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파헤친 전시성폭력…신간 '진중일지로 본 일본군 위안소'

15년간 파헤친 전시성폭력…신간 '진중일지로 본 일본군 위안소'

연합뉴스 2023-02-03 06:15: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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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일지로 본 일본군 위안소' 표지 이미지 '진중일지로 본 일본군 위안소' 표지 이미지

[휴머니스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위안소가 평시 출입하는 민간 성매매업소와 본질적으로 구별되어야 할 일본군 부대에 부속된 '군 시설'이었음을 논증하려고 시도한 책 '진중일지로 본 일본군 위안소'(휴머니스트)가 출간됐다.

일본의 전시노동력정책을 연구해 도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하종문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가 15년에 걸친 작업 끝에 내놓은 저작이다.

앞선 논문에서 위안소를 "일본군의 조직 체계와 작전에 깊숙이 결부된 시설"로 규정했던 저자는 일본군의 공식 기록물인 진중일지 속의 위안소 관련 기술을 분석해 이를 뒷받침하는 사실들을 발굴했다.

하 교수는 진중일지를 남긴 부대의 제반 자료와 접목해 장기적·총체적 고찰을 시도한 점이 책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선구자로 꼽히는 요시미 요시아키(吉見義明) 일본 주오(中央)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진중일지를 위안소가 실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물로 삼는 데 그쳤지만, 이 책은 이를 더 입체적으로 분석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이다.

책은 위안소 설치 자체가 일본군의 업무로 진행됐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 사례를 풍부하게 다뤘다.

하종문 한신대학교 교수 하종문 한신대학교 교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야전중포병 제6여단 14연대 1대대 본부의 1938년 1월 27일 진중일지에는 "오늘부터 별지 규정에 따라 위안회장(위안소)을 개설하다"라고 기재돼 있다.

1월 31일 일지에는 위안소의 영업 절차, 시설, 금지사항 등을 41개 조에 걸쳐 기술한 '특수위안소 취체(取締·단속)규정'이라는 것이 등장한다.

여기에는 "접객부는 사영(舍營)사령관 허가 없이 지정 구역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으며 전임 장교는 "군부의 사정에 따라" 영업장의 퇴거와 영업장의 제한을 명령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저자는 주둔지의 사영사령관과 그 대행자인 전임장교가 위안소의 개설은 물론 기존 위안소의 존폐를 좌우하는 절대적 권한을 지닌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본군은 전쟁 중 군인의 외출을 엄격하게 관리했는데, 위안소 이용을 위한 외출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예를 들면 중국에 주둔한 한 부대에 하달된 대대단열회보에는 '위안외출'을 허가하는 시간을 오전 8시∼오후 1시는 부속 2소대, 정오∼오후 5시는 제1·3소대, 오후 6∼9시는 하사관 등으로 구분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위안소의 설치 및 운영에는 군뿐만 아니라 외교당국도 협력했다.

난징총영사관에서 육·해군과 영사관 관계자가 민간인의 각종 영업허가 및 통제에 관해 협의하면서 위안소 문제를 다뤘다.

평화의 소녀상 평화의 소녀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들은 "육해군에 전속하는 주보(酒保, 군대 영내 매점) 및 위안소는 육해군이 직접 경영, 감독하는 것이므로 영사관은 간여하지 않으나 일반적으로 이용되는 소위 주보 및 위안소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합의했다.

이어 "이 경우 업자에 대한 일반적인 통제는 영사관이 그 임무를 맡으며 여기에 출입하는 군인·군속(군무원)에 대한 통제는 헌병대에서 처리하기로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군 전속 위안소를 허가하는 경우 해당 부대나 헌병대가 업태와 영업자 인적 사항 및 신분 변동을 영사관에 통보하기로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책은 위안소 업자가 매일 매출액 기록을 작성하고 일요일마다 경비대장을 거쳐 연대본부에 보고하게 한 사례도 소개했다.

저자는 진중일지를 읽어보면 위안소 설치와 이용이 이동, 주둔, 작전, 훈련 등 부대의 "통상적인 족적과 분리할 수 없는 군 행동의 '일부'였음이 명료해진다"고 강조했다.

일본군과 위안소의 관계 분석은 1993년 8월 4일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일본 관방장관이 발표한 이른바 '고노담화'보다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고노담화 발표장면 고노담화 발표장면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고노담화는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강제성을 인정하고서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위안소는 당시의 군 당국의 요청에 따라 마련된 것이며 위안소의 설치, 관리 및 위안부의 이송에 관해서는 옛 일본군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이에 관여했다"고 일본군의 역할을 다소 모호하게 표현했다.

저자는 "총포탄이 난무하는 최전선에서 민간인 성매매업자가 독자적으로 자유롭게 위안소를 만들 수 있었을 리 만무하며, 신원이 불확실한 위안부에게 병사들을 외출시킬 부대의 지휘관 또한 상상할 수 없다"며 위안소와 일본군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파고들었다.

그는 "과거뿐 아니라 미래에도 닥칠지 모르는 전시 여성 성폭력의 구조와 제도를 포착하는 뼈아픈 계기"로 삼기 위해 위안소를 연구했다면서 "위안부 문제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바라보고 해법을 모색하는 전기를 찾아보자"고 제언했다. 728쪽.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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