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풍문으로 들었소

[데스크칼럼] 풍문으로 들었소

아이뉴스24 2023-03-10 06:00:01 신고

3줄요약

[아이뉴스24 김병수 기자] 여당 국민의힘이 지난 8일 전당대회를 통해 당 지도부를 결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할 체제라는데 이견이 없다. 당내 기반이 넉넉하지 못한 윤 대통령으로선 '당정분리'라는 비판에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하루빨리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당이 절실했다. 결과는 김기현 대표 53%, 청년 최고위원 1명을 포함한 최고위원 5자리를 싹쓸이했다.

2016년 새누리당(국힘 전신)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전당대회에 참석한 후 7년 만에 윤석열 대통령이 전당대회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할 만했다. 지난달 20일을 전후한 전대 공개토론에선 '공천권' 논란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당시 김기현 후보가 윤 대통령의 공천권 행사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다.

"대통령 의견을 무시하고 공천을 진행할 건가요? 독방에 혼자 앉아서 밀실 공천하라고요? 말도 안 되죠." (지난달 20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비슷한 시기에 금융가에도 풍문이 하나 돌았다. 제목은 '이복현 7월 설, 후임은 지검장 Y'. 내용은 이복현 금감원장이 7월에 퇴임하고, 후임으로 현직 지검장 Y가 거론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의 퇴임은 공천과 총선 출마 등을 고려해서다. 풍문이라는 게 보통 '그럴 수 있다'에서 출발해 나중에 맞으면 정보, 틀리면 설일 뿐이다. 풍문 초기엔 진위를 알 길이 별로 없다. 그래서 웃어넘겼다.

그런데 김 후보가 대표로 당선되고 당이 확실히 윤 대통령의 직할 체제로 재편되니 이 풍문이 다시 소환되는 분위기다. 아마도 이 원장의 총선 차출 가능성이 커졌다고 해석하기 때문일 것이다. 마침 9일 한 행사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이 원장은 "감독 당국이 챙길 시장 안정화·소비자 보호·자본시장 활성화 등은 올해 안에 결실을 내기 어렵다. 최소한 연말 내지는 내년 상반기까지 여러 사람과 노력해도 될까 말까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에둘러 부인한 것이지만, 금융시장은 '최소한 연말'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생각은 언제든 바뀔 수 있으니, 지켜봐야 알 일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뉴시스]

중요한 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금융감독당국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쓸지가 관심이다. 현재의 금융감독체계는 우리나라가 외환 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달러를 공급받으면서 구축됐다. IMF는 외환 위기의 원인으로 관치금융을 지목했고, 관(官)이 치(治)할 수 없도록 행정부에서 떼어내는 처방을 내놨다.

미국식 법률체계와의 차이로 당시 금융감독위원회는 국무총리 소속 특별 조직으로 세워졌다. 그렇게 지금의 기획재정부와 1차 칸막이를 쳤다. 국회 소속 상임위도 기획재정위원회가 아닌 정무위원회 소속이다. 중앙행정조직으로 장관급이지만, 국무위원은 아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할 수는 있으나, 투표권은 없다.

금융감독원은 행정부와 더 강한 분리 원칙을 정해놨다. 외환 위기 극복 후 금융위가 야금야금 업무 영역을 확대해 지금은 금융위 산하 직할 부대처럼 돼 있긴 하다. 그러나 지금도 금융위가 손을 대지 못한 건 금감원장의 3년 임기 보장이다.

그동안 이 원칙이 다 지켜진 건 아니다. 부처 장관이나 국책은행장 자리에 적임자를 찾지 못해 돌려막기 한 적은 있다. 이를 제외하면 역대 금감원장 중에서 가장 정치색이 짙었던 문재인 정부의 윤석헌 원장도 3년 임기를 지켰다.

금융감독이 금융산업 정책에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고 감독의 지속성을 유지해야 다시 금융 위기에 빠지지 않는다는 마지막 보루 같은 의미의 상징적 제도다. 한국은행 총재 자리도 그런 차원에서 같은 시기부터 총재 임기제가 굳건하게 지켜지고 있다. 가끔 법으로 보장한 기재부 장관의 열석 발언권이 논란이 되긴 하지만, 이것도 실제로 행사한 적은 없다.

그런데도 거리낌 없이 윤 대통령이 차출하고 이 원장이 출마한다면, 금융감독엔 관심 없고 항간에 떠도는 풍문처럼 일명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사건'을 마사지하기 위해 투입된 원 포인트 릴리프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가능성만 크다. 이미 여러 차례 국회 상임위에서 이 원장은 야당의 집요한 관련 질문에 '그래서 금감원에 있는 자료를 꼼꼼히 검토해 봤으나,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왔다. 여기서도 방점은 '자료를 찾아봤다'에 찍힌다.

앞으로 1년여는 내년 4월 총선을 목표로 모든 정치·정책 시간표가 짜일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은 어떻게든 압승해 다수당을 쟁취해야 집권 중·하반기를 주도할 수 있다. 지금은 냉정히 말해 야당의 제동으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지 않은가. 누구보다 절박함을 느끼는 사람이 윤 대통령일 것이다. 믿을만한 사람이 없다고 핑계를 댈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때보다 금융시스템의 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시기다.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그에 따른 피폐해지는 국민의 삶... 경제학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이렇다. 만약에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현 집권 세력이 진다면 아마도 그건 국회에 쓸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물가를 잡지 못하고 금융 시스템이 붕괴 조짐을 보이는 국면까지 몰려 경제가 파탄 났기 때문일 거라고.

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