 의료진의 평가도 거쳤으며, 변호사와도 수십 번 회의했다고 한다.

그렇게 몇 주 뒤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세인트클레어의 대리모 프로필을 읽은 유명인 부부 제니퍼와 마크가 뉴욕에서 만나길 청해온 것이다.

이들은 이내 유대감을 맺고 친해졌다.

"제니퍼와 마크는 친절한 사람들이었다"는 세인트클레어는 "제 삶을 이해하고, 제 아이들을 알아가고자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세인트클레어는 체외수정 클리닉으로 향하는 항공료 및 연료비를 포함해 호텔비, 식사비 등을 지원받았다. 그리고 임신으로 미용사 일을 그만두며 벌지 못하는 수입도 보장받았다. 그렇게 3년여간 5만달러(약 6000만원)를 지원받았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임신이 되고 결국 아기가 태어났을 때 제니퍼와 마크는 눈물을 흘리며 세인트클레어의 손을 붙들었고, 새로운 가족을 만날 수 있게 해줘 감사하다고 했다.

그 후 몇 달 뒤 제니퍼가 캐서린이라는 여성에게 세인트클레어를 소개해도 되는지 물었을 때 세인트클레어는 동의했다.

캐서린은 유명인 가정에서 태어난 여성으로, 몇 년간 자식을 갖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했다. 그러던 중 제니퍼가 대리모를 통해 성공적으로 자식을 품에 안게 되자 세인트클레어와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세인트클레어는 "돌이켜 생각해보면 첫 통화에서부터 불길한 조짐이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당시 "캐서린은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대리모 서비스 업체를 빼고 직접 거래하고 싶어 했으며, 자기 개인 변호사를 통해 계약서를 작성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미 제가 제니퍼와 함께 하면서 심리 검사도 통과했기에 다시 할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이에 세인트클레어는 3차례의 임신 시도 횟수에 동의했다.

본격적인 대리모 행위는 '사이클' 즉 대리모로 나선 여성과 난자 기증자의 생리 주기를 동기화하기 위해 호르몬주사를 투여하는 과정으로 시작한다.

이후 세인트클레어와 남편은 체외수정된 난자를 세인트클레어의 자궁에 착상시킬 체외수정 클리닉에서 캐서린을 직접 만나기 위해 이동했다.

그곳에서 캐서린은 화려하고 아름답게 차려입은 채 이들 부부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인트클레어가 다가와 포옹하려 했지만, 캐서린은 뒤로 물러났다. 캐서린은 포옹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캐서린은 이식 중엔 같이 있겠지만, 자신은 곧 가봐야 한다면서 운전기사가 이들 부부를 호텔로 데려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 세인트클레어는 "제니퍼 부부와 함께할 때와는 전혀 다른 경험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첫 번째 임신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두 번째 시도를 하기 전날 밤, 캐서린은 세인트클레어 부부를 저녁 식사 자리에 초대해 자신이 소유한 여러 전용기와 고급 디자이너 가구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세인트클레어는 검은색 레깅스와 평범한 맨투맨 차림으로 호화로운 식당에 앉아 이러한 이야기를 듣는 게 불편했다. 캐서린과 자신은 그 어떤 공통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음날 클리닉에서 만난 캐서린은 알약 병을 움켜쥐고 있었다고 한다. 세인트클레어가 긴장하는 바람에 첫 번째 시도가 실패로 끝난 것이라면서 캐서린은 신경안정제를 건넸다.

이에 "아니, 괜찮다"고 했지만 캐서린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권유했다.

"캐서린이 계속 '뭐가 문제냐. 알약 한 개 정도는 해롭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마지못해 알약 하나를 입에 넣었지만 세인트클레어는 캐서린이 보지 않을 때 조심스럽게 버렸다.

2번째 시도도 결국 실패로 끝났다. 이에 3번째 시도로 넘어가게 됐다.

Shanna St.Clair
Elizabeth Nichols

3번째 시도를 위해 클리닉에서 만났을 때, 캐서린은 집 인테리어를 놓고 모친과 언쟁하며 거의 전화기만 붙잡고 있었다. 세인트클레어와는 거의 말을 섞지 않았다.

그렇게 열흘 뒤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세인트클레어의 hCG(자궁벽에 수정란이 착상돼 생기는 태반 세포에서 생성된 호르몬) 수치 검사 결과, 임신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세인트클레어는 정말 기뻤지만, 캐서린은 반대로 아무런 감정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전 대리모도 임신에 성공했으나 결국 유산했다면서, 미리 흥분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에 세인트클레어는 "그런 일을 겪은 줄 몰랐다. 정말 유감이다"고 했다.

이에 대한 캐서린의 대답을 세인트클레어는 여전히 기억한다.

"그건 그 대리모의 잘못이었어요."

캐서린의 설명에 따르면 그 대리모는 몸이 편찮은 아버지를 방문하겠다고 공항에서 12시간이나 비행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이어진 캐서린의 발언에 세인트클레어는 놀라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 대리모한테 여행길에 오르지 말라고 말했지만 결국 하더군요. 그리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봐요 … 아기가 죽었다고요."

