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급액 1100억원 넘어”…끊이지 않는 조선 3사 하도급 ‘갑질’ 논란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이뉴스투데이 박현 기자] 조선 3사 관련 하도급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원사업자라는 우월적 지위에서 벌인 갖가지 불공정행위로 다수 하청업체가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현재 소송까지 진행 중이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의 하도급법 위반 조사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대규모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은 울산 현대중공업 임직원 3명에 대해 1심 판결이 오는 14일 내려질 예정이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18년 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이 주요 증거를 인멸해 공정위와 고용노동청의 하도급법·파견법 위반 혐의 조사를 방해하자 참여연대와 현대중공업하도급갑질하청업체대책위원회가 2020년 6월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등 임직원을 형법상 증거인멸죄로 검찰에 고발한 데 따른다. 이에 검찰은 이듬해 12월 현대중공업 상무 등 임직원 3명을 기소했으며, 이제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상태다.

7일 조선3사하도급갑질피해하청업체대책위원회와 참여연대의 의견서에 따르면, 조선 3사는 글로벌 조선산업 불황기였던 2012년 이후 저가·과다 수주로 인한 손실을 하청업체에 불법적으로 전가해 왔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위법·부당한 행위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이에 공정위는 2018년 대대적인 직권조사를 실시해 조선 3사 모두 불공정거래행위가 발행해 왔음을 확인, 검찰 고발·제재 결정을 내렸다.

조선3사하도급대책위와 참여연대는 해당 3사가 선시공 후계약, 일률적인 단가 인하, 원가보다 낮은 부당한 하도급대금 일방 결정 등 무수한 불법행위를 자행해 왔으며, 이는 중소 규모 하도급업체에 고통과 부담으로 다가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하도급대책위에 소속된 각 하도급업체는 모두 현대중공업의 대금 미지급으로 인해 모두 도산 상태이며, 업체 다수가 임금체불과 4대보험 미지급건으로 형사처벌까지 받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익길 현대중공업하도급대책위원장은 “지금까지 17개 업체에 미지급된 금액 규모는 110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조선3사하도급대책위와 참여연대는 현대중공업이 그간의 하도급법·파견법 위반을 저지른 사실을 반성하거나 불공정거래 구조·관행을 개선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하기에 급급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판결을 앞두고 있는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각각 자사와 관련된 하도급 관련 소송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삼성중공업 측은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 얘기하기가 어렵다“고 말했으며,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공정위 과징금 부과와 관련해 진행 중인 행정소송은 3건이며,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대형 조선 3사와 하도급업체 간의 분쟁과 관련해 장기간 당연시돼 온 불공정 관행은 시급히 근절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 내에서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조선산업의 위상에 걸맞게 원·하청기업 역시 투명하고 공명정대한 관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신동화 참여연대 간사는 “지난 2021년 4월 ‘하도급 불공정거래에 대한 감독 강화’ 등 내용을 포함한 하도급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안한 바 있다”며 “조선산업 내 불공정거래 관행·구조 개선을 위해 각 산업 주체가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