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닮은 나라'라는 말에 대한 몽골인들의 솔직한 마음

한국과 닮은 나라'라는 말에 대한 몽골인들의 솔직한 마음

에스콰이어 2023-03-15 19:00:00 신고

3줄요약

최근 한국에서는 몽골을 다녀온 한 여행 유튜버의 영상이 화제가 됐다고 했다. 노마드션이라는 유튜버의 영상이었는데,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이 많고 한국인에게 익숙한 브랜드 매장이 가득하다는 내용이었다. 이 유튜버는 그 이유를 찾기 위해 편의점 브랜드 CU의 몽골 본사를 직접 찾아가고, 현지인 관계자로부터 몽골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이 많아 한때 한국어 붐이 일었다는 설명을 듣는다. 이후 유튜버는 한인교회를 찾아 몽골에서 15년 이상 거주한 선교사로부터 몽골인의 10%가량이 한 번 이상 한국을 찾은 경험이 있을 것이라는 설명을 듣는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몽골에 자연스럽게 한국의 많은 것들이 이식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이 영상은 게시된 지 6개월이 된 2월 13일 기준 2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3000개 가까이 달린 댓글에서 사람들은 몽골에 대해 친근한 감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국에 사는 몽골인으로서 반가운 영상이었으나 한국인들의 입장은 미묘하게 달랐다. 반가우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완전히 거두지는 않았다. 몽골 사람들이 한국을 좋아한다니 그건 정말 반가운 말이지만, 혹시 노마드션이라는 유튜버가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과장한 건 아닐까? 이는 합리적인 질문이며, 〈에스콰이어〉가 친하게 지내는 작가님을 통해 내게 글을 부탁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에스콰이어〉의 에디터는 말했다. 노마드션의 영상이 알고리즘을 탄 덕분에 몽골에 관심을 갖게 된 한국인들이 많은데, 몽골 사람 입장에서 영상에 담긴 내용을 어떻게 느끼는지 글로 써달라는 부탁이었다. 에디터는 거듭 몽골인들이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솔직하게’ 털어놔달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지금 쓰는 이 글은 정말 솔직한 마음이다.
몽골에서는 한국을 부를 때 ‘솔롱고스(Solongos)’라고 한다. 해외 대부분의 국가에서 한국을 ‘코리아’라고 부르는 것과 대조된다. 칭기즈칸 시대부터 고려를 ‘솔롱고스’라고 불렀다는 점으로 미뤄 이와 관련해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지개’를 지칭하는 몽골어 ‘솔롱고’에서 유래한 단어라는 데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즉 ‘솔롱고스’는 ‘무지개가 뜨는 나라’라는 의미다. 원래 다른 단어에서 유래했다 하더라도, 지금 시대에 한국을 다녀온 몽골인에게는 한국이 그 정도로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 국가이기 때문이다.
많은 몽골인은 한국을 ‘형제의 나라’라고 부른다. 외모가 닮기도 했을뿐더러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나 한번 마음먹으면 해내고야 마는 끈기 등 정서적, 문화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비록 20세기 냉전의 영향으로 잠시 단절기가 있었으나, 1990년 수교 관계를 맺은 이래 양국의 협력 관계는 조금씩 발전해왔다. 최근 들어 한국과 몽골 간 문화 및 인적 교류는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그 규모는 사실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처음에 언급한 노마드션의 영상에서 한인교회 선교사는 몽골인의 10%가량이 한 번 이상 한국을 방문했을 것이라 내다봤는데, 나는 그게 굉장히 축소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간단히 ‘1가정 1한국’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는데, 몽골에서는 한 가정에 한국과 연관이 있는 사람이 최소한 한 명 이상 존재한다는 의미다.
이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울란바토르 길거리에서는 한국어를 구사하는 몽골인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상당수는 인사말 정도가 아니라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유창하다. 이 때문에 요즘 몽골에서는 ‘22번째 아이막이 한국에 있다’는 농담도 나올 정도다. ‘아이막’은 몽골의 행정구역 단위로 총 21개다. 한국으로 치면 ‘8도’ 같은 개념인 셈인데, 또 다른 아이막 형성이 가능할 정도로 한국에 많은 몽골 사람이 모여들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으로 떠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노마드션의 영상에서는 주로 이주 노동자로 일하다 온 몽골인에 대해 다뤘는데, 이런 분들은 이미 20~30년 전에 다녀온 경우가 대다수다. 요즘에는 한국에 기술을 배우러 가는 산업 연수생뿐 아니라 한국에서 학위를 따고자 하는 학생, 또 K팝이나 한국 드라마가 좋아서 장기 여행을 떠나는 이들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한다. 예전에 비해 한국어를 완전히 익힌 뒤 한국행을 택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도 눈여겨볼 만한 변화다. 그만큼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곳이 늘어난 덕이다. 한국어는 몽골 유수의 대학들에서 전공으로 채택되고 있으며, 일반인에 대한 한국어 교육도 활성화되어 있다. 몽골에서 영어 다음으로 가장 많이 통용되는 언어가 단연 한국어이기도 하니 말이다.
