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어머니를 보살피게 된 A씨. 이에 형제자매들은 A씨에게 어머니 소유의 아파트를 나중에 상속해 주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A씨는 불안하다. 그때가 되면, 언니·오빠들이 마음을 바꿀 것 같아서다. /셔터스톡
홀로 생활하던 고령의 어머니에게 병환이 찾아왔다. 형제자매 중 누군가는 어머니를 보살펴야 했고, 가족회의 끝에 막내딸 A씨가 어머니와 함께 거주하며 병간호를 하기로 했다.
A씨의 언니⋅오빠들은 "어머니를 모시게 된 A씨에게 어머니 소유 아파트를 나중에 상속해 주자"고 했다. 여기에 대해 모든 형제자매 등 가족 구성원들이 동의했고, 어머니도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데 A씨의 마음이 조금은 불안하다. 막상 상속 시점이 되었을 때 가족 중 누군가 마음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이에 A씨는 자신의 권리를 확실하게 해둘 방법은 없을지 변호사들에게 물었다.
변호사들은 "형제자매들끼리 아파트에 대한 상속권을 구두로 협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법적으로 어머니가 사망하기 전에 이뤄진 상속재산 분할 협의는 무효"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법률사무소 HY의 황미옥 변호사는 "판례는 예비 상속인들 간 상속재산분할 협의를 하는 것을 무효로 본다"며 "추후 형제자매들이 해당 합의를 번복하면, 이미 합의가 있었다는 이유로 방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법무법인 제민의 하경남 변호사도 "피상속인(어머니)이 사망하기 전에 한 공동상속인들(자녀들)의 상속재산에 관한 상속 포기, 협의 등은 무효가 된다"며 비슷한 의견을 밝혔다.
실제 우리 대법원은 "상속개시 전에 이뤄진 상속포기약정은 효력이 없다"며 "유류분을 포함한 상속의 포기는 상속 개시(어머니 등 피상속인의 사망) 이후 일정 기간 내에만 가능하고 가정법원에 신고하는 등 일정한 절차와 방식을 따라야만 그 효력이 있다"는 입장이다(94다8334 판결).
이에 변호사들은 "A씨가 아파트의 소유권을 미리 확보하려면, 추가적인 절차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미리 '증여'를 받는 방법 등 이었다.
황미옥 변호사는 "모친으로부터 증여를 받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며 "어머니를 모시는 대가로 증여를 받는 등의 내용으로 하면 될 것"이라고 봤다. 법무법인(유한) 강남의 서용진 변호사도 "어머니도 동의한 내용이라면 미리 증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수앤인 합동법률사무소의 박수진 변호사는 "유언 공증을 해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유언 공증은 유언자가 증인 2명이 참여한 상태에서 변호사 등 공증인에게 유언의 취지를 말하고, 공증인이 공정증서 형태로 작성하는 방식의 유언이다. 이렇게 하면 추후 상속이 개시됐을 때 유언이 법적 효력을 갖는다.
다만, 사전에 증여를 받거나 유언 공증을 해두더라도 추후 형제자매들이 이의를 제기해 유류분 반환청구를 한다면 이는 막을 수 없다. 유류분은 상속인들이 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을 말한다. 민법 제1112조에 따라, 자녀들은 법정 상속분의 2분의 1이 유류분이 된다.
Copyright ⓒ 로톡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