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체포동의안 무더기 이탈표' 사태와 관련해 "무효, 기권 의원님들의 충정을 이해한다"면서 "모든 분의 의견을 다 수렴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고,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도 있고 제 부족한 면도 분명 있다"고 밝혔다.
체포동의안 표결 후폭풍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 사망으로 사면초가에 빠진 이 대표가 당 내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당 내 분란을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14일 오후 자신의 유튜브 채널 '이재명TV'의 '당원존 라이브'를 통해 "평소 충분히 이야기하고, 웃통 벗고 멱살 잡고 싸울 상황이 있었다면 이런 식으로 불신, 불만 이런 것을 표출하지는 않았을 수 있다. 그 측면에선 저의 부족함이 더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방송을 통해 작심한 듯 당 내 민감 사안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특히 방송 스튜디오가 마련된 당사 당원존에 모인 200여 명의 당원들과 시청 중인 지지층을 향해 '이탈표 색출', '좌표 찍기' 등 배타적 지지 행위를 멈춰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왜 생각이 다르냐고 색출하고 청원해서 망신 주고 공격하면 기분은 시원할지 모르겠는데 당의 단합을 해친다"고 했다. 최근 당 국민응답센터 청원에 이낙연 전 대표,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의 출당 청원이 올라온 데 대한 생각을 밝힌 것이다. 두 청원 모두 당 지도부의 답변 요건인 5만 명의 동의를 얻은 바 있다.
그는 “집안에 폭탄 던지는 것과 똑같다. 누가 손해인가. 우리 민주 진영 전체가 점점 피해 입는 것"이라면서 "최근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참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포스터가 있다고 하더라"면서 "변복시켜 파견한 그런 사람이 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우리 당의 중심, 주축 중 한 분이신데 적으로 규정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했다.
이 대표는 "당원이 직접 의견 개진도 하고 행동도 하는 상황으로 바뀌어가 좋은 면도 있는데 부작용이 있다"면서 "우리 모두를 위해서 이게 바람직하다, 필요하다는 일들이 가끔씩 자해적인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지자라는 존재가 누구를 일방 추종하는 존재도 아니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해가 되어서도 안 되는 것 아니냐"면서 "(일부 배타적 지지자들에 대해) '이재명 지지자 아니야?'라고 할 수 있으니 뜯어말릴뿐 아니라 신고도 해주고 그러는 게 어떨까"라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 승리 전략 또한 분열, 갈등의 최소화로 꼽았다. 그는 "내년 총선에서 나쁜 결과가 나오면, 내년에 입법권까지 넘어갈 경우가 발생하면, 퇴행의 속도나 강도나 이런 것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면서 "그런 상황이 실제 벌어지지 않게 하는 게 우리 일이고 제일 중요한 게 분열,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체포동의안 표결 사태와 관련해 "무효, 기권 의원님들의 충정을 이해한다"고 했다. 그는 이 주제로 말을 이어가는 도중 "누가 저보고 '윤석열이 밉냐'고 하길래 저는 '밉지 않다'(고 했다)"면서 "개인 감정 투영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체포동의안 이탈표를 던진 의원들을 대상으로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가 당내 분란 수습을 위해 이날 여러 차례 당원, 지지자들에게 포용을 당부하고 나섰지만, 이날 방송에 초대된 강득구 의원은 반대 목소리를 냈다. 강 의원은 "우리는 민주당 조직에 있기 때문에 토론을 거쳐 합의된 부분 함께해야 한다"면서 이탈표를 던진 의원들을 저격했다. 강 의원뿐 아니라 상당수 친(親)이재명계 의원들은 표결 이후 공개석상에서 이탈표 의원들에 대한 적개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강 의원의 발언에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의견은 다양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내년 총선에서 이겨야 하고 작은 차이나 이런 것을 넘어서서 단합 단결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방송은 비(非)이재명계 의원들이 대거 포진한 당내 모임 '민주당의 길' 토론회와 동시간대 진행됐다. 이를 두고 이 대표가 자신에 대한 퇴진 요구를 분출하고 있는 비명계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같은 시간대에 통합 메시지를 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체포동의안 표결 후폭풍으로 2주 연속 행사를 미룬 민주당의 길은 이날 비공개 토론회를 재개하고 '대선 1년, 평가와 교훈'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이 대표 책임론에 대한 목소리를 키워온 의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만큼 이날 토론회에서 사퇴 요구에 대한 언급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의 길에 참여하고 있는 조응천 의원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민주당의 길 소속 의원들을 두고 '구당파(求黨派)'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동안에 내재돼 있던 그런 에너지가 저 체포동의안 사태 이후에 일시에 분출돼서 백가쟁명식으로 쫙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 그 해법에 대해서 각자의 생각이 다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이 방탄 정당으로 비치는 것, 방탄 정당화되는 것은 막아야 된다. 이게 가장 큰 시급한 과제이고 그렇기 때문에 선출직 지도부는 선출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임명직 지도부는 지금 너무 일색이고 너무 방탄에 몰입하고 있는 것으로 비치니 임명직 지도부는 교체를 해 줘야 된다"라며 당직 교체를 주장했다.
아울러 이 대표에게 "(강성 지지층을 향해) 좀 더 세게 말씀을 하셨으면 좋겠다. 경고하고 절대 하면 안 된다. 만약에 그렇게 하면 당신들하고는 결별하겠다, 이런 정도의 단호한 태도를 보여주셔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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