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플라스틱이 돈' 화학업계 '열분해유 선점 총력'

'폐플라스틱이 돈' 화학업계 '열분해유 선점 총력'

프라임경제 2023-04-14 11:01:52 신고

3줄요약
[프라임경제] 환경파괴 주범으로 여겨졌던 폐플라스틱·폐비닐이 친환경 '게임 체인저'로 거듭날지 이목이 집중된다. 국내 유수 대기업은 물론 정부까지 '도시유전'이라고 불리는 '열분해유'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다.

기존 재활용에 제약이 컸던 오염된 폐플라스틱까지도 사용이 가능해 새로운 산업의 장이 열렸다는 평가다.

◆글로벌 수요 급증…돈 되는 플라스틱 쓰레기

열분해유는 폐플라스틱·폐비닐을 300~500℃의 고열로 가열해 만든 기름이다. 석유화학의 쌀이라고도 불리는 나프타를 추출하거나 경유로 사용할 수 있다.

이전까지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에 포함된 염소 등 불순물 문제로 친환경 플라스틱의 원료로 사용하는 것이 어려웠다. 기술적 한계와 더불어 정유 공정에 열분해유 투입이 불가능한 규제 등으로 활용에 제약이 컸다.

주요국들이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 비중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폐플라스틱의 자원화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정부의 규제완화와 화학적 재활용 기술 개발이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열분해유 활용도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주요국들이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 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히고 있어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전 세계 화학적 재활용 시장은 폐플라스틱 추출 가능한 열분해유 기준으로 2020년 70만톤 규모다. 2030년 330만톤 규모로 연평균 17%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돈이 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페트병에서 사용되는 재활용 소재의 비율을 25%로 의무화하기로 했다. 기타 모든 플라스틱에 사용되는 재활용 소재 비율 목표도 30% 이상으로 적용했다. 국내도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2025년까지 393만톤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2021년 대비 20% 줄어든 양이다.

이에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은 2030년까지 재생원료 사용비율을 대폭 늘릴 예정이다. 먼저 코카콜라는 2030년까지 모든 포장재에 사용하는 재생원료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펩시코(25%) △네슬레(30%) △유니레버(25%) △로레알(50%) △P&G(50%) 등도 공격적인 목표치(2025년까지 달성)를 제시했다.

국내 대기업들도 친환경 플라스틱 사용에 동참한다. 삼성전자는 2050년까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기기에 100% 재활용 플라스틱만 쓴다.

◆시장 장악 나선 대기업들…공급망 구축 관건

이처럼 열분해유 사업이 각광받자 국내 기업들도 속속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이같은 사업진출은 2025년 이후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장 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SK지오센트릭의 플라스틱 리사이클 클러스터가 조성될 SK이노베이션 울산Complex 전경. ⓒ SK지오센트릭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SK지오센트릭이다. 현재 약 1조7000억원을 투자해 종합 재활용 단지 울산ARC를 조성 중이다. 

구체적으로 울산 부곡용연지구내에 21만5000㎡  축구장 22개 크기의 단지를 2025년 하반기까지 구축한다. 세계 최초로 3가지 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기술 △열분해 △해중합 △고순도 PP추출 기술을 도입한 단지를 만들어 친환경 플라스틱 시장을 선점한다는 구상이다.

그중 열분해유 공장은 단지 내 1만3000㎡ 면적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열분해유 공정과 후처리 공정을 처리하는 공장 두 곳이 준공되면 연간 10만톤 규모의 열분해유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아시아 최대 폐플라스틱 열분해 처리 물량이다.

특히 SK지오센트릭은 불순물을 제거하는 후처리(정제) 공정을 자체 개발한 국내 유일한 기업이다. 그간 후처리 공정은 자체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기업이 없어 원천 기술을 보유한 해외 기업으로부터 라이센스를 취득해 사용하고 있었다.

SK지오센트릭의 열분해유 생산 공정 및 후처리 기술. ⓒ SK지오센트릭

SK지오센트릭 관계자는 "정제되지 않은 열분해유는 성상이 달라 석유화학 공정에 바로 투입이 불가능해 불순물을 꼭 제거해야 한다"며 "우수한 후처리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폐플라스틱 재활용 핵심 경쟁력인데, 이를 자체 개발하면서 글로벌 환경규제를 충족할 제품 생산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LG화학도 열분해유 시장에 뛰어 들었다. LG화학은 지난달 30일 충남 당진시 석문산업단지 생산시설에 총 3100억원을 투입해 열분해유·에어로젤 생산시설 구축에 들어갔다. 연간 2만톤 규모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생산할 계획이다. 

자체 후처리 공정 기술이 없는 LG화학은 원천 기술을 보유한 영국 무라테크놀로지와 협업한다. 구체적으로 초임계 열분해 설비 라이센스를 취득해 사용한다. 이를 바탕으로 석유화학 공정 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열분해유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또 LG화학은 무라테크놀로지와의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라이센스 비용 지급 외에도 무라에 지분 투자를 단행하는 등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후처리 공정의 자체 개발 계획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이 지난달 30일 당진공장 착공식을 개최했다. ⓒ LG화학

업계 관계자는 "자체 기술 개발로 시장 진출 시기가 지연되는 것보다는 해외 리딩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사업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며 "각자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고, 원재료 확보에 더 집중하는 전략으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이밖에도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롯데케미칼 등도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다. 향후 친환경 플라스틱 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업 다각화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공급자들도 늘어나는 만큼 향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조용원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를 비롯해 주요국들이 친환경 정책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열분해유 관련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향후 폐플라스틱 자원의 안정적인 조달 여부가 사업의 핵심관건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안정적인 공급체계를 갖추려면 밸류체인을 완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영세업체에 지원을 많이 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선별사업장 인수를 비롯해 건축자재에서 발생하는 폐비닐을 확보하는 등 공급망 다각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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