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LED스크린의 압도적 비주얼…고전 '파우스트' 파격 변신

대형 LED스크린의 압도적 비주얼…고전 '파우스트' 파격 변신

이데일리 2023-04-09 20: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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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저랑 내기하실래요?”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 선 악마 메피스토(박해수 분)가 표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신을 향해 말한다. 신이 자신의 종처럼 여기는 학자 파우스트(유인촌 분)를 파멸시키겠다는 것. 인생에 대한 회의감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던 파우스트는 자신 앞에 나타난 메피스토가 인생의 쾌락을 알려주는 대가로 영혼을 달라고 제안하자 이를 수락한다.

연극 ‘파우스트’의 한 장면. (사진=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이름은 들어봤지만 선뜻 접하기 힘든 고전이 있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60여 년에 걸쳐 쓴 인생의 역작 ‘파우스트’도 그 중 하나다. 괴테 일생의 사유와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무게감이 만만치 않은 고전이다. 또한 예술가에게는 영감을 불어넣는 텍스트이기도 하다.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 중인 연극 ‘파우스트’는 방대한 원작 중에서 1부를 무대로 옮긴다. 파우스트가 메피스토를 만나 마녀의 영약을 마시고 젊어진 뒤 아름다운 여성 그레첸과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공연 시간은 쉬는 시간 15분을 포함한 165분. ‘햄릿’ ‘코리올라누스’ 등으로 ‘셰익스피어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며 ‘고전의 현대화’에 일가견을 보여준 연출가 양정웅이 무대를 이끈다.

가장 먼저 시선을 압도하는 것은 무대다. 곡선형의 대형 LED 스크린이 무대 뒤편에 서있고 구원을 상징하는 듯 성모 마리아의 반신상이 무대 한편을 가득 채운다. 극이 전개되면서 LED 스크린에 등장하는 영상도 시시각각으로 바뀌며 관객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라이브 영상을 활용한 연출. 마녀의 영약을 마시고 젊어진 파우스트(박은석 분)가 그레첸(원진아 분)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라이브 영상 연출로 표현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괴테의 텍스트를 최대한 존중했다”는 양정웅 연출의 말처럼 이야기는 물론 대사 또한 고전 원작을 그대로 따라간다. 아무래도 파우스트의 대사는 현학적인 단어가 많아 관객 입장에선 한 번에 듣고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배우들의 열연이 쉽지 않은 이야기를 따라가게 만든다.

연극 ‘파우스트’ 무대 이미지. (사진=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단연 빛나는 것은 메피스토 역의 박해수다. 5년 만에 무대에 돌아온 그는 165분의 공연 시간 동안 활어처럼 생생한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악마의 천연덕스러운 모습은 물론, 현대무용에서 따온 몸짓, 그리고 노래까지 다채로운 면모로 그동안의 무대 공백을 채운다. 관객들 사이에선 “박해수를 위한 연극”이란 반응도 나온다.

박해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작품 전체적으로 메피스토가 보여주는 흐름이 많아서일 뿐 전혀 그렇지 않다”며 “같이 출연하는 극단 여행자 식구들의 에너지가 더 대단하고, 그들이 나를 더 푸시해준다”고 말했다. 메피스토의 캐릭터 표현에 대해선 “악마보다는 보험설계사, 보증인, 나아가 친구, 애인, 선배와 후배 등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물로 표현하고자 했다”며 “람보르기니를 끌며 스스로 악마라 소개하며 탐욕의 씨를 뿌리는 매혹적인 악마다”라고 설명했다.

그야말로 고전의 파격 변신이다. 고전이 왜 끊임없이 소환되며 살아 숨 쉬는지를 이번 연극 ‘파우스트’는 잘 보여준다. 다만 방대한 원작을 압축하다 보니 원작의 하이라이트인 ‘발푸르기스의 밤’ 장면과 비극으로 치닫는 그레첸의 감정 변화가 다소 갑작스럽게 표현된 점은 아쉽다. 그럼에도 ‘파우스트’라는 고전을 어렵지 않게 접할 좋은 길라잡이임엔 틀림없다. 공연은 오는 29일까지.

연극 ‘파우스트’의 한 장면. (사진=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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