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고, 귀엽고 다 한 야생동물 사진 어떻게 탄생했을까?

웃기고, 귀엽고 다 한 야생동물 사진 어떻게 탄생했을까?

엘르 2023-03-24 00:00:00 신고

{ WILD LOVER }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공원 나무에서 턱을 괴고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아기 반달가슴곰, 대중에게 가장 사랑받는 사진이다. ‘Deep Thoughts’.


노스캐롤라이나의 한 공원 나무에서 턱을 괴고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아기 반달가슴곰, 대중에게 가장 사랑받는 사진이다. ‘Deep Thoughts’.




Who is she?
제니퍼 해들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롤리에서 두 아이, 남편, 네 마리의 개, 여섯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 2018년부터 야생동물을 촬영했으며, 촬영에만 전념하기 위해 2021년 중반 회사 생활을 그만뒀다. 전 세계를 여행하지만, 가장 자주 찾는 곳은 아프리카와 알래스카다. 현재까지도 동물을 이해하는 방법을 독학하며 다양한 관점을 갖기 위해 노력 중이다. 동물의 위트를 담아낸 제니퍼의 사진들은 그의 웹사이트에서 구매할 수 있다.

@enhadleyphotos www. enniferhadley.photography.com

눈 쌓인 옐로스톤 공원의 설원에서 신나게 뛰어논 뒤 장엄하게 걸어 나오는 들소. ‘White Out’.


눈 쌓인 옐로스톤 공원의 설원에서 신나게 뛰어논 뒤 장엄하게 걸어 나오는 들소. ‘White Out’.



첫 남극대륙 여행에서 ‘제니퍼 해들리’는 크게 충격을 받았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펼쳐진 장엄한 풍경, 다양한 야생동물의 치열한 무리 싸움과 그 과정에서 발견되는 귀여운 위트. 자신이 본 모든 광경을 기록하기 위해 사진기를 꺼내들었다. 홀로 간 그랜드 캐니언에선 홑이불 하나로 이틀 밤을 견뎠고, 남극대륙 여행 땐 물개가 자는 모습을 찍기 위해 3일 동안 해안가에서 지냈다. 서로 엉켜붙은 바다코끼리 무리, 먹이사냥을 위해 대이동 중인 25만 마리의 펭귄 가족을 만났으며, 밍크 고래 두 마리가 지나다니는 한가운데서 아침을 맞이하기도 했다. 자연의 경이로움 때문에 시작한 사진 일이 제니퍼를 야생동물에 매료되도록 만들었다. 그의 야생동물 사랑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Q 야생동물을 촬영하기로 결심한 순간은

A 첫 DSLR 덕분. 첫 오지 여행을 위 해 비싼 카메라를 샀다. 구동 방법도 모른 채 닥치는 대로 찍었고, 찰나 의 순간이 찍히는 것에 희열을 느꼈다. 하지만 예측 불가능하게 움직이는 동물의 모습과 치열한 생존방식을 관찰하는 행위에서 더 큰 희열을 느꼈다.


Q 나름의 포착 방식이 있다면

A 죽은 듯 있는 것이다. 정말 내가 존재 하지 않는 것처럼 머물러야 한다. 방해하지 않도록 정숙을 유지하면서 야생동물 사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한다. 동물 무리의 움직임을 오래 지켜보는 것은 당연하지만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동물들이 본능 적으로 행동하는 순간을 포착하려면 말이다. 항상 성공적이진 않지만 찰나의 광경을 포착하는 게 매 순간 내 목표랄까.


2021년 처음 만났던 코요테. ‘림피’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Eye Contact’.


2021년 처음 만났던 코요테. ‘림피’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Eye Contact’.



Q 야생동물과 마주치기 위해 자주 가는 장소나 시간대는

A 전 세계 동물을 촬영하지만, 가장 자주 가 는 곳은 아프리카와 미국이다. 야생동물이 가장 활동적일 때는 이른 아침, 늦은 오후, 저녁이다. 때문에 늦어도 아침 6시엔 기상하는 편이다. 아침은 강한 햇살이 아름답고, 늦은 오후와 저녁은 노을이 경이로워 강한 집중력을 요한다. 하지만 야생동물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포착할 수 있고, 가끔 대낮에 우연히 마주치기도 한다.


Q 미국의 ‘웃긴 야생동물 사진대회’에서 ‘Not So Cat-Like Reflexes’ 사진이 대상을 수상했다. 어떤 이 야기가 담긴 사진인가

A 탄자니아 세렝게티에서 가족과 여행 중 찍은 사진 이다. 늦은 오후, 넓은 가지가 길게 뻗은 나무 아래 사자들이 펼쳐 누워 있더라. 몇 마리는 나무 위 가지에 걸터앉아 있기도 했다. 살점을 뜯어먹는 곤충을 피하기 위해 그늘로 숨은 것이라고 했다. 사자 무리 중에서도 나무 위쪽에 걸쳐 누워 있는 아기 사자 두 마리 곁에 차를 세웠다. 한 마리는 곤히 자는 중이었고, 다른 한 마리는 일어나 나뭇가지를 징검다리 처럼 밟고 다녔다. 분명 자는 아기 사자를 깨워 놀려는 속셈인 듯했다. 나무 징검다리를 통통 딛고 다니던 아기 사자가 지루한 나무 위를 벗어 나기 위해 발버둥치더라. 그러다 갑자기 발을 헛디뎌 요상한 자세로 굴 러떨어지는 거 아닌가! 정말 품위 없는 하강이라 생각하며 헐떡거리고 웃었다. 그러다 그 아기 사자는 가까스로 중심을 잡고 네 발로 착지해 친구들과 놀러 달려나갔다. 어디서든 추락해도 살아남는 고양이처럼 사자도 고양잇과이니 살아남을 거라고 확신했다.


