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vs신세계, ‘영앤리치 확보’ 특명 떨어졌다 

현대vs신세계, ‘영앤리치 확보’ 특명 떨어졌다 

이뉴스투데이 2023-03-21 18:00:00 신고

3줄요약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면서 유통과 이커머스, 뷰티·패션업계는 대대적인 변화 속에 광폭 성장을 거듭했다. 이뉴스투데이는 엔데믹에 접어든 시점에서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유통·이커머스·뷰티·패션업계 리딩 컴퍼니들의 전략을 비교·분석하고 올해 전망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기획-유통 빅6의 미래전략①] 현대백화점 vs 신세계백화점
[기획-유통 빅6의 미래전략②] 쿠팡 vs 네이버
[기획-유통 빅6의 미래전략③] 무신사 & CJ올리브영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MZ세대 놀이터로 거듭나고 있다. 이른바 영앤리치 고객을 잡기위한 공간의 혁신이다. 왼쪽부터 현대백화점 목동점, 신세계 센텀시티점.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신세계]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이 MZ세대 놀이터로 거듭나고 있다. 이른바 영앤리치 고객을 잡기위한 공간의 혁신이다. 왼쪽부터 현대백화점 목동점, 신세계 센텀시티점. [사진=현대백화점그룹, 신세계백화점]

[이뉴스투데이 김종효 기자] 유통업계 라이벌인 현대와 신세계는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전략을 펼친다. MZ세대로 대표되는 젊은 소비자, 즉 ‘영앤리치’를 집중 공략해 고객층을 공격적으로 빠르게 넓힌다는 계획이다.

◇ 역대 최대 실적에도 백화점은 여전히 긴장상태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경기불황 및 소비심리 둔화에도 불구하고 패션·뷰티 매출의 증가와 명품 매출이 선전한 결과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0.4% 성장한 5조14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21.4% 성장한 3209억원이다. 신세계백화점도 매출이 전년대비 16.4% 성장한 2조4869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38.5% 증가한 5018억원을 달성했다.

이렇듯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현대와 신세계는 여전히 분주하다. 경기 침체 및 물가 인상 등 이슈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올해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교보증권 정소연 연구원은 “고금리와 고물가에 따른 소비둔화가 전망된다. 특히 상반기는 전년 동기 높은 기조로 둔화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하며 “실유통업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경기전망지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망치는 역대 최저 수치다. 즉 올해 1분기가 지난해 4분기보다 크게 부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지난해 4분기부터 성장세가 둔화되는 모습이다. 신세계만 전년 대비 6.8% 증가한 1499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해 간신히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확연히 그래프가 꺾인 모습이다. 현대백화점은 영업이익이 9.9% 감소했다.

현대와 신세계가 택한 돌파구는 ‘영앤리치’다. 소비를 하는 MZ세대를 핵심 키워드로 보고 미래 먹거리를 확보한다는 취지다.

현대백화점은 목동점 별관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해 MZ 전문관으로 변화시켰다. 현대백화점 목동점 별관 1층 더 로비 매장 전경. [사진= 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은 목동점 별관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해 MZ 전문관으로 변화시켰다. 현대백화점 목동점 별관 1층 더 로비 매장 전경. [사진= 현대백화점그룹]

◇ ‘1조원 육박 매출’ 더현대 서울의 성공 방정식 적용하는 현대백화점

한 발 빠른 움직임으로 성공을 거둔 쪽은 현대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 판교점, 더현대 대구 등에서 MZ세대를 집중 공략해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켰다. 올드한 느낌과 격식을 차려야만 할 것 같은 백화점을 MZ세대 놀이터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더현대 서울은 이미 MZ세대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개점 후 2년간 방문객 8000만명 중 30대 이하 고객이 65%인 5200만명에 달한다. 개점 1년 만에 매출 8000억원을 넘어섰고, 지난해엔 1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달성했다.

