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우파 연정의 사법부 무력화 입법에 저항해온 예비군들이 집단적인 복무 거부를 내걸고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고 현지 언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법부 무력화 시도에 저항하는 예비군 단체 창설자 가운데 하나인 론 샤프 예비역 중령은 "만약 사법 개혁 법안이 처리되면 나를 포함한 수천 명의 예비군이 복무를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무거운 마음으로 (정부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인다. 민주주의에서는 오직 국민을 위한 군대만이 존재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또 "우리는 지난 11주 동안 거리에서 저항했지만, 정부는 계속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달렸다"며 "국방부 장관은 침묵했고 정부는 국민과의 계약을 어겼다. 권한의 제약이 없는 행정력은 독재"라고 비판했다.
샤프 중령은 이어 "그동안 우리는 복무를 거부하려는 사람들을 말렸다. 하지만 레드 라인이 가까워져 오고 있다"며 "우리를 지켜보는 모든 사람은 이런 행동이 책임감과 국가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법 정비에 저항하는 예비군 단체는 이날부터 복무 거부 발표에 연명으로 참여할 지원자의 서명을 받기로 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연정은 최고 법원인 대법원의 기능을 축소하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해왔다.
'사법 정비'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는 연정의 입법 추진은 이스라엘의 연성헌법인 '기본법'에 반하는 의회의 입법을 대법원이 사법심사를 통해 막지 못하도록 하고, 여당이 법관 인사를 담당하는 위원회를 조종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야당과 법조계, 시민단체 등은 이를 '사법 쿠데타'로 규정하고 11주째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런 가운데 이달 초 이스라엘공군(IAF) 소속 예비역 조종사 40여명이 사법 정비에 반발해 훈련 거부를 선언했고, 이어 정찰 임무를 맡은 특수부대와 해군 예비역들도 저항 대열에 동참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날은 무인기(드론)를 운용하는 236명의 예비역 군인이 정부의 입법 강행 시 예비군 복무를 거부하겠다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총리에게 보냈다.
사법부 무력화 입법 시도에 대한 안팎의 우려와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연정 측은 네타냐후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통화 하루만인 지난 19일 수정된 법안을 내놓으면서 한발짝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법관 인사를 담당하는 법관 선정 위원회 위원 구성에서 야권과 사법부 측 인사를 더 늘리는 내용이다. 또 연정은 유월절 기간 법안 처리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그러나 야권은 여권의 수정안이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야권 지도자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수정안이 타협이라는 건 거짓말이라며 "수정안이 통과되더라도 무자비한 정치인의 적대적이고 위험한 법원 장악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검은 깃발'(Black Flags)은 이스라엘을 뒤흔들고 있는 시위가 더욱 격화할 것이라며 "네타냐후가 몇몇 단어들로 시위를 잠재우려 한다"고 규탄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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