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주연의 미스터리 스릴러

이재명 주연의 미스터리 스릴러

데일리안 2023-03-13 06:55:00 신고

3줄요약

“검찰의 미친 칼질 용서할 수 없다”

참으로 독특한 캐릭터의 소유자

반일감정까지 방패로 이용하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오후 경기 성남시 수정구 성남시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 전모 씨의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오후 경기 성남시 수정구 성남시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 전모 씨의 빈소에 들어서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특정인의 ‘주변 사람들’이 1년 4개월 사이(21년 12월 10일~23년 3월 9일)에 다섯 명이나 ‘숨진 채 발견’되는 사태가 발생했다면 그 자체가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나이 든 사람들의 귀에 익숙한 말로 하자면 ‘전설의 고향’쯤 되려나? 생각할수록 괴기스러운 사건들이 실제로 발생했다. 그 ‘주변 사람들’의 중심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있다. 이 대표 사건, 그의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 등에 연루된 인사들이다. 이들 가운데 4명의 사인(死因)이 자살로 밝혀졌다.

“검찰의 미친 칼질 용서할 수 없다”

이 전대미문의 연쇄자살사건에도 이 대표는 그간 별로 놀라는 빛이 없었다. 남다른 마인드 컨트롤의 힘이었다면 이야말로 ‘철의 심장’이라고 할 만하다. 그 이 대표도 지난 10일 전형수 씨의 사망 소식을 듣고는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라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성남시장 시절 행정기획조정실장, 경기지사 때는 비서실장으로 자신을 보필했던 사람이었으니 철심장이든 뭐든 놀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준비된 ‘모두발언’을 울먹이며 읽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고인의 생전 업적과 공직에 대한 헌신을 기렸다. 그런 다음엔 당연히 진심을 다한 사과와 유족에 대한 위로가 따랐어야 했다. 이유 여하간에 자신을 보필했던 사실 때문에 검찰수사를 받게 됐고, 그로 인해 죽음을 선택하는 극단적 상황에까지 내몰리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 대표는 “검찰의 이 미친 칼질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며 분개했다. 그의 상황인식·수습의 방법이 정말로 독특하다. 거미줄 같이 얽히고설킨 사건들의 피의자가 억울한 피해자로, 그리고 마침내 정의의 사도로 등장한 것이다.

고인이 유서에 “이 대표는 이제 정치 내려놓으십시오. 대표님과 함께 일한 사람들의 희생이 더 이상 없어야지요”라고 썼다는 보도가 있었다. “현재 진행되는 검찰수사 관련 본인 책임을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 저는 일만 열심히 했을 뿐인데 검찰수사 대상이 돼 억울합니다”(동아일보, 3. 11)라고도 했다. 이 대표가 국회의원, 거대정당 대표라는 철갑을 두르고 버티는 바람에, 시키는 대로 한 죄 밖에 없는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다는 뜻이었을 터이다. 그 책임을 이 대표는 기민하게 검찰에 토스해버렸다. “용서하지 않겠다”면서….

이날 그는 조문을 위해 고인의 빈소를 찾았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예닐곱 시간이나 지체됐다. 당에서는 ’빈소가 마련되지 않아서’라며 얼버무렸다. 명백한 거짓말을 태연히 한 것이다. 민주당의 대변인이라는 사람이 그랬다. 유족 측의 말은 달랐다. 오지 말라는 데도 기어이 와서 고집하는 바람에 더 버틸 수가 없어서 받아들였다고 했다(조선일보, 3. 12).

참으로 독특한 캐릭터의 소유자

그가 정말로 정의감에 불타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법원에 가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일이었다. 검찰이 가두고 말고 할 일도, 죄를 주고 말고 할 일도 아니라는 것을 변호사인 그가 잘 알 것 아닌가. 국민도 그 정도는 안다. 검찰이 얼마나 무도하게 칼질을 해 대는지 판사가 판단해 줄 텐데 왜 야당 국회의원들을 동원해가면서까지 판사 앞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을까?

국회 본회의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대거 이탈’이라는 창피를 당했지만, 그의 ‘억울한 피해자’ 시늉에는 변함이 없다. ‘철심장’에 ‘철면(鐵面)’까지 갖춘 듯하다. 이 대표만 그런 게 아니다. ‘참으로 독특한’ 사람들이 그의 주변에 넘쳐난다. 민주당 친명계 의원들, ‘개딸’이라는 해괴한 이름을 자랑하는 팬덤도 그 범주에 든다.