Q 펭귄 두 마리를 촬영한 ‘Talk to the Fin’은 ‘웃긴 야생동물 사진대회’에서 입상했다. 지느러미에 인사하는 듯한 모습이 제법이다

A 남극으로 향하는 길에 포틀랜드 제도의 카르카스 해변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해변에 앉아 펭귄들이 수영하고 물을 드나드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남극의 작은 섬에 모여 사는 젠투 펭귄이 바다에 서 해변으로 나가는 방식이 웃기더라. 부드럽게 파도를 타고 들어갔다가 두 지느러미를 펴고 서핑하듯 아랫배로 바닥을 쓸며 해변으로 나왔다. 그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펭귄들의 움직임이 얼마나 날렵하고 빠른지 수많은 셔터 수와 흐르는 시간을 알지 못했다. 사진들 을 넘겨보다 두 펭귄이 웃긴 위치와 각도로 서 있는 사진이 눈에 밟혔고, 보물을 발견한 듯 반가웠다. 만일 ‘Talk to the Fin’에서 자그마한 변화라도 있었다면 완전히 다른 사진이 됐을 테고 힘은 사라졌을 것이다.


대머리독수리가 날아가는 찰나의 순간, 키 큰 나무 배경 덕분에 사진이 웅장해졌다. ‘Stormy Flight’.


대머리독수리가 날아가는 찰나의 순간, 키 큰 나무 배경 덕분에 사진이 웅장해졌다. ‘Stormy Flight’.



Q 다양한 국가를 여행하는 만큼 다양한 자연과 마주하면서 그 변화를 직접 체감했던 경험이 있다면

A 나는 사진가이자 다이버다. 바다 수영을 할 때마다 깨 닫는 사실은 급감하는 바다 생물 개체수다.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된 산호초를 몇 년 동안 봐왔으니. 상어가 득실거려야 할 지역에선 갈수록 상어를 볼 수 없다. 부업으로 상어를 죽이고 파는 인간들 때문인데, 상어는 바다 환경 보호에 필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상어가 없으면 바다는 병들고 지구도 병든다. 또 삼림 벌채로 인한 황폐화를 지켜보면서 지속 불가능한 속도로 자연 공간과 야생동물의 증발을 한 번 더 체감했다. 서식지 감소는 모든 야생동물에 대한 위협이고, 증가하는 세계 인구 에게 서구식 식단을 먹이려는 건 욕심이다. 자연과 생태계 문제를 해결 하려면 지금 당신 앞에 놓인 접시를 자세히 보시길. 과도한 육식 위주 식단은 아닌지.


Q 가장 좋아하는 사진은 정말 고르기 어렵다. 반드시 골라야 한다면

A ‘Deep Thoughts’! 반달가슴곰이 나무에 턱을 괴고 올려다보는 것 이 무언가 골똘히 고민하는 모습이라 귀엽다.


Q 야생동물 사진가라는 직업 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촬영하며 어떤 가치와 보람을 느끼는지

A 동물 은 인간과 다르지만 많은 면에서 똑같다. 야생동물은 매일 도전하고 적 응하고 극복하는 법을 배우며, 나도 덩달아 배운다. 그 과정에서 얻은 경 이로운 사진은 보상이자 기쁨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 야 생동물의 삶과 도전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공유함으로써 그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인지 알리는 것.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한 야생동물 사진가라는 업을 절대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웃긴 야생동물 사진대회’ 1등 수상 사진. 아기 사자가 나무 위에서 발을 헛디뎌 우스꽝스럽게 떨어지는 모습이다. ‘Not So Cat-Like Reflexes’.


웃긴 야생동물 사진대회’ 1등 수상 사진. 아기 사자가 나무 위에서 발을 헛디뎌 우스꽝스럽게 떨어지는 모습이다. ‘Not So Cat-Like Reflexes’.



카르카스 해변에서 마주친 녀석들. 마치 지느러미로 대화하듯 몸을 요상하게 꼬고 있는 모습. ‘Talk to the Fin’.


카르카스 해변에서 마주친 녀석들. 마치 지느러미로 대화하듯 몸을 요상하게 꼬고 있는 모습. ‘Talk to the Fin’.



지쳐 쓰러진 듯 축 처진 몸을 뉘고 있는 북극곰. ‘Too Tired’.


지쳐 쓰러진 듯 축 처진 몸을 뉘고 있는 북극곰. ‘Too Tired’.




에디터 정소진 사진 제니퍼 해들리 디자인 장지윤

Copyright ⓒ 엘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