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 만에 실거래가 13억원 급상승… '압구정 현대' 무슨 일이

서울 강남을 대표하는 대단지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최근 1년 사이 신고가와 신저가가 모두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신고가로 신고된 '현대6차'는 지난해 5월 거래신고가 됐다가 지난달 취소된 후 곧바로 다시 거래된 정황이 드러나며 '호가 올리기'를 위한 허위 거래가 아니냐란 의혹이 제기된다.

16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최근 한 달(12일 기준)간 실거래된 아파트 가운데 1년 이내 신고가·신저가를 기록한 단지를 분석한 결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현대아파트가 거래액 상위와 하위 1위에 각각 올랐다.

최근 1년 전국 아파트 신저가 하락률 1위는 압구정동 '현대1차' 131.48㎡(이하 전용면적)로 지난달 17일 3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3월 44억원보다 8억5000만원 떨어진 금액이다. 하락률 2위는 송파구 신천동 '장미1차'로 지난달 71.2㎡가 14억9700만원에 중개거래됐다. 이 단지는 현재 재건축 추진 중으로 2022년 3월 21억5000만원에 매매됐으나 11개월만에 6억5300만원 하락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자이' 84.92㎡ 매매가 하락폭이 세 번째로 컸다. 이 단지는 지난해 7월 33억6500만원에 거래됐으나 지난달 5억8500만원 하락한 27억8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최근 1년 사이 신고가 중 상승액 상위 3개 아파트는 모두 서울에 위치했다. 상승액 3위는 은평구 진관동 '마고정3단지센트레빌' 167.14㎡였다. 지난해 4월 14억5000만원에서 4억원 오른 18억5000만원에 중개 거래됐다. 지난 1월 7억원에 팔렸으나 한 달 만에 4억원이 뛰어 지난달 11억원에 거래를 마친 강동구 고덕동 '래미안힐스테이트고덕'가 59.96㎡로 2위를 차지했다.

3개월 사이 13억원이 상승한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6차' 157.36㎡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신고가 상승액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45억원에 거래됐으나 지난달에는 58억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다만 이 단지는 허위로 고가에 실거래가 이뤄졌다고 고의로 신고한 뒤 취소하는 방식의 '집값 띄우기'가 있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해당 단지 157.36㎡ 지난해 5월 역대 최고가인 58억원(4층)에 중개 거래됐다가 7개월 후인 지난달 14일 갑작스럽게 거래가 취소됐다. 이어 거래가 취소된 당일 같은 매물이 다시 58억원에 팔렸다.

진태인 집토스 아파트중개거래 팀장은 "국토부에 거래와 취소를 신고하는 하는 자체가 자유롭다 보니 소위 '호가 띄우기'가 의심되는 매물이 종종 발견된다"며 "거래신고 후 몇 달 후 취소하면 단기 가격 방어가 가능하다는 것과 대다수의 사람들이 신고에만 관심을 가질 뿐 취소 여부를 잘 확인하지 않는 점을 악용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호가 띄우기'가 시장에 팽배해지면 주택 실수요자는 가격 측면에서 혼란을 겪을 수 있다.아파트 시세는 대부분 신고된 실거래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실거래가를 기반으로 작성되는 각종 부동산 통계자료도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처벌 수위를 더욱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부동산 허위 거래 적발 시 최고 3000만원의 과태료 처분만이 내려진다. 진 팀장은 "특정 거래가 허위인지 아닌지 증명하는 일도 까다로운데다 처벌 자체가 솜방망이로 이뤄지다 보니 근본적인 차단이 어렵다"며 "업계에서도 큰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토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달부터 7월까지 5개월간 실거래가를 의도적으로 띄우려는 신고 흐름을 집중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조사 대상은 ▲지난해 아파트 거래 가운데 실거래가 등록 후 장시간이 경과된 다음 계약을 해지한 경우 ▲특정인이 여러번 신고가 거래 후 해제한 경우 ▲투기지역에서 비싼 가격에 실거래가를 등록한 후 해지한 경우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