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북중 도로 통행재개, 소문만 무성…최대 교역거점 단둥 '잠잠'

[르포] 북중 도로 통행재개, 소문만 무성…최대 교역거점 단둥 '잠잠'

연합뉴스 2023-05-09 12:00: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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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운송 재개 징후 없어"…"中 코로나 상황 보며 판단할 듯"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중국의 국경 개방과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비상사태 종식 선언으로 북한·중국 간 도로 통행 재개 임박설이 무성하지만, 최대 북중 교역거점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굳게 닫힌 단둥의 북중 무역 알선 업체 굳게 닫힌 단둥의 북중 무역 알선 업체

[촬영 박종국 기자]

8일 오후 특파원이 찾아간 단둥 해관(세관) 내 공터는 텅 비어 있어 한가한 모습이었고, 주변의 많은 대북 수출무역 알선업체 사무실은 여전히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이들 업체는 2020년 초 북중 국경 봉쇄로 도로 운송이 중단되면서 폐업하거나 문을 닫고 북중 해운 운송이 가능한 다롄이나 산둥으로 대거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대북 무역 알선 업체들은 한글로 '단동(단둥) 철도, 북랑항(다롄 베이량항), 룡구항(산둥 룽커우항) 조선 수출 업무'라는 안내문을 내걸었지만, 단둥∼신의주 간 도로 운송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단둥의 한 대북 무역상은 "중국이 코로나19 방역을 완화하면서 국경 봉쇄를 해제한 올해 1월부터 계속 여러 버전의 도로 통행 재개설이 돌았고, 2년 전 내정됐던 왕야쥔 주북 중국대사가 지난 3월 북한에 들어가면서 4월 열린다는 설이 파다했지만, 소문으로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5월 중순 설이 재차 돌았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최근 쑥 들어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북 무역상은 "북한 고위층과 선이 닿는 무역 알선업체에 기계 수출을 부탁했는데 '곧 육로가 열리니 문제없다'고 하더니 며칠 전부터 말투가 바뀌었다"며 "당장은 기대하기 어려우니 좀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답답해서 해관 쪽에 물어봤더니 '소식이 없다'고 했다"며 "소문은 무성한데 당장 재개할 움직임은 없다"고 덧붙였다.

압록강 철교 부근의 한 상점 주인은 "단둥은 북중 교역 의존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대북 무역을 하든 안 하든 단둥 주민들의 초미의 관심사가 도로 운송 재개"라며 "보안 유지가 가능한 철도와 달리 도로 운송은 트럭 기사들에게 사전 통지하기 때문에 (재개가) 임박하면 소문이 파다할 텐데 도는 얘기가 없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이 코로나19 때문에 쉽게 도로를 개방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들도 많이 돈다"고 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WHO가 지난 5일 코로나19 비상사태 종식을 선언했지만, 최근 들어 중국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재차 늘고 있다"며 "의료 자원이 부족한 북한은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에 중국 내 코로나19 상황 등을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소식통은 "가장 심각한 문제였던 식량난은 해상·철도 운송을 늘리면서 상당 부분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화물 트럭이 수시로 오가면서 운전기사들에 의해 코로나19가 유입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서둘러 도로를 개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단둥에서 신의주로 넘어가는 북중 화물열차 단둥에서 신의주로 넘어가는 북중 화물열차

[촬영 박종국 기자]

실제 9일 오전 7시 30분 단둥에서 출발해 신의주로 가는 화물 열차는 화차 20량을 달고 있는 것이 목격됐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작년 4월 중단됐다 그해 9월 운행을 재개하면서 13량을 운송했던 것과 비교해 훨씬 늘어난 것이다.

9월 화물 열차 운행 재개 당시 하루 한 차례만 운행하던 것이 현재는 하루 2회 운행하는 경우도 많다고 단둥 소식통들이 전했다.

그렇지만, 북중 도로 운송 재개 가능성은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한 대북 무역상은 "올해 초 북한이 중국 내 대북 무역상들에게 'WHO가 코로나19 비상사태 해제를 선언하면 도로를 개통할 것'이라고 통지했다"며 "도로 개통의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중국 내 북한 노동자들에게 '귀국하더라도 짐은 도로로 들여올 수 없으니 다롄 베이량항이나 산둥 룽커우항을 통해 배편으로 보내야 한다'는 지침도 시달됐다"며 "이 지침에 따라 북한 노동자들이 귀국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8일 대북 무역을 하는 중국인들의 소셜미디어(SNS) 단체 대화방에도 "단둥 도로 운송이 곧 재개될 것"이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제한적인 교역에 따른 물품 부족으로 북한 내 공산품 가격이 크게 올라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어 도로 운송을 재개해야 하지만, 코로나19 유입을 차단해야 하는 것이 북한의 딜레마"라며 "중국의 코로나19 2차 유행 여부 등을 지켜본 뒤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도로 운송을 재개하더라도 중국인들의 북한 관광 재개 등 자유로운 인적 왕래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관광업계는 (도로 개방이) 이르면 올해 하반기, 늦춰지면 내년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8일 남단둥역에서 열차로 북한에 보낼 물자 하역하는 인부들 8일 남단둥역에서 열차로 북한에 보낼 물자 하역하는 인부들

[촬영 박종국 기자]

북한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자 2020년 초 북중 국경을 봉쇄하고, 2020년 8월에는 화물열차 운행도 중단했다.

북중 화물열차는 작년 1월 운행을 재개했다가 4월 중단된 뒤 9월 정상화됐으나, 도로 운송은 올해 1월 훈춘∼나진선봉 구간만 부분적으로 운행을 재개했을 뿐 단둥∼신의주 등 나머지 지역은 3년이 넘도록 재개하지 않고 있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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