원래부터 한국 유학을 가는 인구가 많았던 것은 아니다. 사실 옛날에는 중국어나 러시아어를 배우는 게 도움이 된다는 시각이 많았다. 중국과 러시아에 접경해 있는 몽골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문이 열린 뒤 한국에 다녀온 이들의 이야기가 쌓여가며 점점 더 한국을 선호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일단 비행 거리가 3시간 정도로 짧고, 문법이 비슷해 언어를 배우기도 쉬운 데다 여러모로 안전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또 한국의 고용허가제를 통해 합법적으로 일자리를 구할 경우, 다른 나라에 가는 것보다 ‘워라밸’을 유지하면서 고급 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단순히 몸을 써서 돈을 버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몽골에 돌아온 뒤 적용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몽골에 돌아온 뒤 활용해 한국 문화를 전파한 이들도 많다. 지금은 각 세대별로 한국에서 경험한 것이 다르다 보니 문화 확장에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긴 세월 동안 교류가 이어져온 만큼 몽골 내 한국 문화는 점점 성장 중이다. 앞서 유튜버의 영상에도 등장했듯, 몽골에는 현재 CU를 비롯해 GS25, 이마트, 탐앤탐스, 카페베네 등 여러 한국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진출해 있다. 또 울란바토르의 수많은 레스토랑 중 한식당의 비율은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인 가족들이 기쁜 일이 있거나 뭔가를 기념할 때 한우를 굽듯, 몽골인 가족들은 기념일에 한식당을 찾고 매일 밥상에 김치를 올린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반드시 지나친 국뽕 유발이라고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이고, 어느 표현 하나도 과장이 아니다. 한국 기업들과 한식당의 진출, 그리고 한국을 경험하고 돌아온 수많은 사람들까지. 몽골은 점차 한국과 닮아가는 중이다.
질문은 다른 방향에서 던져야 한다. 몽골인들은 몽골이 이렇게 한국식으로 물들어가는 분위기를 반기고 있을까? 한국과 몽골 간 문화 교류를 업으로 삼고 활동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양국을 오가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러나 한국에서든 몽골에서든, 한국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몽골인은 만나본 적이 없다. 대체로 몽골인은 한국에 우호적이다.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주장이 아니다. 이는 통계로도 증명된다. IRI가 2017년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몽골인 중 73%가 한국에 대해 호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물론 모든 몽골인이 한국에서 행복한 경험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한국에서 겪은 고통이나 시련을 ‘배움의 과정’이라 생각하고, 한 번쯤 겪어볼 만한 좋은 경험이라고 이야기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열심히 살아가는 한국인들을 보며 동기부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보다 긍정적인 마음이 훨씬 큰 이유다.
몽골에는 ‘천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훨씬 낫다’는 속담이 있다. 몽골은 사회주의를 거쳐 한국보다 뒤늦게 민주주의를 수용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변화와 정치적 혼란을 겪었고, 지금도 그 후유증은 지속되고 있다. 한국도 일제강점기의 고통을 이겨내고 공산주의 형제 국가와의 공존을 지속해오고 있다. 비슷한 것이 많을수록 우리는 끌린다. 개인적으로 더 많은 몽골인이 우리와 많은 점이 비슷한 한국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워오길 바란다. ‘형제의 나라’ 사이의 공식적인 우애가 깊어지는 것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덤이다.

바트턱터흐 우랑거는 비영리단체 레츠코몽의 대표다. 한국과 몽골 간 문화 교류 활동을 한다.


EDITOR 김현유 WRITER 바트턱터흐 우랑거 ILLUSTRATOR MYCDAYS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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