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몰랐다? 안 통해"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들 잇따라 실형

"나도 몰랐다? 안 통해"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들 잇따라 실형

연합뉴스 2023-05-01 07:05:01 신고

3줄요약

사기 방조 아닌 사기죄 적용…전문가 "단순 가담자도 처벌 수위 높여야"

보이스피싱 (PG) 보이스피싱 (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죄에 단순 가담한 이들에 대해서도 공범으로 판단해 실형을 선고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법원은 보이스피싱 범죄가 점차 분업화하면서 점조직화하는 만큼, 전체 공범자들을 모두 알지 못한 채 범행했더라도 공범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항소3부(손현찬 부장판사)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21)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5일 자신이 가담한 보이스피싱단 조직원에게 속은 피해자에게 금융기관 직원 행세를 하며 1천만원을 받아내는 등 같은 해 9월 26일까지 12차례에 걸쳐 2억2천여만원을 가로챈 사기 범행에서 일당 15만원을 받고 현금 수거책 역할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전체 편취 금액에 비해 피고인이 얻은 이익이 크지 않고, 조직원들에게 현금 수거에 관한 지시만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사기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무죄로 보고 사기 방조 혐의만 인정했다.

이에 검사는 사실 오인의 위법이 있다며 항소했다

2심은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는 점차 총책·유인책·통장 모집책·현금 수거책 등으로 나뉘어 조직화해 가고 있고, 상당 기간 계속되면서 그 대략적인 모습이나 폐해가 언론을 통해 알려져 왔다"면서 "피고인이 조직원들 사기 범행의 세부적인 내용이나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인식하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한 것으로 보여 공동정범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사기죄를 인정해 형량을 높였다.

대전 법원 현판 대전 법원 현판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전지법 형사8단독 최리지 판사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B(32)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B씨는 2021년 12월 23일 '저금리 대출을 받으려면 금융기관 직원인 B씨에게 기존 대출을 상환해야 한다'는 보이스피싱 일당에 속은 피해자에게 2천690만원을 받아 가로채는 등 3명으로부터 1억여원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범행에서 건당 10만원을 받기로 하고 현금 수거책 역할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 판사는 "피고인은 금융기관 직원이냐고 묻는 피해자의 질문에 '네'라고 답하고, 자신이 하는 일이 불법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도 범행을 이어갔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5∼6월 자신이 가담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유인책에 속은 피해자 8명으로부터 11차례에 걸쳐 1억8천만원을 가로챈 사기 범행에서 현금 수거책을 담당해 사기 방조 혐의로 징역 1년 10개월을 선고받은 C(24)씨도 2심에서 사기죄가 인정돼 형량이 가중됐다.

2심 재판부인 대전지법 형사항소3부(손현찬 부장판사)는 지난달 6일 "신용 불량의 궁박한 처지에 있거나 법에 무지한 피해자들을 속이는 보이스피싱 범죄는 사회적으로 폐해가 큰 만큼 단순 가담자라 할지라도 엄벌이 필요하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그보다 높은 징역 2년 4개월을 선고했다.

C씨는 2심 판결에도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초기에는 객관적인 증거나 정황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현금 수거책은 구제하는 분위기였는데, 보이스피싱이 수년간 성행함에 따라 수법이 널리 알려지면서 더는 '나는 몰랐다'는 말이 통하지 않게 됐다"면서 "젊은 층이 돈을 쉽게 벌기 위해 범죄를 인지하고도 범행에 가담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서민들의 삶을 파탄에 이르게 하는 범죄인 만큼 단순 가담자라 할지라도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jyoung@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