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총] "주가 관리 합니까?" 동학개미의 울분

[삼성전자 주총] "주가 관리 합니까?" 동학개미의 울분

데일리임팩트 2023-03-15 19:38:3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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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제 54기 정기주주총회가 15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제 54기 정기주주총회가 15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사진. 삼성전자.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회사가 발전하는 데 기여한 주주에게 돌려준 게 뭡니까? 주가 관리, 어떻게 하고 있는 겁니까?"

15일 삼성전자 주주총회장. 주주들의 호된 질책과 날선 질문 앞에 한종희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경영진이 쩔쩔맸다. 2시간 가까이 주총이 진행될 정도로 주주들의 질문은 계속됐다. 주가 하락에 대한 분노가 컸다는 의미다. 

주가 하락에 따른 불만 성토장 된 주총

15일 오전 9시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정기 주주총회는 성토장이나 다름없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전체 주주는 581만명, 그만큼 국민주를 향한 시장의 기대가 컸다. 그러나 2021년만 해도 '10만원에 육박하던 주가는 5만원대까지 주저 앉았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 같은 지정학적 변수가 지속되는 가운데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으로 비우호적인 사업환경이 조성됐았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이 '뼈 아프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재용 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에도 삼성전자가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한종희 부회장은 인사말에서 "지난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많은 분들의 노력과 격려에 힘입어 처음으로 매출 300조원을 넘어서며 2년 연속 사상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고 강조했지만, 주주들을 누그러뜨리기엔 부족했다. 

주주들은 삼성전자에 적극적인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했다. 일가족 모두가 삼성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한 주주는 "지난해 당기 순이익이 상당히 올랐는데 왜 주주배당금은 똑같이 가느냐"며 "10만원대에 산 주식이 지금 5~6만원대 간신히 턱걸이 한다. 상생 경영 강화한다는데 주주를 '물'로 보면서 상생을 말할 수 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주주 환원에 대한 요구는 연거푸 나왔다. 또 다른 주주도 "자사주 매입, 소각 등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을 좀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예 "삼성이 배당을 줄이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는데, 배당을 좀 늘려달라"고 주문하는 주주도 있었다. 이 같은 질문에 다른 주주들은 박수로 동의했다. 

한 부회장은 "2021년 연간배당을 9조8000억원으로 늘렸는데 주주환원 정책에 따라 잉여현금흐름(FCF)의 50% 내에서 정기 배당을 지급한 후 잔여 재원이 발생하면 추가 환원할 것"이라며 "자사주 매입 소각 등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한종희 부회장이 15일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경영진이 주가 관리에 대한 책임감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 한 주주는 "주주 환원에 대한 이사진의 의지가 부족해서 그런듯 하니 이사진의 장기성과보수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책임경영을 강화할 태세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총 11명의 사내외 이사에 일반보수 330억원 외에 장기성과보수로 80억원을 책정했다. 올해는 장기보수성과를 150억원으로 늘린다.  

한 부회장은 "장기성과보수의 경우 회사의 중장기 경영목표에 대한 임원 성취 동기를 유발해 회사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기업가치 제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지난해 이사 보수 한도는 총 410억원이었는데 실제 집행금액은 225억원으로 현재까지 한도 대비 55%가 지급됐다"고 해명했다. 

회사 측의 불성실한 답변을 문제 삼는 주주들도 있었다. 재무재표 승인에 대해 한 주주는 "횡령 등으로 기업 가치가 떨어지는 사례가 외부에서 발생하는데 이를 막기 위해 대표이사는 내부 회계 관리제도 적정 근거를 어떻게 확인했는가"라고 질문했다. "여러 대내외 상황과 제반여건을 감안해 경영활동을 수행하고 있다"며 한 부회장이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결국 "버크셔 해서웨이같은 총회는 아니더라도 좋은 질문과 대답이 오가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상당히 짜여있는 듯한 질문과 엉뚱한 대답이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 부회장은 주주들에게 2번이나 사과하고 "지속성장 기반 강화를 위해 시설 투자 확대와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것이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고 거듭 성명했다. 

책임경영을 위해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요청도 나왔다. 그러나 한 부회장은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내이사 한종회 부회장 선임의 건이 97% 이상의 높은 찬성률로 최종 가결됐다. 사진. 황재희 기자.
사내이사 한종회 부회장 선임의 건이 97% 이상의 높은 찬성률로 최종 가결됐다. 사진. 황재희 기자.

