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뱃돈·축의금 '3만원권' 화제…'현금없는 사회'인데 굳이

[아시아타임즈=정종진 기자] 얇아진 지갑 사정에 세뱃돈, 축의금 등을 5만원권 현금으로만 주기 부담스러워지면서 설 연휴 기간 3만원권 발행 필요성이 화제가 됐다. 1만원권, 5만원권으로 뛰는 화폐 단위 중간에 3만원권을 추가하면 유용할 것이란 주장이다. 

하지만 현금 사용이 줄고 카드나 간편결제 등의 사용이 일상화된데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교체 비용 등을 감안할때 3만원권 발행은 경제적으로 실익이 적다는 것이 금융권의 중론이다.

화폐를 발행하는 한국은행 역시 국민을 대상으로 한 화폐 사용 만족도 조사에서 고액권(10만원권)에 대한 수요는 있었지만 2만원권이나 3만원건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거의 없었다며 국민 여론과 정치권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진=연합뉴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설 연휴 가수 이적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3만원권 필요성' 글이 화제를 넘어 정치권의 움직임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앞서 이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요즘 드는 생각인데 3만원권 지폐가 나오면 좋을 듯 싶다"며 "만원에서 오만원권은 점프 폭이 너무 크다"고 적었다. 또 "1, 3, 5, 10으로 올라가는 한국인 특유의 감각을 생각해보면 3만원권은 필시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했다.

이에 호응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3만원권 발행 촉구 국회 결의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1만원 세뱃돈은 좀 작고, 5만원은 너무 부담되는 국민들이 대다수라며 3만원권 필요성이 국민 모두에 해당되고 공감을 받는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 미국 달러도 10, 20, 50 달러로 단위가 있고 유럽의 유로도 중간단위 화폐가 존재한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축의금, 부조 단위가 1, 3, 5로 커지기 때문에 2만원권보단 3만원권이 적합하다는 부연 설명이다. 

3만원권 발행 필요성이 화제가 되자 설 연휴 후 열린 주식 시장에서 ATM 관련 테마주가 오름세를 나타내는 모습도 연출됐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3만원권 발행을 통한 실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이 지난해 발표한 '2021년 경제주체별 현금사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계가 최근 1년간 상품 및 서비스 구매를 위해 사용한 현금 지출액은 지난 2021년 기준 월평균 51만원이었다. 2018년(64만원)보다 13만원(25.4%) 감소한 수준이다.

더욱 전체 지출액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1.6%로, 신용·체크카드(58.3%)의 절반 수준으로 크게 작아졌다.

'현금없는 사회'로의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권 발행 비용, ATM 교체 비용 등을 감안할때 3만원권 발행을 통한 경제적 실익이 적다는 것이다.

한은 역시 신중한 입장이다. 국민 여론과 정치권 논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과거 5만원권은 2006년 고액권 화폐 발행을 위한 촉구 결의안이 발의되고 2009년 5만원권이 신규 발행된 바 있다. 

국민적 여론이 아직 무르익지 않은 점도 부담이다. 한은이 지난해 화폐 사용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에서 2만, 3만원권 신규 발행에 대한 수요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3만원권 필요성이 일시적으로 화제가 됐지만 국민적 공감대는 아직 미진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의 지갑 사정이 팍팍해지고 세뱃돈이 부담돼 3만원권 필요성이 화제가 됐지만 실제로 현금 사용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화폐 발행에 따른 경제적 실익이 적어 3만원권 발행이 현실화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