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계 침체에 한국으로 발길 돌리는 일본 감독들

일본 영화계 침체에 한국으로 발길 돌리는 일본 감독들

연합뉴스 2023-03-18 08:00:02 신고

3줄요약

"글로벌 인기 K-콘텐츠, 일본 감독에겐 새 역량 펼칠 좋은 기회"

"언어 장벽 아직 공고…화제성 이상의 무언가 보여줘야" 지적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최근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문화적 교류 또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영화계에서는 단순한 교류를 넘어선 '협업'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에도 익히 알려진 고레에다 히로카즈, 미이케 다카시, 사부, 유키사다 이사오 등 유명 일본 감독들의 한국 진출이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일본 영화산업의 침체와 K-콘텐츠의 부상이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 고레에다부터 유키사다까지…한국서 메가폰 잡는 일본 감독들

미이케 다카시 감독 미이케 다카시 감독

[월트디즈니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8일 영화계에 따르면 콘텐츠 업계에서 한국과 일본의 문화교류는 비단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흐름은 한국 제작사가 만들고 한국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을 일본 감독이 연출하는 방식을 띄고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해 배우 송강호에게 칸 남우주연상을 안겼던 영화 '브로커'는 고레에다 감독의 연출작이다.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이를 파는 브로커와 아들에게 더 좋은 부모를 찾아주고 싶은 어린 엄마의 이야기를 그린다. 감독의 전작에서도 자주 볼 수 있었던 가족에 대한 영화다.

다카시 감독은 정해인 주연 '커넥트'를 통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리즈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죽지 않는 몸을 가진 신인류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의 주특기인 장르물을 선보였다.

사부 감독은 이지훈 주연 스릴러 영화 '언더 유어 베드'를, 유키사다 감독은 웹툰 '완벽한 가족'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연출한다는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K-콘텐츠가 외국 감독을 만나는 건 지구촌이라는 세계적 추세에 맞는 당연한 현상"이라면서 "특히 국내 팬층을 가진 감독들의 한국 진출은 큰 기대를 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 침체하는 일본 영화산업, 부상하는 K-콘텐츠

사부 감독 사부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 감독이 한국 작품의 메가폰을 잡게 된 가장 큰 배경에는 일본 영화산업의 입지가 좁아진 탓이 크다.

일본 콘텐츠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누렸으나, 그 영향력은 최근 10여년 사이에 급격히 감소했다.

최근 한국 시장에서도 일본 작품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나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등 애니메이션이나 로맨스처럼 마니아층이 탄탄한 장르를 제외하고는 이전만큼의 파급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감독들에게 한국 작품 연출은 솔깃한 제안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글로벌 인지도 측면에서 한국 작품이 일본 작품보다 훨씬 선전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 "일본 감독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역량을 새로 펼칠 좋은 기회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일본 영화의 전성기를 누렸던 유명 감독들이 한국에 진출한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고레에다 감독의 경우 칸·베네치아 영화제를 사로잡으며 세계적 거장으로 올라섰지만, 다른 감독의 경우 주목할만한 작품을 내놓은 지 오래다.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일본에서 활동 폭이 넓지 않은 감독들에게 상대적으로 도전할 부분이 많고 세계적으로 이목을 끌 수 있는 한국 영화시장은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했다.

◇ "소구력 있다" vs "언어 장벽 공고"…성공 가능성은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 유키사다 이사오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내 영화계에서 이들 작품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는 모양새다.

한때 주목받던 감독들인 만큼 충분한 소구력을 갖춘 콘텐츠가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앞서 나온 두 작품이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면서 언어 장벽을 넘어서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이케 감독은 장르영화, 사부 감독은 블랙코미디, 유키사다 감독은 멜로에 특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들 감독이 자신만의 장르적 색을 불어넣는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특히 최근 OTT 등 글로벌 플랫폼을 중심으로 낮아진 국가 간 정서적 장벽은 이들 작품이 한국 대중에게도 낯설지 않게 다가갈 기회가 됐다.

정덕현 평론가는 "최근 일본에서 한국 작품 같은 영화나 드라마가 눈에 많이 띈다"면서 "양국의 문화적 차이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아직 큰 성공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이 같은 협업을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바라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효정 영화평론가는 "지금까지 작품에서 언어적 차이가 주는 문제점이 생각보다 잘 드러나고 있다"면서 "화제성을 생각하면 반짝 눈에 띄는 기획이긴 하지만 위험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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