"본업에 충실" 약속…기술 개발·신사업 등 미래준비

주주들의 직언과 질책이 이어졌지만, 주총에 상정된 안건은 높은 찬성율로 가결됐다. 재무재표 승인 99.51%, 한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97.54%. 이사보수한도 승인 99.26%로 만장일치 수준이었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일관성 있는 기조로 성장세를 유지해달라는 주주들의 강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도 각 사업 부문별로 중장기 성장 계획도 구체적으로 밝히며 주주들을 달랬다.

한 부회장은 "올해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위기를 극복해온 비결은 항상 '본질에 집중'이라는 평범한 진리였다"며 "앞으로도 기술로 고객이 보다 풍요로운 일상을 즐길 수 있도록 새로운 가치와 가능성을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까지 업황이 둔화됐다. 삼성전자의 주력사업과 신성장동력이 모두 어려워진 셈이다. 올 1분기 반도체 부문은 대규모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를 상쇄할 카드도 마땅치 않다. 스마트폰, 생활가전, TV 등 소비재에 속하는 제품군은 극적인 성장세를 기대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단기 실적에 집중하는 대신 중장기적으로 탄탄한 사업구조를 구축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정배 사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패권 경쟁 등 글로벌 불안 요인으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도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겠다"고 했다. 5G,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신규 응용처 중심으로 중장기적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챗GPT 등 생성형 AI 시장의 급속한 성장도 호재다. DS부문은 사업부별 특성에 맞는 전략을 수립,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이어갈 계획이다. 

30년 간 1위 수성으로 경쟁력이 입증된 메모리는 차세대 공정에 대한 기술 격차를 확대한다. 신규 응용처와 서버용 고성능 제품으로 메모리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 위상을 굳건히 한다. 특히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을 확대한다. 

연구개발(R&D) 투자도 지속한다. 이 사장은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전년 대비 6% 역성장이 전망된다"며 "원가 경쟁력과 제조효율 확대 뿐 아니라 R&D 투자는 계획적으로, 설비 투자는 탄력성 있게 조절해 체질개선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파운드리는 기술 경쟁력을 통해 시장 선점을 노린다. 올 상반기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안정화시키고 시장 예측력 강화, 고객향 제품 확대에 응용처 다변화를 꾀한다.

시스템 LSI는 신규 사업모델을 발굴, 제품 경쟁력을 높인다. 시스템온칩(SoC)은 미주 대형 거래선과 전장용 제품을 개발해 사업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미지센서는 설계 역량 제고와 부품업체 등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세계 1위 기반을 다진다.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변수들에 대해서는 전략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 미국의 반도체지원법과 관련해 회사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다각적인 대응전략을 검토 중이다. 

15일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 경영진이 사업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DX 부문은 친환경과 고객 경험에 초점을 맞춘다. 지난해 9월 발표한 신환경경영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재활용 소재 적용을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을 향상시킨다. 미세플라스틱 저감 세탁기와 같은 혁신적 제품도 발굴한다.

미래시장을 겨냥한 사업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IT 기술로 캄테크(Calm Tech) 비전을 구체화해 나갈 방침이다. 다양한 디바이스와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연결하기 위해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한다.

고객 경험 고도화를 위해 보다 완성도 높은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고 플랫폼 기반 사업모델을 확장해 나간다. 올해 CES에서 선보인 걷기 운동용 웨어러블 로봇을 먼저 출시하고 실생활에서 유용함을 체감할 수 있는 로봇 핵심 기술 개발에도 주력한다. 차세대 AI, 디스플레이, 네트워크, 그린 테크 등 미래 기술도 지속적으로 진화시켜 나간다. 

구체적으로 B2B 전용 단말과 자체 보안 솔루션을 강화하고, 확장현실(XR) 에코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구축한다. 새로운 형태의 디스플레이와 TV 플랫폼 사업, 친환경 가전, 홈빌더향 스마트싱스 솔루션 등도 추진한다. 이재용 회장이 공들이는 네트워크의 경우, 5G를 중심으로 수주를 확대해 시장 점유율을 높일 예정이다. 

LG전자와 경쟁이 예상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에 대해서 지난해 목표 판매액은 달성했기에 올해 지역을 늘려 판매를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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