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배구 여제' 김연경은 2020-21시즌을 앞두고 V리그로 돌아왔다. 일본, 중국, 유럽 등에서 활약하다 11년 만에 국내 팬들에게 모습을 보인 것이다.
당시 흥국생명은 '쌍둥이 자매' 이재영, 이다영과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김연경까지 합류하면서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말까지 만들어졌다.
김연경의 합류 효과는 대단했다. 흥국생명은 4라운드까지 2위 GS칼텍스(승점 37)에 승점 12 앞선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흥국생명의 정규리그 1위를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이재영, 이다영이 학폭 논란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팀이 급격하게 흔들렸다. 이다영이 자신의 SNS로 특정인을 저격하자 그간 참아왔던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털어놓기 시작한 것이다.
'쌍둥이 자매'가 5라운드 중반부터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서 김연경은 모든 짐을 짊어지고 팀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학폭 논란 이후 흥국생명은 2승 6패를 거두는 데 그쳤고, 결국 GS칼텍스에 정규리그 1위 자리를 내줬다. 플레이오프(PO)에서 IBK기업은행을 꺾고 챔피언결정전 무대까지 올랐지만 GS칼텍스를 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득점 국내 선수 중 1위, 공격종합·서브 전체 1위, 디그 5위 등으로 공수에서 맹활약한 김연경에게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시즌이었다.
김연경은 2021-22시즌을 마치고 중국 무대에서 한 시즌을 소화하고 다시 V리그로 복귀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시련이 따랐다. 권순찬 감독이 구단의 외압과 개입으로 경질당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권 감독이 시즌 중 팀을 떠난 데 이어 이영수 수석코치도 사임을 발표, 결국 흥국생명은 김대경 코치가 팀을 이끄는 상황을 맞이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김연경의 존재감이 빛났다. 갑작스러운 사령탑의 경질에 적잖이 흔들렸을 선수들을 다독이며 하나로 묶었다. 오롯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중심을 잡았다.
그리고 정규리그 1위를 꼭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던 김연경의 꿈은 마침내 이뤄졌다.
흥국생명은 15일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3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25-15 25-13 25-16)으로 이겼다.
흥국생명은 이날 승리로 승점 79(26승 9패)를 확보, 2위 현대건설(승점 70)과 승점 차를 9로 벌리면서 최종전 결과에 상관 없이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2018-19시즌 이후 4시즌 만이자 통산 6번째 정규리그 1위다.
김연경은 이날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3점을 몰아치며 2007-08시즌 이후 15년 만에 정규리그 1위 감격을 누렸다.
챔피언결정전 직행을 확정한 흥국생명. '배구 여제'는 이제 통합 우승으로 눈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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