현대백화점이 지난 13일 재오픈한 서울 목동점 별관도 1년 반 동안 전면 리뉴얼을 통해 MZ 전문관으로 거듭났다. 지상 1층부터 지하 3층까지 패션,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다이닝 레스토랑, 카페 등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 227개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38개 브랜드는 백화점에 처음으로 입점하는 브랜드다.

성수동과 청담동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편집숍들을 들여왔다. 전국 맛집 핫플레이스도 대거 입점했으며, 브런치와 다이닝을 즐길 수 있는 와인 전문매장 '와인웍스'도 선보였다.

현대백화점은 이미 성공을 거둔 MZ세대 큐레이션 전략을 목동점 별관에 적용했다. 아예 MZ를 전면에 내세운 지하 2층 ‘센트럴커넥션’은 MZ세대에 높은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컨템포러리 패션 브랜드 ‘인사일런스’, ‘드로우핏’, ‘어파트프롬댓’ 등 신진 패션 브랜드와, 가로수길 마들렌 맛집 ‘에뚜왈’, 연남동 태국음식 맛집 ‘쌉’(SSAP), 튀르키예식 샌드커피 전문점 ‘논탄토’ 등 힙한 맛집이 들어섰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리뉴얼을 통해 새로 태어난 목동점에 대해 “MZ 고객들이 즐길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갖췄다. 2030세대가 머물고 즐기고 싶은 공간으로 연출했다”며 “이런 차별화 전략이 더욱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월 신세계 센텀시티점 지하 2층에 ‘하이퍼 그라운드’를 오픈, 명품보다 힙한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신세계 센텀시티점 하이퍼 그라운드 아이코닉 홀 전경. [사진=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월 신세계 센텀시티점 지하 2층에 ‘하이퍼 그라운드’를 오픈, 명품보다 힙한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신세계 센텀시티점 하이퍼 그라운드 아이코닉 홀 전경. [사진=신세계백화점]

◇ 차별화 콘셉트 성공은 계속…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급성장

신세계도 MZ세대 집중 공략에 나섰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지하 2층에 지난 2월 오픈한 ‘하이퍼 그라운드’는 전체 47개의 브랜드 가운데 20개가 부산 지역 단독 신규 브랜드다. 명품보다 힙한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백화점을 쇼핑의 공간을 넘어 예술과 결합한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것도 특징이다. 백화점 메인 출입구엔 그래피티 월로 트렌디한 감성을 조성했고, 최신 브랜드를 소개하는 공간인 마켓스퀘어는 상품을 작품처럼 전시해 갤러리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갤러리 카페는 넓은 공간감과 조명을 적용해 부티크숍 카페와 같은 느낌을 줬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MZ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차별화된 콘텐츠로 구성했다. MZ 소비자 사이에 높은 팬덤을 보유한 여성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이미스’, 미니멀한 콘셉트의 남성 컨템포러리 브랜드 ‘포터리’, 글로벌 휴대폰 액세서리 브랜드 ‘케이스티파이’ 등이 입점했다”고 설명했다.

