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만 있고 기술 없다”…반도체 클러스터 회의론 ‘부상’

“땅만 있고 기술 없다”…반도체 클러스터 회의론 ‘부상’

이뉴스투데이 2023-03-18 09: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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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일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 계획으로 시스템반도체 부문에 본격적으로 힘을 싣는 가운데, 학계는 산업 생태계 연계방안 없이 지리적으로만 기업·지자체에게 혜택을 몰아주는 ‘허점 투성이’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은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일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전한울 기자] 정부가 경기도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하면서 시스템반도체 부문에 본격적으로 힘을 싣는다.

업계는 ‘산업 성장 마중물’로 평가하며 긍정적 전망만 내놓고 있지만, 학계 일각에선 산업 생태계 연계방안 없이 특정 기업·지자체에게 지리적 혜택만을 몰아주는 ‘허점 투성이’ 전략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 주도로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대규모 시스템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정책에 실질적인 기업·기술 연계방안이 모호해 자칫 기대 결과 대비 효과는 미미할 수 있다는 ‘유명무실론’이 감지된다. 

정부는 지난 15일 경기도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 및 벨트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710만㎡ 규모의 대단지에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 5개를 구축하고, 인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과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팹리스(반도체설계) 기업 등을 적극 연계할 계획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생산단지가 위치해 있는 △기흥 △화성 △평택 △이천 지역과 용인 클러스터를 연결해, 주력 분야인 메모리반도체부터 △파운드리 △팹리스 △소부장 등을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특히 국내 업계의 취약점으로 지적돼온 ‘시스템반도체’ 부문에 성장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주력부문인 메모리가 전체시장의 30%에 불과한 반면, 시스템은 70%의 점유율을 차지해 ‘필수공략’ 분야로 꼽힌다. ‘국내 양강’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압도적인 글로벌 메모리 점유율(70%)을 차지하고 있지만, 시스템 부문에선 2~3% 수준에 그친다.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목표로 하는 삼성전자는 용인 산업단지에 향후 20년간 30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기존 △기흥 △화성 △평택 캠퍼스와 함께 ‘반도체 삼각편대’를 구축해 생산력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에 ‘글로벌 파운드리 1위’ TSMC와의 경쟁구도는 보다 심화될 전망이다. ‘글로벌 2위’ 삼성전자는 현재 TSMC와 점유율 40%대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업계는 이번 용인 클러스터가 국내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 거점이 마련되면 기업과 인력이 집중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여지가 더 넓어진다”면서 “관건 중 하나인 생산 부문도 한층 강화한 기념비적인 성장 발판”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학계 일각에선 ‘겉핥기식’ 정책평가에 대한 경계를 당부하면서 이어지는 낙관론에 제동을 걸었다. 관련 정책의 실효성이 낮아 자칫하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유회준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시스템 부문은 시장과 기술 측면에서 긴밀한 연계와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주요소들을 하나로 묶기 위한 방안은 전무한 상태”라면서 “반도체는 (기업·기술이) 분산되면 성장할 수 없다. 하나로 긴밀하게 연계시키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대만 TSMC를 예시로 들었다. 그는 “대만은 국가 허브를 만들어 전국에 산재돼 있는 기술을 한 데 모은다. 특정 지역에 센터를 세워놓고 전국 대학과 벤처를 긴밀히 연계해 개발한 기술을 TSMC로 전달하는 방식”이라면서 “전국을 아우르며 유력 기술과 기업을 밀어주는 대만과 달리, 우리나라는 단순히 지역만 나누면서 특정 기업과 (인근) 지자체에게 보너스만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실상 소부장 기업들도 같은 지역에 있을 필요가 없다. 지역적 특성보다 중요한건 기업간 연계성”이라면서 “생태계라 함은 기술과 사람, 돈의 교류가 종합적으로 일어나야 하는데, 현재 (클러스터) 계획만으로 산업 성장을 유기적으로 이끌 수 있을 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시스템반도체의 관건으로 꼽히는 소프트웨어 분야의 전문가가 전면에 나서 ‘정책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익명을 요청한 한 공과대학 교수는 “그동안 국가 반도체 전략은 이익창출이 목표인 대기업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에 충실했다”면서 “소프트웨어 분야의 진짜 전문가를 관계부처 요직에 배치해 현장 흐름과 산업 생태계를 아우를 수 있는 정책 고도화 절차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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