며칠 뒤 세인트클레어의 hCG 수치가 약간 떨어졌지만, 의료진은 희망을 버리지 말라고 했다.

전화를 걸어 이 소식을 알리자 캐서린은 냉정하게 "오케이. 어떻게 되는지 봅시다"고 답했다.

세계 각국의 대리모

  • 우크라이나, 콜롬비아, 멕시코, 러시아는 상업적 대리모 행위를 허용한다. 반면 캄보디아, 인도, 멕시코, 네팔, 태국에서는 해당 국가 비거주자 부부를 위한 대리모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 영국에서는 상업적 대리모가 불법이므로 대리모와 예비 부모 간 알선을 통해 제삼자가 이익을 볼 순 없지만, 대리모 행위에 대한 비용을 받는 건 불법이 아니다. 영국에선 대리모를 통한 출산이 2011년에서 2020년 사이 4배 가까이 증가했다.
  • 미국에선 주마다 규정이 다르다. 일례로 세인트클레어가 사는 펜실베이니아주는 금전적 보상과 상관없이 대리모 계약을 허용하는 등 비교적 대리모 산업에 친화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 글로리아 스타이넘, 줄리 빈델과 같은 유명한 페미니스트 운동가들은 대리모 행위가 여성의 신체를 상품화하며, 종종 가정환경이 어려운 대리모들을 착취로 내몬다고 주장한다.

그러고 나서 얼마 안 돼 캐서린이 전화를 걸어 다른 대리모가 방금 아기를 출산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온 것이다.

그렇게 캐서린으로부턴 소식이 끊겼다.

캐서린이 아기를 원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세인트클레어는 이후로도 한 시간 이상씩 직접 운전해가며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았다.

충격적이었던 소식을 접한 지 4주 뒤 hCG 수치가 너무 낮게 떨어졌다는 말과 함께, 결국 유산하게 됐다.

이에 캐서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또다시 받지 않았다.

그래서 전할 슬픈 소식이 있다며 메시지를 보냈다.

몇 시간 후 캐서린은 "곧 전화하겠다"고 답장했으나, 며칠이 지나도 전화는 없었다.

그래서 세인트클레어는 다시 한번 메시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아기랑 잘 지내고 있길 바라요. 나머지 청구서는 그쪽한테 보내면 될까요?"

이번엔 답장이 왔다.

세인트클레어는 캐서린이 "세인트클레어, 우리 관계는 끝났어요"라며 시작한 메시지 내용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쪽이 내 아기를 낳는 것에 보인 이러한 냉담한 태도에 소름이 끼치네요. 청구서는 보내세요."

그 이후로 세인트클레어는 캐서린과 다시는 연락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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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캘리포니아에서 VIP 대리모 서비스 업체 '모던리'를 운영하는 아리아 시뮤엘은 "유명인들이 최근 들어 대리모를 통한 출산을 공개하고 있지만, 사실 지난 몇 년간 이어져 온 일"이라고 설명했다.

사업 파트너와 마찬가지로 대리모 경험이 있어 그 고충을 잘 이해하는 시뮤엘은 "유명인이 비즈니스 매니저, 비서, 보안 책임자 등을 대동하고 나타나면 대리인은 매우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뮤엘은 좋은 기관이라면 대리모의 상황이 편안한지 확인할 뿐만 아니라 필요한 경우 대리인의 권익을 옹호해주며, 신원 확인 및 심리 평가 등을 실시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유명인 부부에게 리얼리티 TV 쇼로 제작하자고 제안하거나, 친지가 하는 영화에 자금을 대달라는 등 대리모 지원자가 선을 넘은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시뮤엘은 이러한 조건은 "협상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캐서린과의 일이 좋지 않게 끝난 지 4년 뒤 세인트클레어가 등록했던 대리모 서비스 업체로부터 다른 부부를 만나볼 의향이 있는지 연락이 왔다.

세인트클레어는 만남에 응했고 이들 부부를 사랑하게 됐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번 더 대리모로 나서주기로 했다.

그렇게 쌍둥이를 낳았다.

이에 대해 세인트클레어는 "캐서린과의 굴욕스러운 경험을 씻어내기 위해선 뭔가 좋은 경험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저의 대리모 경험은 2번은 아름다웠으며, 1번은 끔찍했던, 그저 거래 형태일 뿐이었습니다."

현재 세인트클레어는 작은 마을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며 살고 있다. 찾아오는 손님들은 윙윙거리는 헤어드라이어 소리와 함께 이런저런 가십거리를 말해준다.

그리고 가끔은 임신과 출산 혹은 가족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질 때도 있다.

"임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람들, 갓 유산했다는 사람들, 불임이라는 사람들, 절대 아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람들, 어떻게든 아기를 가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등 매주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설명이다.

"모두가 대리모를 선택하게 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는 무척 개인적인 일이기에, 대리모나 예비 부모나 모든 관련자가 행복하고 만족한다는 전제하에 다른 이의 선택을 멋대로 판단해선 안 됩니다."

기사에 등장한 유명인은 모두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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