또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도 배치돼 있어 부산 지역 MZ세대 사이에선 이미 데이트 장소 등 핫플레이스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며 “MZ 소비 트렌드를 관통하는 감도 높은 콘텐츠로 완전히 새로운 백화점으로 거듭나고 있다. 공간 혁신을 바탕으로 국내외 MZ 고객을 유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신세계백화점의 MZ 소비자 공략은 제대로 적중했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전체 매출 중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에 달했다. 기존 백화점 주 고객인 40대가 29.4%, 50대가 21.5%인 것과 비교해 더 높다. 주 고객층이 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신세계는 강남점에 이어 센텀시티점을 신세계백화점의 양대 메인 백화점으로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 4050에 기대는 백화점은 옛날 얘기…2030 트렌드 잡아야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의 주 소비층이 4050세대이긴 하지만, MZ세대를 공략하는 것은 미래 고객을 선점한다는 의의가 있다. 또 지난해까지 코로나19 이후의 보복 소비 등으로 호황을 누린 백화점 업계가 이후에도 매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고객 스펙트럼을 넓힌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명품을 찾는 고객들이 백화점의 주요 매출 수요였지만, 지난 1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오프라인 부문 해외유명 브랜드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7.2% 하락했다. 즉 국내 명품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에 백화점 업계가 구매력이 높아진 MZ세대 유입에 힘쓰는 것은 실적 방어를 위한 당연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MZ 고객을 잡기 위해 MZ세대의 트렌드도 유통 트렌드에 반영하고 있다. 일례로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모두 비건 뷰티에 적극적이다. MZ세대 사이에서 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고, 윤리소비가 확산되면서 비건 열풍이 일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역시 현대가 한 발 빨랐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에 업계 최초로 비건 뷰티 편집숍인 ‘비클린’(B.CLEAN)를 선보이고 매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비클린은 지난해 12월부터 매달 매출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에 따르면 신생 뷰티 브랜드들이 비클린 입점을 위해 지속적인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지속적인 신상품 소개와 콜라보 상품을 선보이는 등 MZ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 중”이라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은 백화점 5개 지점과 면세점 2개 지점에 비건 뷰티 ‘디어달리아’ 매장을 입점시켰다. 또 자사가 운영하는 화장품 편집매장 ‘시코르’를 통해 비건 뷰티를 취급하는 ‘그린 뷰티 존’을 전국 지점으로 늘리고 있다.

◇ VIP 멤버십도 벽 낮춰 MZ 확보…명품 전략은 반대

멤버십에서도 MZ 고객을 잡으려는 목적이 확연히 드러난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017년부터 연간 구매액 400만원 충족시 패션·잡화 최대 7% 할인 및 멤버스바 이용, 무료 주차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VIP 레드’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이전 가장 낮은 ‘VIP 블랙’ 등급 조건이 연간 구매액 80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젊은 소비자를 충성고객으로 잡기 위한 개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맞서 현대백화점은 더 파격적인 멤버십을 들고 나왔다. 지난해 현대백화점이 출시한 2030 전용 VIP 멤버십인 ‘클럽YP’는 39세 이하까지만 가입 가능하도록 백화점 업계 최초로 VIP 제도에 나이 제한을 뒀다. 연간 3000만원 이상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해 신세계백화점보다는 진입장벽이 높지만, 발렛파킹과 명품 6개월 무이자 서비스 외에도 더현대 서울과 판교점에 오픈한 VIP 전용 ‘클럽YP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클럽YP 라운지는 기존의 차분한 분위기와는 달리, 원색으로 장식해 강렬한 느낌을 줘 개성을 드러내는 MZ세대 특성을 반영했다. 또 클럽YP 고객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다른 MZ세대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효과도 노렸다”며 “클럽YP는 연간 5000명 수준으로 운영된다. 나이 제한에 멤버십 규모 등 모든 면에서 희소성이 있어 MZ세대를 끌어들일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화점 명품 전략에 있어선 양사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신세계백화점은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뷔통·샤넬)를 모두 유치한 점포가 4개(본점·강남점·센텀시티점·대구점)로 백화점 업계에서 가장 많다. 반면 현대백화점은 명품 대신 트렌디한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는 파격을 택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자사 매출을 놓고 분석한 결과에서 현대백화점은 MZ세대의 판매 비중이 높다는 것에 집중했고, 신세계백화점은 해외 명품이 여전히 비중이 높다는 점에 집중한 것이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모두 매출에서 해외 명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가 넘고, MZ세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40%대”라며 “매출에 큰 기여를 하는, 에루샤로 대표되는 ‘명품’과 MZ로 대표되는 ‘영앤리치’ 중 어느 쪽에 비중을 더 두느냐 차이인데, 그에 따른 결과도 지켜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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