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1년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 살포를 인지했을뿐 아니라 직접 돈을 뿌렸을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송 전 대표는 오는 22일 현재 체류 중인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표명할 계획이다.
JTBC가 지난 18일 공개한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통화 녹음파일에 따르면 강 협회장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 전 부총장에게 "성만이 형(이성만 의원)이 좀 연결해줘서 그거 좀 나눠줬다, 그렇게 얘기를 했어 내가. 영길이 형한테"라고 했다.
강 상임감사는 "내가 '성만이 형이 준비해준 것 가지고 인사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송 전 대표가) '아유 잘했네. 잘했어' 그러더라고"라고 했다. 이성만 의원이 준 돈봉투를 송영길 캠프 지역 본부장들에게 나눠줬다고 보고하자, 송 전 대표가 격려했다는 내용으로 풀이된다.
강 상임감사는 이어 송 전 대표가 직접 돈봉투를 나눠줬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그는 "(선거를 돕는) 누구 얘기를 하길래 '참 열심히 하네요' 그랬더니만 영길이 형이 그러더라고. '그래서 안 그래도 내가 조금 처리해 줬어. 더 열심히 하라고.' 영길이 형이 뭐 어디서 구했는지 그런 건 모르겠지만 내용은 모르고, 많이 처리를 했더라고"라고도 했다.
또 강 상임감사가 "이○○는 많이 해줬어"라고 말하자, 이 전 부총장이 "아 그래? 송영길 의원이?"라고 되묻고, 강 상임감사가 다시 "응"이라고 대답하는 대화 내용도 공개됐다. 이 역시 송 전 대표가 직접 금품을 나눠줬다는 정황이 담긴 대화이다.
녹취 파일 가운데에는 이 전 부총장이 송 전 대표에게 돈을 받은 사람 명단을 공유받자고 했으나, 강 상임감사는 알리지 않고 따로 하자는 내용도 나온다.
이 전 부총장이 "그걸 누구를 얼마를 줬냐 이런 것까진 몰라도 되겠지만 누구는 좀 했다 정도는 알아야 우리가 그래야 되지 않나?"라고 묻자, 강 상임감사는 "모르는 게 가장 좋은 거고 우리는 우리대로 그냥 하는 게 좋은 거 같다"고 했다.
강 상임감사는 다른 대화에서는 이 전 부총장이 "우리는 왜 저번에 왔을 때 강 감사님께서 이렇게 신나게 주셨잖아. 그러면 우리는 이제 됐으니까 그냥 이제 더 안 해도 되는 건가?"라고 묻자 "영길이 형한테 물어보고. 아직도 (전당대회까지) 20일 정도가 남아 있는 거 아니냐. 그러니까 막판에 스피치 낼 때 한 번씩 더 해 가지고…"라고 답하기도 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지난 17일 강 전 상임감사에 이어 이날은 이 전 부총장을 불러, 돈봉투 배포 정황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검찰이 녹취 파일을 언론에 흘렸다'는 민주당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수사에 일말의 정치적 고려도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언론에 보도된 녹음파일이 검찰에서 제공한 것이 아닌데도 검찰에서 유출된 것처럼 사실과 다른 주장이 나온다"면서 "검찰은 앞서 노웅래 의원,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수사 중에 발견된 증거를 단서로 '민주당 전당대회 금품수수'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이며 사안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민주당에서도 수사에 적극 협조해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자신을 둘러싼 연루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송 전 대표는 오는 22일 현지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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