이 대표는 전형수 전 실장의 발인 날(11일) ‘강제 동원 정부 해법 규탄대회’에 참석했다. ‘정치를 내려놓으라’는 고인의 충언은 소용이 없었다.

“윤석열 정권의 치욕적 강제동원 배상안이 다시 일본에 머리를 조아리는 굴욕적 모양을 만들어내고 있다. 전쟁범죄에 완전한 면죄부를 주는 것이 말이 되느냐. 한미일 연합훈련을 핑계로 자위대의 군홧발이 다시 한반도를 더럽히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국민들은 기가 막히고 대통령은 귀가 막힌 것 같다.”

이게 바로 ‘철면’의 진면목이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민주당은 뭘 했는가? 2019년 7월 일본의 무역보복과 관련, 문 당시 대통령은 전남 도청에 가서 이순신 장군의 말씀, ‘상유십이미신불사(尙有十二 微臣不死: 아직 배가 12척 남아 있고 미천한 소신도 살아 있습니다)’를 소환하면서 대일 선전포고라도 할 듯한 기세를 보였다. 다음날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페이스북에 ‘죽창가(竹槍歌)’를 올렸다. 동학혁명 때의 그 의기(義氣)로 죽창을 들고 대일전(對日戰)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추임새였다.

한일관계는 급속히 악화됐고, 사실상의 단교상태에 이르렀다. 반면에 북한 김정은 집단 및 중국과의 화친정책 강화는 가속됐다. 이 때문에 전통적인 한미 동맹 및 한·미·일 안보협력제제에는 심각한 균열이 생겼다. 기업들의 고통, 경제적 손실 등은 문 대통령의 안중에 없는 듯 보였다. 보복이라도 제대로 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일본은 우리보다 더 강경한 자세를 보였고, 상황은 갈수록 우리에게 불리한 쪽으로 악화돼 갔다.

반일감정까지 방패로 이용하나

일본이 밉다고 멀리 떼놓을 수도, 우리가 이사를 갈 수도 없다. 과거사로 상대국과의 미래를 포기하는 나라가, 문 정권의 한국 말고는 있었던 것 같지 않다. 한일협정이 개인의 피해구제를 막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양국 간 통로가 전적으로 차단되는 데까지 이르러선 안 된다. 국가 간의 관계에는 우회로도 필요하다. 분리대응으로 국가와 개인의 이익이 동시에 확보되는 방안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그것이 국제관계의 한계이자 가능성이다.

정치인으로서 누구보다 책임의식이 투철해야 할 이 대표가 정치의 논리 아닌 군중의 논리로 접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마도 윤 정권에 대한 대중의 반감을 고조시켜 민심이반을 유도하려는 책략인 것 같다. 궁지에 몰린 이 대표로서는 그것도 하나의 방안일 수가 있다. 그러나 그걸로 검찰을 굴복시킬 수는 없다.

대통령이 이 대표 정도로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책략가라면 혹 길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정치적 거래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민주법치주의가 성숙단계에 들어섰다는 시대에 와 있다. 그리고 대통령은 정치적 계산이나 술수에 익숙하지 못한 ‘검사 출신’이다. 고지식한데다 5년 단임의 대통령이 훗날 법적 책임문제가 제기될 일을 두고 탈법적 타협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대표나 민주당은 양심이 있다면 정부의 한일관계 정상화를 가로막고 나서지 말아야 한다. 자신들은 비겁하게 뒤로 빠지면서 강제 징용피해자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문제해결의 책임을 떠넘기지 않았는가. 그러다가 임기가 끝나자 문 전 대통령은 홀가분하게 떠나버리고, 민주당은 오히려 정부에 대한 공격수로 나서서 야바위 쇼나 펼치다니!

이런다고 이 대표에 대한 혐의가 벗겨질 리 없다. 오히려 총선 참패라는 혹독한 국민의 심판을 감당해야 할지도 모른다. 비할 바 없이 독특한 의식 및 인식구조의 대표와 의원들은 국정 사보타지(태업)를 이쯤에서 멈추는 게 옳다. 정당 대표라고, 국회의원이라고 법망에서 벗어나도 된다면 일반 국민은 왜 안 되는가. 그러므로 대한민국에서는 누가 어떤 죄를 저지르더라도 경찰·검찰이 수사하고 기소해서는 안 된다는 법이라도 만드시라. 민주당이 하려면 못할 게 없을 테니까.

ⓒ

글/ 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