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박진 외교부 장관이 14일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당했다. 고발 단체는 일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있어서 우리 정부가 선택한 '제3자 변제' 방식은 대법원 확정판결에 정면으로 위반한 조치라고 고발 사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법조계는 직권남용죄 성립 가능성을 두고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민사적으로는 법원 공탁을 통한 제3자 변제가 가능하더라도 채권자와 채무자 간 합의를 통한 변제가 아니어서 향후 '네버엔딩 소송'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6일 일본기업들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지급해야 할 배상금을 국내 재단이 대신 배상하는 제3자 변제 방안을 발표했다. 가해 기업의 경우 손해배상 의무를 한국 정부가 대신 변제함으로써 사법적 책임을 면하게 된다. 이른바 '강제징용 꼬리표'를 달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3명의 생존 피해자는 제3자 변제를 거부한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재단에 전달한 상태다.
법조계는 직권남용죄 성립 가능성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웅석 형사소송법학회장은 "대법원 확정판결에 반해 공무원들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다고 보고 직권남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며 "반대로 호의적인 외교를 위한 정부의 정책이기 때문에 정부 정책을 그대로 이행해야 하는 공무원에게는 의무 없는 일이 아니라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제3자 변제를 강행할 경우 법원에 공탁금을 내는 방식으로 변제가 가능하다. 공탁이란 채권자가 수령을 거부할 경우 금전을 법원 공탁소에 맡겨 채무를 면하는 제도를 말한다. 민법 제487조에 따르면 채권자가 변제를 받지 않거나 받을 수 없는 때 변제자는 채권자를 위해 변제의 목적물을 공탁해 채무를 면할 수 있다.
다만 공탁을 하더라도 향후 공탁의 효력에 관한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피해자 측이 민법 제469조의 단서조항을 근거로 향후 '공탁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강천규 변호사(법무법인 성지파트너스)는 "피해자 측은 민법상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제3자 변제는 할 수 없도록 돼 있고, 내용증명을 통해 반대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했기 때문에 공탁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며 "불씨가 계속 남아 있어서 끊임없는 공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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